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여성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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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여성 파업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30 06:30:00

▲ 아이슬란드 전역에서 모인 여성들이 24일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여성들이 성평등을 요구하며 ‘24시간 파업’을 벌인 것은 1975년 10월24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전체 여성의 90%가 참여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하루동안 일하고 밥하고 아이 돌보는 걸 거부했다. 학교와 보육원도 아이들을 받지 않아 아버지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일터에 가야 했다.

‘여성 파업’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듬해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법이 제정됐다. 1980년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이 나라에서 탄생했다.

인구 38만 명인 아이슬란드는 여성의 정치 참여 역사가 길다.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은게 100년이 넘는다. 여성 파업이 있었던 1975년 여성 의원이 전체 의석의 5%인 3명에 불과했다. 당시 다른 북유럽 국가의 여성의원 비율이 16∼23%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았다.

현재는 총리가 여성이고 각료 12명 중 6명이 여성인 나라로 변했다. 의회 의석도 여성이 절반을 차지한다. 다보스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성평등 지수에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국가다.

아이슬란드는 성평등 천국이지만 얼마 전 또 여성 파업을 벌였다. 첫 여성 파업 48주년을 맞아 용납할 수 없는 남녀 임금 격차 해소와 성차별적 폭력 근절을 요구한 사회적 외침이며 스트라이크였다.

전 인구의 7%가량인 2만5000여 명의 여성이 시위를 벌였다. 여성 승무원들의 동참으로 국영 항공사가 운항을 중단할 정도였다. 병원에 출근하는 직원들도 드물었다. 여성인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도 파업에 동참하며 하루 업무를 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먼 나라 얘기지만 부러울 따름이며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한국은 성평등 지수에서 무려 105위다. 성평등 문제와 관련된 조사에서 여전히 좋은 평가를 못 받는 한국이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성별 임금 격차’ 조사에서 39개국 중 가장 큰 격차인 31.1%로 나타났다.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은 70만 원도 못 번다는 얘기다.

OECD 가입 원년인 1996년부터 매년 ‘부끄러운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다. 우리의 성평등 문화가 확산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면 저출산 문제가 저절로 해결됨은 물론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짚기 바란다. 박병헌 국제문화체육부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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