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양극화 심화… 6년 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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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비우량 회사채 금리 차 61.9bp… 2017년 2월 이후 최고치
“비우호적인 회사채 발행여건… 등급별 수요 양극화 이어질 것”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13 13:21:05

▲ 13일 금융투자협회·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AA-등급과 A+등급 간 금리 차(스프레드)는 61.9bp(1bp=0.01%p)로 집계됐다. ⓒ스카이데일리

회사채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량·비우량물 금리 차는 0.6%p를 넘어서면서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우호적이지 않은 회사채 발행 여건 탓에 내년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삼성증권에 따르면 10일 기준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AA-등급과 A+등급 간 금리 차(스프레드)는 61.9bp(1bp=0.01%p)로 집계됐다.

회사채 AA-등급과 A+등급 간 스프레드는 작년 11월 중순까지 15bp 수준을 유지했지만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그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올해 2월 말에는 70.9bp까지 벌어졌고 이후에도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하며 60bp대에서 머물고 있다.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 스프레드는 한진해운 법원에서 파산을 선고받은 2017년 2월 기록한 71.7b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0년 이후 AA-등급과 A+등급 간 스프레드 추이를 보면 두 등급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2년 9월부터다.

당시 웅진그룹 계열 극동건설이 만기 도래한 어음 150억 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상황에서 웅진홀딩스가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우량·비우량채 스프레드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2014년 동양그룹 법정관리와 동부제철 자율협약 등 중견그룹 파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우량·비우량 스프레드는 더 벌어졌다.

그러다가 2017년 2월 법원이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리면서 우량·비우량 스프레드는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금융시장을 위협했던 2021년 3월에도 회사채 우량물과 비우량물 스프레드가 확대되긴 했지만 그 폭은 32bp 정도로 불과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2년부터 중견그룹들의 부도가 계속 발생했고 당시 중견그룹들의 신용등급이 A등급 또는 BBB 등급이었다”며 “최근에는 정부의 크레딧시장 지원 정책 덕분에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우량등급 위주로만 크레딧물을 거래하면서 크레딧시장 우려감이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로 요약하는 고금리 장기화 정책을 고수하는 만큼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AA등급 이상의 회사채 유효응찰률은 363%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요예측 초과율과 낮은 미매각률을 보였다. 반 A등급 이하는 유효응찰률이 271%에 그쳤고 7월 이후 미매각률이 30%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투심이 위축된 상황이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비우호적인 회사채 발행여건이 당분간 이어져 등급별·업종별 수요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량등급의 경우 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견조한 수요가 예상되지만 비우량등급은 추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고금리 시기 부각되는 크레딧 채권의 낮은 유동성 등으로 부정적인 조달 환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