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전쟁 무기로 성폭력 사전 계획”… 미 “석방 거절 이유”

뉴스 > 국제정치

경찰, 1500명 이상 목격자·의료진 증언 수집
카다리 교수 “여성 시신, 같은 형태로 손상”
미 국무부 “성폭력 발설 막으려다 휴전 종료”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5 11:58:14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사전에 성폭력을 전쟁 무기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도 하마스가 민간인 여성 인질의 성폭력 증언을 막기 위해 추가 석방을 보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각) BBC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성범죄의 증거를 조사해 왔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금까지 1500명이 넘는 목격자와 의료진의 성폭력 관련 증언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단 성폭행부터 시간(屍姦)까지 다양한 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여성 인권 변호사이자 운동가인 루스 할페린 카다리 교수는 BBC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10월7일) 한 여성이 몇몇 남성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봤다는 생존자의 목격담 같은 경우를 많이 봤다”라고 말했다.

카다리 교수는 남성 4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피를 흘린 여성을 치료한 구급대원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여러 곳에서 촬영된 시신들의 영상·사진을 봤다”라면서 “시신들은 모두 같은 형태로 손상돼 이 여성들이 처형되기 전 강간당했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단 하루 동안 여러 장소에 사건이 집중된 점을 들어 “(하마스가) 성폭력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려는 계획이 있었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하마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가 인질을 대하는 인도주의적 방식을 왜곡하려는 이스라엘의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정부는 여성 인질들이 억류 기간 중 하마스로부터 성폭력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일시 정지(휴전)가 무너진 이유 중 하나는 여성 인질들이 구금 기간에 무슨 일이 일었는지 발설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하마스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보고를 분명히 봤고 그들은 의심할 이유 없이 성폭행을 자행했다”라며 “민간인, 특히 여성 처우에 관해 하마스를 넘어설 세력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스라엘 여성 인권·법률 활동가들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성폭력을 포함한 성 기반 폭력에 대한 보고를 공개적으로 인정할 것을 주요 국제기구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유엔 산하 기구들은 전쟁 발발 한 달이 넘도록 하마스의 성범죄에 관해 인정하지도 논평하지도 않아 결정을 계속 미룬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외무부는 유엔 여성기구가 하마스의 성범죄에 관해 50일 가까이 논평을 내놓지 않다가 이날에서야 간단한 경고 성명을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매년 11월25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조사위원회가 성범죄를 포함한 전쟁범죄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튿날(3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하마스가 자행한 끔찍한 테러 행위 중 성폭력에 대한 수많은 혐의가 있어 강력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라고 조사를 촉구했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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