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이스라엘 정보 실패와 대공 수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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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형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17 00:02:40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은 어느 한쪽을 편들기가 쉽지 않다. 각자 나름의 정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원주민(팔레스타인인)의 주거권은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다. 국제사회의 결정(유엔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안)은 인류 화해·평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다. 둘 다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공히 인정받아야 마땅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명백한 테러 행위이자 만행이다.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역시 나름의 정당성을 가졌지만, 민간인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실제로 막대하다는 점에서 지지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어느 쪽도 평화를 바라는 것 같지 않아서 둘 다 편을 들기가 힘들다. 하마스는 인질을 납치하면 이스라엘이 협상에 응하리라 생각했을까. 1972년 ‘뮌헨 참사’에서도 1976년 ‘엔테베 작전’에서도 이스라엘은 납치범 제거 작전을 선택했고 사실상 성공했다. 이스라엘은 지상 작전으로 압박하면 하마스가 항복의 깃발을 들리라 여겼을까. 지금과 똑같이 하마스와 충돌한 2021년 ‘11일 전쟁’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휴전을 제안할 때까지 저항했다. 그나마 범위를 가자지구로 제한하면 몰라도 세계 곳곳에 종교처럼 산재한 하마스를 궤멸시키긴 쉽지 않다.

‘사피엔스’의 저자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는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평소 평화 유지에 소홀하던 이스라엘의 오만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가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은 스스로 훨씬 강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을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고 국가를 분열시켰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 전부터 좌우를 아우르는 정당이 ‘정권 교체’라는 기치 아래 뭉치는 등 반대 여론이 높았다. 하라리 교수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하마스에 대한 승리를 확보하면 이스라엘 국민은 현 정부에 책임을 물을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적 음모와 메시아적 환상을 버리고 국내에서는 민주주의, 국외에서는 평화라는 건국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해도 실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나아가 국제법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하마스의 기습 침투 공격이 북한의 전술과 유사하다는 점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2016년 12월1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영상에서 북한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일명 ‘암살부대’는 패러글라이더 또는 낙하산을 타고 청와대에 침투하는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전파했는지 하마스가 본떴는지 불확실하지만, 하마스 대원이 뒤에 동력을 단 것을 제외하면 그냥 똑같다. 한국 군사력이 북한보다 월등해도 기습적인 국지 공격은 미리 막지 못하면 인명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미리 막으려면 적의 공격 조짐을 관찰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것이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정보 실패가 지탄받는 이유다. 외국도 아닌 본토를 목표한 대규모 테러 계획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면 대테러 첩보 활동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집트 정보당국 등에서 경고를 받았거나 이를 알고도 과소평가 또는 무시했는지 아직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5000~7000발을 쏘고 무장대원 약 2000명이 침투한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 ‘뮌헨 참사’나 ‘엔테베 작전’ 등에서는 주로 소규모 테러범이 비교적 적은 인원을 납치했다. 사람 목숨은 모두 소중하지만, 행위자와 목표의 규모가 클수록 관련 동향을 파악하기에도 용이하고,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갈 가능성도 커진다고 봐야 한다.

내년 1월1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對共) 수사권이 폐지된다. 이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대공 수사 업무를 전담한다. 2020년 12월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경찰의 역량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국정원이 수십 년간 쌓은 전문성을 국수본이 얼마나 빨리 커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적에 침투한 휴민트들은 더욱 걱정이 많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간첩 수사의 공백을 우려한다. 만약 북한이 남침을 계획한다면 한국 상황을 파악·보고할 간첩 활동이 필수적일 것이다. 국정원의 역할을 바로 잡든 국수본의 역량을 제고하든 안보 공백이 생기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김학형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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