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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대기업 보유 현금 자산의 명암 함께 보자
안재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25 00:02:40
 
▲ 안재균 산업부장
한때 연말정산에 카드 사용 실적이 많은 게 유리하다고 해서 카드만 썼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모바일 전자결제가 상용화되면서 지갑에 현금을 갖고 다니기가 더 쉽지 않게 됐다
 
현금은 지금 바로 지급할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회계적으로는 은행 예금도 현금으로 본다. 그래서 은행 계좌에 잔고가 넉넉하면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경조사에서 현금을 주고받는 관습이 예의며 미덕이 되었겠는가. 신용카드와 모바일결제가 아무리 발달해도 넘어서기 어려운 우리의 전통인 셈이다.
 
현금의 중요성은 사회적으로 경기 불황 시에 무게감이 더 크게 부각된다.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서는 더 그렇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 살아남기 힘든 게 기업경영이다.
 
그렇기에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 기업들은 현금 보유고를 늘리기 일쑤다. 언제 돈줄이 막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가진 모임에서 한 건설사 임원은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현금 보유를 늘렸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기업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 때문에 계열사로부터 현금 1조 원을 수혈받은 기업이다.
 
요즘 이 같은 경제 상황은 이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년 전보다 62조 원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기업경영분석 전문연구소 CEO스코어가 최근 국내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78개 기업의 현금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보고서에는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의 현금 보유 현황이 올해 6월 말 기준 작년 동기 대비 622336억 원(26.8%) 증가한 2948254억 원으로 집계됐다이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4.8%라고 한다. 역시 국내 최고 기업답다. 삼성의 이 같은 현금 비중은 단기금융상품을 처분한 것이 현금 유동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현금 보유량이 1조 원 이상 늘어난 기업은 삼성전자 외에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 9곳이 있다. 현대차는 작년 대비 46483억 원(28.8%)·LG에너지솔루션은 28767억 원(145%) 늘었다고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의 현금 보유 추세는 외환위기 이후 특히 심해졌다. 외환위기의 충격이 우리 기업들 재무제표에 큰 변화를 준 꼴이다문제는 이 같은 현금 보유가 국가 경제에 대해서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양면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기업의 현금 자산 보유에 관한 연구 조사를 보면 기업의 잉여 현금은 외부 환경 적응과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완충제 역할로 작용한다고 분석돼 있다반면에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적 이익 추구 동기를 강화해 기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대안 수립의 의지를 감소시켜 기업 성과를 낮추기도 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또한 기업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할 경우 기업의 현금 보유는 오히려 기업 성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우리의 기업경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가 어려우니 관망세를 취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경기 활동은 위축되는 현상이 이런 기업경영의 전형적 사례이다.
 
대기업의 이 같은 경영전략은 내수 시장을 옥죄는 문제로 이어진다. 경기회복의  불확실성 때문에 현금 보유를 늘리면 대규모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투자와 같은 경제활동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중소·중견 기업의 경영 위축으로 이어진다. 국가경제 활성화에 쓰여야 할 돈줄이 위에서 막히니 당연한 결과다이처럼 대기업으로부터 막힌 현금 유동성은 중견·중소기업으로 이어져 연쇄반응을 불러오게 된다중소기업의 연체율이 현금 유동성 위축을 불러오는 경기 침체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0.49%로 전월 말(0.43%) 대비 0.06%상승했다늘어나는 대출 잔액으로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파산하는 기업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법인파산 누적 접수 건수는 103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652건 대비 58.6%나 증가한 수치다중소기업의 이런 현상이 대기업의 늘어난 현금 보유와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국내 경기 상황으로 이런 상관관계를 유추할 뿐이다돈줄이 막히다 보니  대출이 늘어나고 또 돈을 갚지 못해 파산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 맞다확실한 것은 이런 문제가 서민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월까지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의 수가 3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늘어난 규모로 향후 이 같은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의 대출을 쓴 것이 올 하반기부터 경제 악화로 서민과 취약계층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자산 가격과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양상이 나타나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 대출금리가 지난해 3분기부터 급격히 오르면서  민간 이자 부담은 2배 가까이 뛰는 모습이다.
 
정부 정책으로 간신히 기준금리를 붙잡아 두고 있지만 이는 땜질 처방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위기를 이겨 내려면 정부의 대책 마련은 당연지사다. 아울러 대기업의 설비투자·건설투자로 돈줄을 터 주는 경기부양책도 함께 쓴다면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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