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왜 한동훈·원희룡밖에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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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말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국힘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자는 식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03 06:31:30

한동훈·원희룡 장관은 2023 한국 정치판의 스타플레이어들이다. 먼저, 이 두 사람은 파이팅(fighting spirit)이 좋다. 머리가 좋다. 용기가 있다. 명쾌한 논리와 함께 말도 잘한다. 행정부 각료로서 여러 제약이 있음에도 그런 제약이 없는 국민의힘 지도부보다 더 잘하고 있다. 정부·여당권에서 가히 군계이학(群鷄二鶴)이다.

정치인은 말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국의 정치인이나 대변인들을 보면 써 놓은 원고를 읽거나 더듬거리는 사람이 없다. 그런 미달자는 아예 등판을 못한다. 기관총 쏘듯이 말이 나와야 한다. 싸움의 현장에선 원고를 보고 말고 할 시간이 없다. 총 못 쏘는 군인이 필요 없듯이 말 못하는 의원·장관이 무슨 소용이 있나. 말은 못하면서 요직을 꿰차고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빨리 물러나는 게 좋겠다.

촌철살인의 속사포로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한동훈 장관의 장점은 또 있다. 술도 골프도 못한다. 술과 골프는 공직자가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쉬운 통로에 있고 때로는 함정이다. 부정부패 사건에서 술과 골프가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처음엔 가볍게 ‘술이나 한잔’으로 시작하지만 곧 눈맞춤과 귓속말이 오가고 ‘형님’ ‘동생’하게 되고 학교 후배 고향 선배라며 조폭·브로커, 온갖 문제아를 인사시키고 취한 김에 2차 가고 두툼한 ‘봉투’ 받으면 일단 악어에게 물린 거나 마찬가지다. 악어가 한번 물면 얼룩말 같은 덩치 큰 동물도 물속으로 끌려가 질식하고 먹이가 된다.

한동훈 같은 사람은 그런 염려가 없다. 퇴근하면 바로 집에 가서 책 읽고, 음악 듣고, 구상하고…. 머리·용기·촌철살인의 말 펀치를 겸비했으니 가히 일기당천(一騎當千)이다. 머리 좋고 말 잘한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죄지은 사람들은 임자 만난 셈이다. 요즘 날카로운 시국 공방은 한동훈 장관과 원희룡 장관이 도맡아 하는 것 같다. 명색이 집권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멀리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자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재명이 어떤 사람인가? 같이 외국 가서 온종일 골프도 같이 쳤는데 “그 사람 모른다”고 천연덕스럽게 잡아떼는 사람이다. 같이 골프를 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은 검경 수사를 받던 중 2021년 12월21일 오후 8시30분경 개인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대장동사업을 총괄한 키맨이었다. 당연히 성남시장 이재명과는 가까울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골프를 쳐 본 사람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알 것이다. 둘이서 골프 카트에 타고, 수없이 ‘굿 샷~’을 날리며 러프에서 골프공 찾아 주고, 홀에서 깃대 잡아 주며 장장 18홀을 돌았을 텐데 “그 사람 모른다”고? 기가 막히는 말이다. 평소에도 “어이 김 처장”하고 부르며 보고도 받았다는데 그 사람 모른다? 너무 잔인한 말이다. 이뿐인가? 특정인에게 수천억 이득을 주는 사업의 설계·인가·허가·인사·감독 다 하고도 1원도 안 받았다고 한다. 성인군자도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거액을 분배하면서 ‘그분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그분’이 누구인지 대충은 다 알고 있었다.

일이 이쯤되니 한동훈을 사지에 밀어넣으려고 그동안 별의별 일들이 많았다. 뒤를 캐려고 스토킹하고 문 앞에서 중계방송하고, 또 심야에 변호사들과 술집에서 노래도 부르고 어울렸다는 등 100%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협동작전에는 박범계 의원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달 26일에도 그는 국회 법사위에서 한동훈의 기를 꺾어 놓으려다 되치기를 당했다. 박 의원의 ‘버럭’ 특기(소리지르기)가 나오자 한 장관은 “소리 지르지 말라” “반말하지 말라” “훈계 들으러 온 게 아니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불퇴전의 용장(勇將)답다. 이재명 대표가 믿었던 측근인 이화영 경기도 전 평화부지사가 대북송금의 진실을 언급하자 입을 틀어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금 그 주변은 패닉상태에 빠진 것 같다.

원희룡 장관도 최근 서울양평고속도로건설 시비에서 손오공처럼 기발한 역공술을 썼다. 반정부 좌파측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김건희 여사 땅’ 문제를 엮어서 고성능 폭탄을 만들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2008년에는 광우병 미신이 이겼지만 이번에는 과학이 이겼고 그들의 합성폭탄 제조는 ‘서울양평고속도로건설 백지화’라는 원 장관의 선제 조치로 불발탄이 되었다. 원 장관은 야당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를 사과하라고 하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을 연관시킨 이해찬·이재명 민주당 전·현직 당 대표부터 먼저 사과하라고 맞받아쳤다. 간도 큰 사람이다. 한동훈·원희룡 장관이 너무 오버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상대의 비신사적 소행에 비하면 약과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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