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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에서 90억 원가량의 내 건물을 25억 원 받고 무조건 나가라는 것입니다. 지금 나오는 역삼2동 모아타운 감정평가는 건설업체 입맛에 맞춰서 다 바뀔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결국 건설업체 배만 불리는 사업을 끝까지 반대하겠습니다”(역삼2동 원주민).
“일생 모은 돈을 투자해서 노후에 편안하게 살 주택 하나 짓고 월세 소득 받아 살려는 꿈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이 걸렸는데 시가 갑자기 다수결로 결정됐다며 내 집을 뺏어가겠다고 하면 참을 사람이 있겠나요? 평생 키운 반려견이 못생겼다며 뺏어가고 새 강아지를 다수가 원한다며 주는 꼴입니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사유재산을 이런 식으로 빼앗아가나”(역삼2동 다가구 임대사업자).
빌라촌이 2592세대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시킨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역점사업인 강남구 역삼2동 모아타운 사업이 공모 신청 전부터 거센 원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원주민 아닌 갭투자를 노린 투기 세력만을 위한 사업 구상으로 결국 주거권과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게 반대의 요지다.
최근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강남구청 주최 서울시 모아타운 수시공모를 위한 주민설명회는 시작 전부터 역삼2동모아타운개발반대대책위원회(반대위)의 피켓 시위와 항의가 이어졌다. ‘역삼 모아타운 결사반대’ ‘불황기에 건축하다 부도나면 끝장이다’ ‘임차인 보증금은 누가 책임지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한순간에 수(십)년간 얻어 온 소득 원천인 임대·사업수입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며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택담보대출도 안 나오는 가격으로 평생 살아온 주택을 뺏기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모아타운 추진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이 펼쳐지고 있었다.
모아타운은 10만㎡ 미만 사업지 대상 노후건축물가 해당 사업시행구역 전체 건축물 수의 50% 이상이면 구역이면 지정된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모아 체계적인 주거지 정비를 통해 양질의 주택, 지하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지역 단위 정비 방식이다.
이날 박근제 강남구 재건축사업과 관리팀장의 진행으로 이어진 이번 모아타운 추진 사업의 요지는 △역삼2동의 경우 노후도는 57%이며 대지면적 9만1921㎡(약 2만8000평) 대상으로 △2029년 입주 목표로 2592세대 대단지 아파트를 관리계획 승인→사업시행자 지정 고시→시공사 선정 등의 과정을 거치며 △3종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해 아파트 대단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강남구청은 ‘구청 공모방식’ 제안을 추진했다.
역삼2동 6개 구역 통합 주민 동의 서울시 공모 신청 자격 기준 30%를 넘어 55.9%를 달성해 강남구청에 신청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2월 ‘모아주택 2.0’을 발표하면서 기존 연 1~2회 정해진 기간에 공모를 진행해 대상지를 선정하던 방식에서 공모 기준을 충족하면 언제든 수시 신청할 수 있도록 바꿨다. 강남구 모아타운 추진 사업지는 3곳으로 △삼성동 26 △개포동 1201 △역삼동 774 일대이다. 지난해 일원동 대청마을 모아타운 추진 사업을 맡았던 박 팀장은 추진 내용에 대해 “공모 시에 서울시 선정위원회가 선정 결과 등에 대해 비공개에 부친 만큼, 가능성은 알 수 없으며 종합적 검토를 통해 서울시에서 진단할 것”이라고만 언급하며 말을 아꼈다.
역삼2동 모아타운 추진준비위원회는 “역삼2동 일대는 반지하 비율이 40%에 이르러 재건축 필요성이 높은 데다 도로보행, 차량통행 문제에 상습 침수 구역이 많은 노후주택 중심 다가구 거주지역인 만큼 모아타운 선정과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어진 주민들의 찬반 의견 수렴에서 반대위의 거센 항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대위 측은 ‘금전 손해’ ‘추가 비용 부담’ ‘이주 후 거주 비용’ ‘분양권 담보대출’ 등에 대한 하나하나 구체적 로드맵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평생 살아온 내 집 한 채를 노후 정비 주택이라는 핑계로 뺏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개인이 평생 모아 온 사유재산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국가가 어디 있느냐”며 “주민 70%가 찬성하고 나머지 30%가 반대하면 30%는 희생당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명백하게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는 퇴행의 길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주민도 “지금 동네에는 ‘평당 1억2000만 원까지 오를 것’ ‘2억도 가능하다’ ‘아파트 2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소리가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이런 근거 없는 소리에 주민 갈등만 높아지고 있고, 이웃 대부분이 적과 아군으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반대위는 반대동의서가 이미 토지 면적의 3분의1 이상 접수됐으므로 ‘사업 철수는 당연지사’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빈소법(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개정으로 공동주택 외(단독다가구)의 토지 면적 2분의1 반대의 경우를 들어 이번 사업 철회 근거를 들었다. 반대위 측은 “구청 공모 방식과 주민 제안 방식 모두 전체 토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의 소유주가 반대했으므로 이번 사업은 불가능하다”며 “신속 통합 방식도 노후도 미달로 불가능함에도 부동산 업체와 정비 업체들이 주민을 현혹하며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다는 식의 사탕발림으로 현혹해 투기를 조장하며 찬반양론으로 주민 갈등까지 심화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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