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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김치볶음밥이 있다면 중국엔 계란볶음밥이 있다. 흔히 ‘중국집’으로 불리는 중국 식당 메뉴에 빠지지 않는 볶음밥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한 유명 셰프가 “앞으론 절대로 계란볶음밥 요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외신에 실렸다.
화제가 된 중국 셰프의 이름은 왕강. 그는 온라인에 요리 동영상을 올려 무려 1000만이라는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요리사다. 그가 지난달 계란볶음밥을 만드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여기에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과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도대체 계란볶음밥이 무슨 잘못일까. 중국에서는 근래 계란볶음밥이란 메뉴가 매우 민감한 이슈가 되어 왔다. 특히 10월과 11월에는 인터넷에서 금기어가 될 정도로 예민한 주제가 됐다.
이는 사실 73년 전 한국이 겪었던 불행한 역사인 6·25전쟁과 깊은 관계가 있다. 당시 중국 최고 권력자였던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은 중공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에 계란볶음밥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문의 내용은 마오안잉이 대피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불을 피워 계란볶음밥을 만들려다 연기가 미군 전투기에 발각되는 바람에 폭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그의 ‘영웅적 죽음’을 희화화해 소문을 퍼뜨리는 자를 엄단하겠다며 단속에 나섰다.
따라서 마오안잉의 생일과 기일이 들어 있는 10월과 11월이면 누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계란볶음밥’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면 이는 마오안잉에 대한 ‘모욕과 조롱’으로 비난 받는 분위기가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계란볶음밥과 마오안잉을 하나로 묶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마오안잉의 기일인 11월25일을 ‘계란볶음밥 축제일’로 기념하기도 한다는데 그 이유가 놀랍다. 마오안잉이 살아 있었다면 마오쩌뚱의 뒤를 이었을 것이고, 그러면 중국은 북한과 다름없는 독재국가가 됐을 것이라는 가설이 그 이유다. 2021년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한국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계란볶음밥”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10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계란볶음밥에 감사하는 그들이 정작 폭격을 가한 미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문득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박선옥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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