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대통령이 바뀔 뻔한 희대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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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기사로 0.73% 차이 만드는 데 기여
대선 기사 조작은 국민 주권 테러행위다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14 06:31:30

대통령 당선자가 바뀔 뻔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만배-신학림 두 사람이 주동했다는 허위뉴스 조작 ‘사기 사건’이다. 이것이 성공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문재인 시즌2’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김만배는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에 일어난 대장동사건으로 이미 유명인사가 되었고 신학림은 수많은 신문방송기자들이 가입한 전국언론노조의 총수를 몇 번이나 지낸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이 뉴스타파라는 좌파 인터넷방송을 통해 대장동사건을 윤석열게이트로 만들려고 했다는 ‘음모’의 위력은 대단했다. 왜냐하면 한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적은 득표차인 0.73%p(24만 7077표) 차이로 간신히 당락이 갈렸기 때문이다.

이 기사 사기사건은 2002년 이회창을 떨어뜨리고 노무현을 당선시킨 16대 대선 때, 이회창후보 가족이 아들의 병역기피를 위해 병무청 직원을 매수했다고 한 김대업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그때 김대업도 매수를 증명한다는 녹음파일을 공개하여 노무현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는데 나중에 그 녹음이 가짜로 판명됐지만 이미 버스 떠나고 손드는 격이었다. 선거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김대업만 ‘희대의 사기꾼’으로 남았다. (그런 대가로 50억 원을 받기로 했으나 배달사고가 났다는 설이 있다.)

대권을 결정짓는 역사적 빅매치에서 김대업은 성공했고 김만배-신학림은 실패했다. 그러나 성공할 뻔 했다는 점에서 그 위력은 컸다. 지난 20대 대선이 끝난 후 선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언론매체에서 0.73%p차에 대해 수많은 분석을 내놓았으나 모두 틀렸다. 선거절차를 폭파하는 테러행위나 다름없는, 이 대선 사기단의 조작을 모르고 다른 요인들만 잔뜩 열거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간발의 표차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정확한 분석이었다. 당시 정가에서는 윤석열이 5%p이상으로 이긴다고 보는 견해가 많았음에 비추어 보더라도 0.73%p로 줄어든 것은 김만배와 신학림이 주동한 조작뉴스 사건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은 사건의 파장이 워낙 커서 그런지 몰라도 윤석열 검사가 브로커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주면서 “가, 인마”하며 무혐의 방면함으로써 대장동 사건을 방조했다는 가짜기사 소동이 별것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김만배한테 받은 1억6500만 원이 책 3권 값이라는 주장도 참 딱하다. 기자의 무기는 건전한 상식인데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까지 한 처지에 그런 소리를 하면 다른 기자들까지 욕보이는 일이다.)

그러나 심지어 방송 영향력이 최고로 컸던 JTBC마저 선거 보름 전에 ‘윤석열이 커피 타주며 브로커를 풀어줬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뉴스타파는 선거 3일 전에 이것을 내보내 KBS·MBC·YTN·연합뉴스TV 등 수많은 언론매체가 중계방송 하듯이 떠들었다. 또 이재명과 민주당은 이런 언론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사건에 개입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이 이러한데 기사사기단과 내통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나.

대통령 선거 같이 전국선거에서는 방송보도가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거에 임박해서 확인이 안 된 보도를 내보내면 안 된다’게 절대원칙이다. 헌데 우리나라 언론은 원칙이야 여하 간에 우선 떡이나 먹고 보자는 식으로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기사 사기사건이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를 당사자들이나 우리 국민이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권행사에서 중요한 절차다. 이것이 잘 안되면 정말 ‘앙꼬 빠진 찐빵’이다. ‘국민주권’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선거를 빼놓고는 국민 개개인이 주권을 행사할 기회가 별로 없다. 한번 잘못 뽑아 놓으면 임기 동안 바꿀 도리가 없다. 민주주의는 대표를 뽑아 전권을 맡기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번 같이 가짜뉴스를 조작하여 선거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국민주권 보장은 허구다.

따라서 이런 악행은 국민주권 강탈이나 마찬가지다. 형식뿐인 깡통 민주주의, 있으나 마나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악마적 탈선행위다. 다만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게 문제다. 이번 같은 사기조작 행위는 물론 선거법 위반이지만 이미 공소시효(6개월)가 지났다. 명예훼손죄로 고발했지만 현행 형법 (307조 2항)에 의하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이하의 벌금이 전부다.

구월환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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