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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한수원-산업부 공모 문건 단독입수
[단독] ‘월성원전 폐쇄’ 무죄될 판… 산업부 관피아 배임혐의 ‘무력화’
배임죄 증거 재산상 손해 비용
국가 대납… 범죄 不성립 유도
검찰 공소유지 심각한 변수로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4 00:05:00
▲ 올해 9월 전격 경질된 윤석열정부의 이창양 초대 산업부 장관이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21-206호’를 이용해 전력산업기금으로 탈원전 피해액을 배상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정부의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업부 관(官)피아(관료+마피아)가 주도하는 조직적인 ‘탈원전 무죄 만들기’에 개입한 정황이 잡혔다. 
 
이른바 ‘신내림 공무원’ 사건으로도 잘 알려진 월성 원전 1호기 사건은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틀기 위해 우수한 평가를 받아 온 원전의 경제성 평가 결과를 고의로 조작했다는 의혹 사건이다. 
 
문정부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2019년 감사원 감사가 들어오자 원전 문건 540건을 삭제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경위를 묻자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며 윗선을 고의로 은폐한 혐의로 올해 1월 유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재판에서 국가 원자력산업을 몰락시켜 막대한 국고 손실을 일으킨 백 전 장관 등 피고인의 배임 혐의 입증에 주력해왔지만, 엉뚱하게도 윤석열정부의 산업부 공무원들이 제 식구 감싸기에 적극 나섰다는 의혹 속에 검찰이 공소유지와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본지가 단독입수한 산업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윤석열정부의 첫 산업통상자원부 수장이자 올해 9월 경질된 이창양 전 장관은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21-206호’를 이용해 전력산업기금으로 탈원전 피해액을 배상하게 함으로써 배임 혐의 입증을 딜레마에 빠지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금은 전기사업법상 전기 사업자와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 충당해도 되도록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피해액은 “7000억 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 정부에서 이뤄진 일들이 불법 행위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한수원(왼쪽)과 산업부가 2018년 6월 월성1호기 비용 보전관련 주고받은 공문. 월성1호기 조기폐쇄 불법을 공모한 산업부와 한수원은 주고 받은 공문으로 배임의 책임을 면책할 방안으로 비용보전에 대한 입장을 상호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 제공
 
불법행위에 대한 손실을 국가 보전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칙에 따라 한수원으로부터 ‘나랏돈으로 비용을 보전해 달라’는 신청서가 공문으로 오면 산업부는 즉시 거부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이 오히려 행정적 판단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재판 개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한다. 잘못된 행정처리로 자기 돈이 아닌 나랏돈을 탕진하게 한 관련성이 입증돼야 피고인들이 사법처리받을 수 있다. 
 
검찰은 공소유지에서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법 규정을 근거로 피고인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법리를 검토해 왔다. 구상권은 개인의 잘못으로 조직이 피해를 당했을 때 조직이 피해액을 다시 조직원 개인에게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국가재산이나 다름없는 월성1호기를 문 정부 공무원들이 직무상 불법행위로 조기 폐쇄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천문학적 손해를 미친 사건의 책임을 공무원 개인에게 묻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산업부 장관의 고시로 월성1호기 손실을 야기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배임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임죄를 구성하는 핵심 요건은 재산상 손해인데 이 비용을 국가가 대납하게 함으로써 범죄 불성립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는 검찰의 공소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선 산업부가 눈물겨운 동료 감싸기 끝에 범죄의 구성요건을 무력화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무죄 판결’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 10월5일 정보공개된 산업부의 비용보전신청 보완요구 내역. 감시단 제공
 
배임죄 근거 없애 면죄부 받기… 산업부 ‘속 검은 꼼수’ 
 
이창양 장관 주도로 관피아 결탁… 나랏돈으로 손해 땜질 
한수원은 비용보전 방식으로 배임 회피… ‘한통속 야합’ 한심 
탈원전반대 감시단 “원전몰락 주범들 정부가 보호해준 꼴” 
  
앞서 문재인정부는 월성원전 운영 주체인 한수원을 압박해 2018년 6월 월성1호기 조기폐쇄 이사회 안건을 의결했고 이듬해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기폐쇄 결정했다. 
 
한수원은 조기폐쇄에 따른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배임과 손해배상 책임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예측하고 ‘에너지전환정책 이행 관련 비용 보전’을 산업부에 요청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2021년 6월 사건 관계자들이 기소됐지만 윤 정부의 첫 산업부 장관은 2021년 12월 장관 고시를 이용해 산업부의 조작 무마시도를 돕는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강창호 ‘월성1호기공정재판감시단(이하 감시단)’ 단장은 이창양 전 장관 등 산업부 고위 공무원 4명을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강 단장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력사업의 경쟁촉진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장기적으로 원전사업자를 시장에서 쫓아내는 탈원전 정책의 손해배상금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며 새 정부 들어서도 관피아의 제식구 감싸기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원전 가동중단으로 7277억 원의 손해를 입힌 한수원은 ‘배상’도 ‘보상’도 아닌 ‘비용보전’이라는 방식으로 배임 문제를 벗어나는 꼼수를 썼고 한수원 정 전 사장의 ‘배임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범죄 구성 요건 중 ‘재산상 손해’가 사라지면 피고인이 면죄부를 얻게 된다는 게 강 대표의 해석이다. 
 
또한 정 전 사장의 ‘배임 혐의’가 구성돼야 국가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데 불법에 대한 손해배상도, 합법에 대한 손실보상도 아닌 비용보전이라는 어정쩡한 방식으로 국민 세금만 축내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정 전 사장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으면 백 전 장관 등의 유죄 입증도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 단장은 “윤석열정부 탄생에 주춧돌 역할을 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사건이 전·현직 산업부 관피아의 농단으로 사실상 ‘무죄’로 끝날 판”이라며 “국가 원자력산업을 몰락시켜 국고손실의 주범인 백운규 일당을 윤 정부의 이창양 체제 산업부가 보호해준 꼴이 됐다”고 통탄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들에게 ‘무죄 혐의’가 나오면 ‘무고한 공무원을 3년간 수사 받게 한 대통령 프레임’이 총선을 앞두고 그려질 것”이라며 국민이 이런 과정을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21-206호를 보면 '전력산업기반기금(왼쪽 붉은 네모칸)'으로 비용 보전을 하게끔 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180일 이내에 비용 보전안을 심의·의결해야 하나 9번의 보완내역 신청으로 지난해 6월 최초 청구된 이후 현재까지 1년6개월 동안 비용보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감시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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