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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우주 공간 한 구석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점 하나, 지구. 이를 가리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부른 이는 미국 천문학자·저술가인 칼 세이건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천문학자이자 대중의 관심 속에 천문학을 끌어들이는 데 큰 공을 세운 과학저술가다.
우리 눈에도 익숙해 있는 이 희미한 점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1977년 쏘아올린 보이저1호가 1990년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향해 뒤돌아 본 모습이다.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22시간 걸리는 거리에서다. 인류가 알아낸 우주의 크기를 920억 광년 정도로 보고 있으니 보이저1호가 지구를 돌아본 지점은 지구에서 우주를 향해 모래알만큼 나아가서 본 모습이라고나 할까.
보이저 프로젝트 화상팀에 참여했던 세이건은 이때 보이저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리라고 지시했다. 팀원들은 카메라에 아무 것도 포착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세이건은 촬영을 고집했고 카메라에는 반사된 태양광 속의 희미한 점 하나가 찍혔다. 세이건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이건은 그후 저술한 책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인류에게는 저 점이 우리 집이자 우리 자신이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왕과 농부들, 성자와 죄인들이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 있었다.”
사진에 찍힌 지구의 크기는 0.12픽셀에 불과하다. 세이건은 “저 작은 픽셀 한 쪽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수많은 만행을 생각해보라”고 탄식한다. 그는 이 사진만큼 인간의 어리석은 자만심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봤다.
이 작디작은 픽셀 속에서 현재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이 두 곳에서 진행 중이다. 세이건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부모는 우크라이나계 유대인이다. 전쟁에 휘말려 피흘리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국민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서 세이건은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고 한 자신의 경고를 외면한 지구인을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까. 박선옥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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