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구월환의 시사저격] 국민대표 졸병화는 곧 국민 졸병화
민주주의 지키려면 국민이 주권회수에 나서야
히틀러 때도 독일국민 방관이 세기적 참극 초래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7 06:31:30
 
▲ 구월환 대한언론인회 주필‧관훈클럽 39대 총무
 민주주의는 사회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좋은 정치제도라는 게 학자들의 정평이다. 포악한 지배자에 의한 고통을 예방하고 인권·행복·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불완전하지만 이만한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고 선진국 진입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만 가능해졌다는 역사적 실증자료도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민주주의가 지금 한국에서는 위기라는 조짐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민주당 풍경은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열창하고 있으나 정작 민주적 원칙이나 절차는 밥 먹듯이 무시하고 있다. 이것이 어제 오늘의 행태는 아니지만 이재명 대표가 등장한 이후, 특히 최근의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극심해졌다. 체포동의안이 처리되기 전에는 이른바 ‘부결인증 릴레이’라는 것을 만들어 부결맹세를 하도록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그날은 여의도 의사당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의원들을 압박하고 가결되자 국회 난입을 시도했다. 이 사람들의 정체는 언론에서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만약 이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국회가 뚫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불상사는 없었을까. 이 정체불명의 군중이 모두 선량한 대한민국의 시민이었을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지도부와 극성당원들은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당의 최고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열한 배신자’ ‘당을 팔아먹은 자’라는 등 극언이 난무했고 ‘해당행위자 색출’까지 선언했다. 아니 법전에 나와 있는 대로 국가이익과 양심에 따라 행한 직무수행에 대해, 그것도 절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할 ‘비밀투표’에 대해 할 소리인가. 일부 극성당원들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한다며 일부 의원의 지역구에까지 쳐들어갔다. 홍위병을 연상시킬 정도다. 그래도 지도부에서는 말리지 않았다.
 
정체불명 극성당원들의 협박이 무서워 비밀투표의 원칙과 취지를 깔아뭉개고 부결표를 던지겠다고 서약한, 나약하기 짝이 없는 국회의원들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비밀투표지까지 인증샷을 찍어 결백(?)을 증명한 새가슴 의원도 나왔다. 이쯤 되면 자격미달로 공천탈락이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는 영장기각 운동에 들어가 소속의원들에게 탄원서 서명을 강요하고 대중집회를 주선했다. 국민대표자인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방해한데 이어 법치수호의 최종관문인 법관에 대한 온갖 압박까지 자행되었다.
 
최소한 수만 내지 수십만의 유권자들이 선출한 대표가 이렇게까지 졸병화(卒兵化)해도 되는가. 국민대표의 졸병화는 결국 국민졸병화요 민주주의 종식을 알리는 조종(弔鐘)이다. 요즘 같이 불길한 조짐이 빈번하게 나타날 때 국민은 긴장해야 한다. 멀건히 보고만 있다가는 동작대교나 삼풍백화점처럼 나라 전체가 왕창 내려앉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외로운 투사인 이상민 의원(충남유성,을)은 ‘당이 골절돼 있다’,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정말 국민들로부터 아주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요즘 이재명 대표의 사퇴가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외치고 있으나 동조자가 없는 외로운 전도사 신세다. 당내에는 감화(感化)의 기미가 없다. 몇몇 동조자가 있었으나 공천철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잠잠하다.
 
정치권과 우리 사회 일각의 행태는 1930년 대 독일에서 일어난 히틀러 정권의 청년돌격대를 연상시킨다. 그 시대의 한 청년이 쓴 책 ‘어느 독일인 이야기’에 의하면 처음에는 청년돌격대들이 완장을 차고 도심거리를 행진하며 히틀러 찬양과 유태인 추방을 외치고 다녔다. 모두들 무심코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자 거리에서 유태인을 구타하고 유태인 상점을 부수는 일들이 일어났다. 그래도 쳐다보기만 했다. 이런 무심함과 태평함의 결말은 히틀러의 방종과 이로 인한 세기적 참극으로 결말이 났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귀한 존재다. 그래서 특권도 허용된다. 이 특권들은 당연히 국민을 위해, 좀더 구체적으로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어느 특정인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쓰인다면 즉각 회수가 마땅하다. 그러나 회수할 길을 막아놓은 것도 그들이다. 우리 국민은 잃어버린 주권을 돌려받기 위해 일어나야 할 것이지만 간교한 자들은 우리 국민이 용감하지 않다는 약점을 알고 있다.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여론조작으로 주권행사의 기회인 선거마저 훼손하려고 했다. 대장동 일당의 언론 조작음모는 지난 3.9대선의 당선자까지 바꿀 뻔 했던 것이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정말 위기일발이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