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6개월 남은 총선 ‘결정적 선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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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7 00:02:50

정치권이 살풍경(殺風景)이다. 여야 대결이 극심해 정쟁 아닌 전쟁으로 불린다. 이런 가운데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전초전’ ‘민심 풍향계’로 여겨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승리로 끝났다.

여러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리더십에 탄력을 받으면서 더욱 진한 친명체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과 함께 김기현 대표의 지도부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일단 16일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 등 주요 당직을 바꿨다. 당 혁신기구도 띄우겠다고 한다.

여하튼 2024년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야 모두 ‘배수의 진’을 친 승부로 여긴다.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승리해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완성된다고 본다. 거대 야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채 입법 폭주와 정부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야당 심판’을 호소할 계획이다. 게다가 자칫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2016년 20대 총선 ‘공천 파동’의 교훈을 되새길 때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중간평가’로 규정하며 총선 승리로 여권의 국정 난맥상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지방 권력을 여권에 내어준 상황에서 의회 권력까지 뺏기면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권을 내준 뒤 검찰 앞에 ‘난타’를 당하는 현실을 딛고,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다.

이러니 정치권에는 대화와 타협이 아닌 쟁투(爭鬪)의 쇳소리만 난무할 전망이다. 여야가 내건 ‘민생’은 말 뿐이고, 국민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게 불 보듯 훤하다. 주권자인 국민이 밝은 눈으로 누가, 어느 정당이 국리민복을 위하는 지 지켜보고 심판해야 한다.

‘결정적 선거(critical election)’라는 말이 있다. 기존 정치적 쟁점과 지역적 권력기반, 정당의 전통적 이념 토대가 일거에 무너지고 새로운 물갈이를 하는 선거를 말한다. 미국 정치학자 월터 버넘이 “미국에서는 가끔 선거혁명이 일어나 정치와 사회의 기본체질을 결정적으로 쇄신한다”며 도입한 용어다. 1960년 존 F 케네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2008년 버락 오바마, 2016년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선거가 전형적인 예다.

22대 총선이 그렇다. 선진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분기점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유권자 의식이 성숙해져야 한다. 내년 총선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선진문화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상을 충족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요체는 민생경제 회복이다. 백성은 먹고사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했잖은가.

이를 위해선 정치판이 살기를 띠어선 안 된다. 정치는 한 사회의 ‘거울’이라고도 한다. 정치 수준은 그 사회의 수준과 같기에 하는 말이다. 하긴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일을 정치권 탓만 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정치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은 큰 흠결이 없는 한 지도자를 믿고 따라간다. ‘지도자를 잘못 뽑았노라!’고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일단은 신뢰하게 마련이다. 여하튼 지도자는 해당 단체·조직의 상징이면서 파급력이 크기에 중요하다.

수많은 별이 반짝인다 해도 외로이 비추는 달 하나만 못하고, 높은 탑에 층층마다 불을 밝힌다 해도 어두운 곳에 등불 하나 건 만큼 밝지 못한 바와 같다고 하겠다. 유권자는 앞으로 남은 기간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골라야 한다.

정치는 사회구성원 각자 본분에 충실하면서 공동체의 공동선에 기여하도록 틀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을 정략적으로 편 가르게 하는 건 죄악이다. 그러려면 정치가 진영을 벗어나 포용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다. 정치의 혜택이 고루 미쳐야 한다.

‘자치통감’을 지은 북송 때의 학자 사마광의 말은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일러주고 있다. “정치는 공정하다는 의미이다. 정사를 처리하는 원칙에는 공정함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政者正也爲政之道莫若至公).”

차기 선거의 당선만을 기대하는 ‘정치꾼’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디딤돌이 되어주는 ‘정치인’이 요청된다. 선진민주주의 구현·경제성장과 합리적 분배에 따른 양극화 해소·남북평화 실현의 주춧돌이 되는 선각자를 뜻한다. 정당은 그런 인물을 발굴해 차기 총선에 내보내길 바란다. 인물 교체의 중요함이다. 물론 당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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