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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법의 가면을 쓴 특권
정치자금법, 공직선거 시 국회의원 후원금 2배 모금 특권 인정
헌법소원 등 특권 폐지 위한 국민적 지속적인 문제제기 필요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14 06:33:00
▲ 이동호 변호사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장기표)가 주최한 ‘특권폐지를 위한 국민행동의 날’ 행사가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천 명 시민이 ‘특권폐지’가 적힌 오렌지색 플래카드와 스카프를 펼쳐 들고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특권 폐지를 외쳤다. 국회의사당 주변 2km를 인간 띠로 포위하는 전대미문의 퍼포먼스 기획도 있었다. 이날 장기표 상임대표는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은 가장 적게 하는 직업이 한국 국회의원”이라면서 “죄 짓고 교도소에 갇혀도 월급은 꼬박꼬박 받고 선거는 후원금으로 치르고 선거비용은 국고에서 환급받아 선거 끝나면 1억 원 이상의 돈을 번다”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200가지가 넘는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이번에 특권폐지 운동으로 새삼 부각된 특권이 있는데 바로 정치자금에 관한 것이다. 정치자금법 제13조 ‘연간 모금·기부한도액에 관한 특례’ 조항이다. 국회의원후원회는 평소에는 연간 1억5000만 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선거와 임기종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도록 특례를 인정해 준 것이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국회의원의 활동이 평소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은 수긍이 간다. 그런데 2배로 모금한 후원금을 자신이 출마하는 국회의원 선거에 쓸 수 있게 해 준 것은 현역 의원만의 특혜가 아닐 수 없다. 현역 의원이 아닌 국회의원 입후보자는 현역의 절반인 1억5000만 원까지만 모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법을 이용해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것까지는 눈 감아 준다 치자. 하지만 자신이 출마하지도 않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후원금을 2배로 모금할 수 있게 한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이 후원금을 해당 입후보자나 당에 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때는 정책개발이나 홍보에 필요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평소 1억5000만 원까지 모금하는 후원금을 그런 용도에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정치자금법의 원래 이름은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이었는데 2005년 8월에 전면 개정되면서 지금의 명칭이 되었다. 당시 법 개정이유를 살펴봤다. ‘소액의 깨끗한 정치자금 기부를 원하는 국민들이 편리하게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여 정치참여와 기부를 활성화하고, 정치자금의 안정적 조달과 투명성 확보를 통하여 건전한 정치자금운용의 기반을 마련하며, 선거비용과 정치자금의 지출절차를 통합·간소화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용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이라고 나와 있다. ‘소액’ ‘깨끗한’ ‘활성화’ ‘투명성’ ‘건전’ ‘간소화’ 같은 듣기에 좋은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는 한다.
 
그런데 주요 내용 중 첫째가 흥미로운데 ‘정치자금으로 지출할 수 없는 사적용도의 명확화’다. ‘정치자금으로 지출할 수 없는 사적용도를 명확히 하여 가계의 지원·보조, 개인적인 채무의 변제·대여, 향우회·동창회·계모임 등 개인 간의 사적모임의 회비 그 밖의 지원경비, 개인 간의 여가 또는 취미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정치자금을 지출할 수 없도록 함’이라고 나와 있다. 이 내용이 정치자금법 제2조 제3항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치후원금을 사적 용도에 아무렇게나 써왔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에 필요한 경비에만 쓰고 사적 용도에 지출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원칙 조항’은 1994년부터 존재했다. 그런데 2005년 전부 개정 시에 ‘사적 경비’를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을 보니 그동안 이런 용도에 음성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례 조항의 연혁을 찾아 보니 1994년 3월에 도입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 당시의 한자투성이인 오래된 입법 자료를 찾아봐도 국회의원선거가 아닌 다른 공직선거 때에도 후원금을 2배로 모금할 수 있게 해 준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 명명백백히 밝히기엔 부끄러운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엄청난 돈이 풀리는 대통령 선거에 편승해서 국회의원들도 후원금을 대폭 거두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국회의원후원회는 후원금 수입·지출 내역을 매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평소 한도보다 더 거둔 후원금을 과연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를 위한 정책개발이나 홍보에 썼는지는 알 길이 없고 모니터링 되지도 않는 것 같다. 실제로는 자신의 지역구 기반을 다지고 재선을 도모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 확실한 듯 하다. 그렇다면 국민은 ‘깜깜이’ 상태로 알지도 못하고 통제도 못하는 상태에서 국회의원들만 몰래 누리고 있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특권이 법의 형식으로 공고히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법의 가면을 쓴 특권’인데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법을 바꾸거나 통제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진 않는다. 더구나 이번 21대 국회는 국회의원 자질부터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법을 바꾸지 않을 때 국민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법률의 위헌 판단을 구해볼 수 있다. 하지만 헌법소원도 아무나 하고 싶을 때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설령 제기한다고 해도 법의 가면을 쓴 특권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쉽게 단정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러나 특권폐지국민운동이건 헌법소원이건, 주권자인 국민은 특정 집단만 누리는 특권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필자는 ‘법의 가면을 쓴 특권’으로 KBS의 수신료도 들고 싶다. 수신료 강제징수에 대해 오래 전부터 문제 제기된 결과 이제 분리징수 논의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계속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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