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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박박 밀어서 아주 짧게 하거나 두피가 드러나게 만든 머리 모양이 삭발이다. 머리카락 뿌리부터 빠지는 질병인 대머리나 탈모와는 다르다. 삭발은 인위적이다.
삭발은 헤어스타일이라기보다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많이 감행된다. 한국에선 남자로 태어난 이상 어지간하면 한 번씩 다 삭발을 하게 돼 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 성별을 불문하고 삭발을 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배냇머리를 깎아내기 때문이다. 다 큰 뒤에도 삭발을 하는 경우가 있다. 군 입대 전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유교적 사상을 가졌던 조선시대에도 양반은 정수리 부분을 삭발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투를 틀 때 덥다는 이유로 머릿속을 조금 깎아내곤 했다. 주기적으로 삭발한 머리카락을 고이 모아두었다가 죽고 나서 태우거나 관에 함께 묻도록 했다.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는 변발이 유행했다. 고온 건조한 기후 탓에 머리를 자주 감기 힘들어 머리를 짧게 밀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고머리를 단정하다고 좋아한 반면 삭발이나 반삭의 경우 기피하는 현상이 심했다. 장발보다도 더 싫어하는 게 삭발이다.
삭발은 정치권의 메뉴였다. 투쟁의 결기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삭발 투쟁으로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가 하면 메아리 없는 액션에 그친 사례도 잦았다. 1987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한 박찬종 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이 정치권의 첫 삭발 투쟁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지만 2019년 4월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며 전기면도기로 자기 머리카락을 삭발한 경우도 있다.
삭발 정치인이 봇물을 이룬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한 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을 때였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뿐 아니라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10여 명이 삭발 투쟁에 나서며 조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최근에도 대통령에 의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을 둘러싸고 삭발 투쟁이 끊이질 않았다. 건설노조 투쟁도 마찬가지다. 각종 이익단체들이 이익과 목적 달성을 위해 삭발투쟁을 하는 게 다반사다. 삭발 투쟁이 흔하면 투쟁의 무기로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삭발은 자유이지만 남들 눈에 거슬린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박병헌 국제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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