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인터뷰
[인싸의 세계] 폐교 위기에서 K-팝 신전으로… 박병규 K-POP高 교장
한국의 자산은 문화 소프트파워!
세계 유일무이 교육기관을 만들다
광천고에서 한국K-POP고등학교로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7 00:02:48
 
▲ 박병규 교장이 6년 전 처음 취임했을 적 이야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광천=임유이 기자
 
국내 유일 한국K-POP고등학교가 내년 2월 제2회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광천고등학교가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환 후 두 번째 맞는 졸업식이다.
 
6년 전 박병규 교장이 처음 취임했을 때 광천고는 지방 소멸 여파로 폐교 위기에 몰려 있었다. 박 교장은 아카데미 등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K-팝 전문학교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세계 유일 K-POP고등학교
 
▲ 한국K-POP고등학교 학생들이 댄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천=임유이 기자
 
2017년은 K-팝의 도약기였다. 막 데뷔한 걸그룹 블랙핑크를 위시해 신생 그룹이었던 BTS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트와이스·레드벨벳·지코·마마무 등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이 K-팝 시장의 지경을 넓히는 중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K-팝의 가치를 인지하던 차에 박 교장이 광천에 K-팝 특성화고를 유치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박 교장을 발탁한 고 박상진 광천고등학교 이사장의 안목 역시 탁월했다고 할 수 있다.
 
평교사에 불과한 나를 어떻게 믿고 교장직을 맡기시려는지 아리송했다. 박 이사장에게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그로선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확실하게 되살릴 방안이 서지 않는 이상 교장직 수락은 무의미했다. 고민 끝에 그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인사권과 재정집행권에 대하여 최대한 권한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박 이사장이 이 조건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2017년 광천고 교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광천고 상황은 매우 안 좋았다. 신입생 수는 8명에 불과했고 학교 기강도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져 있었다. 학생들이 창턱에 걸터앉아 대 놓고 담배를 피워댈 정도였다
 
▲ K-POP고는 최신 설비와 최고의 강사진을 자랑한다. 광천=임유이 기자
 
박 교장은 칼을 빼 들었다.
 
광천고등학교와 같은 학교법인 아래 광흥중학교가 있었다. 박병규 교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사장을 찾아가 중학교를 폐교하자는 의견을 냈다. 법인 측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멀쩡한 중학교를 폐교하자니! 더군다나 광천읍은 단일학군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학생 배정이 되는데 살리라는 고등학교는 안 살리고 잘 있는 중학교를 폐교하자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사장은 처음엔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박병규 교장은 여러 차례 이사장과 이사진을 만나 설득과 이해를 구했다. 기업도 도산에 직면하면 모기업을 살리려고 알짜배기 자회사를 팔아서 모기업을 살리듯 중학교를 자진 폐교함으로써 첫째, 고등학교 혁신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둘째, 중학교 폐교를 통해 인적 쇄신을 도모하고 셋째, 필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정말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다, 주어진 시간과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등학교를 살려 보자 며 이사장과 이사진을 끊임없이 설득해 나갔다. 결국 법인에서도 고심 끝에 큰 결단을 내렸고 조건 없이 순순히 중학교를 폐교에 동의했다. 이는 전국 사학재단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박 교장은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2023학년 신입생 경쟁률은 2.7대 1
 
▲ 한국K-POP고등학교 학생들이 악기 연주를 하고 있다. 광천=임유이 기자
 
굵직한 것들이 정리되자 박 교장은 신개념 고등학교 오픈을 위한 세부 절차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학교는 처음이다 보니 학교명에 영문을 넣어도 되는지 관계 부처에 문의했다.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은 후 바로 등록 절차를 밟았다.”
 
개교하던 그해 5월 물심양면 그를 지원하던 박상진 이사장이 세상을 떴다. 박 이사장의 뒤를 이어 아들인 박천수 이사장이 취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박 교장은 개교를 일주일 앞두고 미용실을 찾아갔다. 기성세대의 상징 ‘2 대 8 가르마를 버리기 위해서였다.
 
헤어스타일이 바뀌면 옷이 바뀌고, 옷이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형식은 단순히 내용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내용물을 결정하는 사고의 틀이라는 러시아형식주의의 금언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K-POP고는 공식 교복이 있지만 그것은 입고 안 입고는 학생에게 맡기고 있다.
 
학교 이름부터 교사·직원·교복까지 모든 것을 다 바꾸었지만 그가 한 가지 못 바꾼 게 있다. 총동창회에서 간곡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60년간 사용했던 교가는 그대로 두었다. 대신 랩이 들어간 생활 교가를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2020년 댄스·보컬 중심의 2개 학급으로 출발한 학교는 현재 총 120명이 재학 중이다. 댄스·보컬··미디는 물론 작곡·음악편집· 영상제작 등 교육 과정을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교과과정만 늘어난 게 아니다. 2023학년 신입생 모집에는 전국에서 응시자가 몰려 2.7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 잔디가 깔린 한국K-POP고등학교 교정에서 학생들이 안무를 짜고 있다. 광천=임유이 기자
 
지난여름에는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광천까지 취재를 왔다. 더타임스는 “BTS·블랙핑크 등 세계적 그룹을 탄생시킨 한국이 최근 수학·영어와 함께 K-팝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설립했다. 교육 당국의 취지는 1618세 학생들이 아이돌의 꿈을 키우면서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한국K-POP고등학교를 소개했다.
 
물론 K-POP이 긍정적인 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더타임스도 4월 숨진 아스트로 소속 문빈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K팝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지적하기도 했다.
 
더타임스는 수많은 이들의 희망을 쌓아 올리면서도 결국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희망을 무너뜨리는 이 산업은 젊은 층의 정신 건강을 해치도록 설계됐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인터뷰에 응한 한 학생은 “K-팝 산업의 어두운 면을 잘 알고 있다. 나로선 스타를 향한 꿈이 더 크고 강하다. 어두운 면은 감수할 가치가 있는 위험이다라고 똑부러지게 소신을 밝혔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 박병규 교장은 모든 상담에 성실히 응하는 것은 물론 방문객에게 관련 자료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광천=임유이 기자
 
내년에는 국제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동남아권은 물론 영어권 학생들을 다수 받아들여 학생의 다국적화를 시도할 생각이다.”
 
이런 청사진으로 각국에 K-팝 캠프 안내장을 보냈더니 캐나다·일본에서 학생들로 이루어진 답사팀을 보내 왔다. 박 교장은 910일 일정으로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을 짜서 외국 학생과 한국 학생이 기숙사 한 방을 쓰도록 했다. 그 사이 학생들은 정이 들어 헤어질 때 껴안고 울었다.
 
박 교장의 머릿속에는 많은 계획이 들었다.
 
이런 활동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세계에 배포하면 어떨까? 러시아·우크라이나 학생들을 초청하면 어떨까? 유명 기획사를 초청해 세계대회를 개최하면 어떨까? 충남도청에만 32개 국가의 자매도시가 있다.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케이팝과 산업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 축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이런 원대한 꿈을 목표로 박 교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정부로부터 생활SOC복합화사업을 유치하여 55억 원을 투입, 공연장을 비롯한 부대 시설을 짓는 중이다.
 
최근 들어 타 고등학교에서 견학 오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박 교장은 모든 상담에 성실히 응하는 것은 물론 관련 자료도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박 교장은 더 나아가 K-POP고 해외분교를 생각하고 있다. 한국어로 수업한다면 문화 전파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K-POP고에서 그의 임기도 다 되어 간다. 사립학교장의 임기는 1회 중임을 포함해 최대 8년이다. 사립학교만의 장점이 있다. 공립은 교장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학교장이 소신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그가 더 많은 것을 이루리라 믿는다. 이제껏 그래왔듯.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2
좋아요
2
감동이에요
0
화나요
2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