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프로골퍼 이다연을 ‘오뚝이’라고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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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부상과 병마를 딛고 시즌 첫 메이저 정상에
넘어질 때마다 좌절 않고 체력 및 심리 훈련 강화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07 08:06:25

‘오뚝이’는 아무렇게나 굴려도 오뚝오뚝 일어서는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이다. 밑을 무겁게 했기 때문에 넘어져도 금세 다시 일어선다.

지난달 열린 제45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권대회에서 부상을 털고 일어나 정상을 차지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린 이다연에게 ‘오뚝이’이라는 별명이 딱 맞는 것 같다. 유난히 부상이 잦은 역경을 극복하고 마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이다연이다. 언론 매체들이 그의 우승을 알리는 기사에서 ‘오뚝이’라는 별명을 붙이게 된 것은 우승할 때까지 부상의 공백을 딛고 일어나 포기하지 않고 도전 의지를 불태웠기 때문일 게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5년 프로에 데뷔한 이다연은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시련이 잦았다. 오랫동안 부상이라는 암초에 시달렸다. 2016년 갑작스럽게 특별한 이유없이 샷이 불안해지는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왔다. 드라이버만 잡으면 불안한 탓에 샷이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그 해 신인왕 경쟁은 차치하고 13차례 대회에서 12차례나 컷 탈락하면서 60위까지 주어지는 시드를 잃을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시즌 막판 3개 대회에서 톱10에 두 번 입상하면서 극적으로 상금 랭킹 60위 이내에 진입해 시드를 지킬 수 있었다.

더 큰 부상이 찾아온 것은 이듬해였다. 시즌을 앞둔 3월 훈련 도중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수술을 받고 한 달 동안 병원에 누워 있는 사이에 시즌이 시작됐다. 병원 문을 나선 뒤 정상적인 골프 스윙을 하기까지는 한 달이 더 걸렸다.

시즌이 개막하고 11개 대회가 치러진 뒤에야 필드에 복귀했지만 2개 대회 연속 기권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자존심이 상한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눈앞의 시드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다연은 보란듯이 시련을 이겨내며 다시 일어났다. 상금 순위 78위였던 이다연은 10월 팬텀 클래식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프로 첫 우승이었다. 이 우승으로 시드를 지킬 수 있었기에 정말 값진 승리였던 셈이다.

2018년 두 번째 우승을 거두고 2019년에는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3승을 챙기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지며 2년 가까이 통산 6승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 이다연이 4월30일 제45회 KL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KLPGA 제공

2021년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다시 일어섰지만 불운이 또 찾아왔다. 지난해 왼쪽 팔꿈치와 팔목 인대가 파열돼 10개 대회만 치르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 했다. 골프 인생에서 최대 위기였다.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리느라 전지훈련도 갈 수가 없었다. 병석에서 답답함을 눈물로 삭이면서 훗날을 기약해야만 했다. 올 3월 국내 개막전을 한 달 앞두고서야 풀 스윙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넘어질 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기초부터 시작하여 체력 및 심리 훈련 등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이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4월 복귀 후 네 번째인 KL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다시 한 번 ‘오뚝이’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2021년 한화클래식 제패 이후 1년 8개월 만에 거둔 통산 7번째 우승이었다. 그것도 경쟁이 치열한 시즌 첫 메이저대회의 우승을 거머쥐며 KLPGA 투어 최강자 경쟁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게 된 것이다.

키가 157cm으로 KLPGA투어 소속 선수들 중에서 가장 작다. 하지만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52야드로 전체 16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장타자 축에 속한다. 어렸을 적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장타를 익힌 덕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뚝이’ 외에도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키가 작기 때문에 ‘땅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작 이다연 본인은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다연의 오달진 면은 학업 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고려대 국제스포츠 학부에 입학한 그는 주중 골프 연습과 주말 3~4일 동안에는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등 시간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마치는 억척스러움을 보였다. 더구나 요즘에는 제 아무리 운동선수들이라고 해도 출석 점수를 담당 교수가 임의로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이다연의 ‘독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에서 운동 선수들 특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른쪽 어깨 쪽에 개신교 선교방송인 ‘극동방송’ 패치를 붙이고 투어를 뛸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다연은 대회를 마친 뒤에는 늘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직 26살의 한창 나이인 그에게 앞으로도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이 또 찾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선수 생활을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 그래서 잠깐의 부진은 뒤로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스스로 성공을 쟁취한 이다연에게 ‘오뚝이’라는 별명이 더욱 어울려 보인다. 오뚝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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