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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칼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씁쓸한 공치사
고동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6 00:02:40
 
▲ 고동석 편집국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정부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정·관계 인맥과 함께 두터운 신망을 쌓아 왔다. 뿐만 아니라 2013년엔 NH농협금융지주회장을 지내는 등 그야말로 정부 금융부처와 정책당국에 이어 금융계까지 두루 섭렵한 사실상 금융계의 대부(代父)’ 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인사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작년 말 경영 수완을 발휘해 온 손태승 전임 회장을 상대로 라임사태 중징계 차원에서 압박을 가해 용퇴하게 만들고 그 자리에 외부인사였던 임 회장이 취임한 것은 아직도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인상을 주고 있다.
 
한일은행 출신으로 금융계의 터줏대감이나 다름 없는 손태승 전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를 위해 강력한 추진 동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온 몸을 던져 왔던 터라 금융계 안팎에선 금융당국의 이례적인 압박에 떠밀려 회장 자리를 내줬다는 말들이 여전하다.
 
이처럼 손 전 회장의 경영 능력과 조직 운영에 대한 신망이 두터웠기에 임 회장은 올 2월 회장 물망에 오르내릴 때 7명의 사외이사 찬반 투표에서도 3명의 반대표를 받았으나 외부에서 작동되는 힘을 등에 업고 3월 이사회를 거쳐 취임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손 전 회장이 연임하는 동안 공을 들인 덕에 2000년대 초 금융당국이 공적자금으로 금융권을 주무르던 관치의 때를 마침내 벗겨 냈고, 25년 만에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정부나 공공기관 지분을 하나도 남김 없이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금융의 민영화 완성을 즈음해 회사 내부에서 임 회장을 향해 숨죽인 가운데 원성이 들끓고 있다는 후문이다. 202012월로 거슬러 가 보면 우리금융의 순조로운 민영화 행보와 전에 없던 매출 상승을 이끌었던 손 전 회장의 3번 연임은 기정사실로 예견됐었다.
 
돌발 변수로 그의 연임 발목을 잡은 것은 대구고검장 출신 윤갑근 변호사가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를 만나 라임자산운용 관련 펀드를 재판매하도록 로비했다는 의혹으로 구속되면서부터다. 윤갑근은 끝까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30년 가까인 몸담았던 검찰을 이기지 못했다.
 
이때부터 손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도마 위에 올라 연임불가설이 돌았다. 그 의혹은 윤 변호사와 동문에다 같은 학과였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도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하나 없는 허상이었다. 단지 의혹만으로 금융지주회장를 흔들어대는 금융당국의 용퇴 압박에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우리금융지주의 완전한 경영 독립을 목전에 두고 그가 느꼈을 굴복감은 참담했을 것이다. 억울함을 풀기 위한 개인적인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2년 뒤인 올해 3월 손 전 회장은 과거 1대 금융지주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접고 외부 인사인 임 회장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라임사태의 흠결이 덧씌워진 손 전 회장은 임 회장이 그나마 우리금융의 오랜 숙원을 이뤄 주길 바라며 자문역을 수락했지만 이마저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내려놓았다. 그의 마지막 사퇴의 변은 평생 몸담아 온 회사와 후배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한마디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임 회장 취임 이후 마이너스로 주저앉는 실적 부진과 무리한 자회사 편입으로 비은행부문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주식시장에서 타 금융지주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은 물론 시총 규모에서도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 밀리고 있는 현주소가 서글프기 그지없다. 
 
그런데다 임 회장의 마이웨이식 행보를 두고 금융지주 경영체제가 아무리 무주공산이라 해도 뜨내기식 경영’ ‘관치금융의 얼굴마담 회장이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올 정도로 부정적이다. 지난 몇 년간 혁신을 거듭해 왔던 우리금융의 열정적인 성장은 사라지고 시계를 다시 5년 전으로 되돌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998IMF사태로 무너질 위기에 놓였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공적자금을 조달받아 합병되어 설립된 우리은행은 2000년 정부 주도로 기존 주식이 모두 소각되면서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넘어갔다.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에서 실무를 맡았던 장본인이 바로 임 회장이다. 그래서 25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우리금융지주 구성원들의 고군분투와 노력·부침 속에서 마무리된 민영화 완성의 최종 무대 위에 임 회장이 금융지주의 수장으로서 공로를 누리는 모습에 더욱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금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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