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불혹 넘긴 ‘돌부처’ 오승환, 가족의 힘으로 대기록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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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초기부터 마무리투수 전담 보직
열정·성실 돋보여… ‘끝판왕’ 등 다양한 별명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14 06:32:00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속언이 있다.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팀 전력의 60~70%에 달한다. 타선이 좋으면 4강을 가고, 우승을 하려면 반드시 투수력이 좋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투수의 중요성이 크기에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나왔다.

현대 야구에선 투수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선발투수·중간 계투요원·마무리투수 등 역할도 다양하다. 보통 팀 엔트리의 절반가량이 투수들이다.

야구에서 한 경기 기준으로 체력 소비가 가장 심한 포지션이 투수다. 야수들은 거의 매일 경기에 나서지만 선발투수는 일주일에 기껏해야 2번 등판할 뿐이다. 보통 5명의 선발투수 가운데 제1선발을 ‘에이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선발투수보다는 1·2점 차의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등판하는 마무리투수의 스트레스가 특히 이루 말할 수 없다. 마무리투수에게 요구되는 최고 요건 중 하나는 탈 삼진율이 높고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보통 2사 만루와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상대 타선을 막아 내야 하는 보직이므로 중압감 따위는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강심장이 필수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마무리투수가 ‘돌부처’라 불리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이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표정도 변하지 않는다 해서 ‘돌부처’라 불리는 그는 ‘끝판왕’ ‘돌직구’ ‘영원한 클로저’ 등의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다.

▲ 오승환이 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종료 직후 팬들과 함께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달성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승환은 얼마 전 한·미·일 프로야구 통산 500세이브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선발투수로 활약하다 구위가 약해지거나 부상을 입을 경우 마무리투수로 전환하는 게 보통이지만 오승환은 그렇지 않았다. 2005년 프로야구 데뷔 때부터 맡은 보직이 마무리투수였다. 키가 178cm인 신인 오승환이 기록한 첫 세이브는 2005년 4월27일 대구 LG전에서였다. 3-1로 앞선 8회 무사 2·3루에 그가 나섰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위기였지만 무실점으로 막았고, 9회까지 무실점으로 처리해 ‘세이브 1’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그가 ‘살아있는 레전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오승환의 140㎞ 후반대 패스트볼은 누군가의 150㎞ 후반대 패스트볼보다 강력했다. 야구공을 검지와 중지로 찍듯이 쥐고 돌덩이 같은 패스트볼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가 ‘역사에 남을 투수’로 서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년차인 2006시즌에 47세이브를 올린 데 이어 3년차이던 2007년에는 180경기 등판 만에 100세이브를 올리며 최소경기 100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30세이던 2012시즌 오승환은 369경기 만에 228세이브를 올리며 KBO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LG 김용수가 보유한 227세이브였다.

해외 진출 선수들에게 으레 따라붙는 ‘통하겠느냐’는 의문이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한·미·일 어느 곳에서도 오승환의 공은 ‘똑같이’ 통했다. 오승환은 2014년 일본 진출 첫해에 38세이브를, 2015년에는 41세이브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42세이브를 올렸다. KBO 복귀 첫해인 2020년 오승환은 한·미·일 통합 400세이브를 기록했다.

492세이브의 기록으로 시작한 오승환의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도 힘겨웠다. 전성기때 150㎞를 넘나들던 빠른 공은 평균 143㎞까지 내려갔고,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면서 실점하는 날이 잦아졌다. 마무리투수의 보직을 반납하고 프로 커리어 처음으로 선발 등판도 했다가 2군으로 내려가는 등 부침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법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 내고 대기록을 달성했기에 대견스러울 뿐이다.

단국대 출신의 오승환이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성장하고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재능 때문만이 아니었다. 훈련 시 러닝 훈련을 할 때도 감독이 지시한 것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뛰었던 열정과 성실성 덕분에 훌륭한 선수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불혹을 넘기고도 마운드에 선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오승환의 하루하루는 전쟁이다. 힘든 과정을 극복해 가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장르의 드라마다. KBO리그에서 30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오승환이 유일하다. 이 기록조차 오랫동안 깨지기 어려워 보인다.

오승환은 이제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에 도전 중이다. 개인 성적에 대해 늘 말을 아끼는 그이지만 이 기록에 대해서는 간절함을 보인다. 세이브 22개만 더하면 달성할 400세이브는 역사가 오랜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400세이브를 기록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는 8명, 일본에선 단 한 명에 불과하다.

1982년생인 오승환은 철저한 몸 관리로 여전히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에게 든든한 힘은 바로 가족이다. 친가와 처가 식구들까지 아들·사위의 경기를 가슴 졸이며 응원한다. 4월에 아들이 태어났고, 지난해 결혼한 아내에게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돌부처’ 오승환의 롱런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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