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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제1회 열린포럼 ‘호남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호남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⑤ 공천만 받으면 당선… ‘서울 줄대기’ 바빠 지역 정책개발 뒷전
호남에서 정치하면서 자녀들은 서울로… 지역 청년정책엔 무심
끼리끼리 네트워크… 시민단체와 언론도 견제·감시 역할 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11 18:46:57
이양승 국립군산대 교수의 글 전라도 시스템 부재와 비정상적 과열’은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의 호남과 대한민국과 함께 스카이데일리 제1회 열린포럼 호남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의 귀한 성과다.
 
주 대표가 호남 혐오의 역사적 연원과 호남의 낙후성·전근대성을 통렬히 지적하며 근대화가 해결책임을 말했다면 이 교수는 호남에 민주주의 시스템이 전혀 작동할 수 없는 이유를 직격하며 지방자치 30년간 사실상 일당 체제·권력교체 가능성 제로인 채 실제 어떤 상황이 됐는지 고발했다. 
 
이 교수는 발표문 서두에서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사태를 호남 문제의 집약판으로 짚었다. 이어 지방자치가 스스로를 다스리는 권리(自治)’ 대신 중앙 인맥에 기댄 지방 패권 추구에 불과하며 이대로라면 호남이 왜 스스로 망해 갈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스카이데일리 제1회 열린포럼 '호남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금기시되어 온 화두의 최초 공론화라는 점에서 역사적 출발이었으며 묵직한 발표문들이 의미를 더했다. 두 번째 발제자 이양승 국립군산대 교수가 호남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기능하지 못하는 현실과 그 배경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스카이데일리
 
호남에서 선거는 승자 독식·약탈게임
 
한국엔 다수결이란 미명하에 선거도 참 많다. 대통령국회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도지사시장교육감대학 총장구청장군수당 대표지역 위원장, 심지어 아파트 동 대표각종 학교 총동문회장도 선거로 뽑는다. 대개 봉사하고 싶어 나섰다고 하지만 선거전이 그토록 치열한 걸 보면 출마 동기가 봉사 정신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선거에서의 승리는 벼락출세로 이어진다. 당선자를 도운 사람들도 벼락출세 혜택을 누린다. 호남에선 그런 경향이 한층 심하다. 그래서 이기기 위해 모든 걸 건다. 모든 걸 다 활용하고 동원한다. 편 가르기 역시 빠질 수 없어 선거가 끝난 후 뒤끝을 겪는 등 후유증이 크다. 줄 잘못 서면 보복도 따른다.
 
선거 ‘승패에 중간은 없다. 이긴 편에 서면 임명직에 오를 수도 있고, 권력을 이용해 자녀를 취업시킬 수도 있다. 고등고시에 합격해 한평생 걸려서도 못 올라갈 만큼 높은 자리에 누군가는 선거라는 특별 전형을 통해 단숨에 올라간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지대추구(방해 공작·로비 등으로 부당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 유인이 강하다. 가능한 한 권력을 더 많이 누리려 하고 권력에 집착한다.
 
특정 지역의 지방 권력은 지방자치체 시행 이래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다. 연고주의로 묶인 사람들이 권력을 독식하며 권력 피라미드를 만들어 놓았다. 권력에 줄이 닿는지의 여부에 따라 수혜자·피해자가 갈린다. 그 권력이 바뀌지 않으리라 모두 함께 기대한다. 권력은 대물림되고 줄을 댄 사람들도 대물림해 가며 권력을 누린다. 그러니 새로운 생각과 혁신이 나올 수 없다.
 
한국에서 선거는 제로섬게임의 가장 극단적 형태라 한다. 게임의 결과가 승자독식이라지만 엄밀히 말하면 승자독식·약탈이다. 모든 책임을 패자가 짊어진다승자는 권력을 이용해 패자 죽이기도 할 수 있다 
 
호남에서 정치하면서 자식들은 서울 시민… 지역 청년 정책에 무심 
 
호남에선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된다. 그래서 정책 개발보다 상경해 ‘줄 찾기’ 하는 게 더 중요하다호남 청년들은 일자리 부족도 문제지만 비전(vision)이 없다’는 하소연을 입에 달고 다닌다. 선거 때 아니면 지역 청년들에게 관심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관련 정책도 거의 없다자기 자녀들은 대부분이 서울에 살고 있으니 지역 청년이 아니다. 그러니 남의 일로 여겨질 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민주주의’ ‘독재 타도’ 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말만 한다.
 
호남 자치단체장 등 정치인들은 늘 ‘중앙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그래서 지역에 만연해 있는 것은 줄 대기’ 경쟁이다. 그 중앙 인맥이 안 된다고 거절하면 지역발전 계획이 전면 취소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중앙 연줄통해 예산 따 오기지방자치 현주소
 
지자체장 선거에 포퓰리즘이 만연해 있다. 포퓰리즘을 추구하는 지자체장이 좋은 평판을 못 얻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현지인들의 의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에 의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권리주체로서 지방행정을 감시·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스스로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지방자치제가 추구해 온 것은 지역 패권일 뿐 민주주의가 아니다.
 
호남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예산 집행을 애타게 기다린다. 이른바 ‘예산 폭탄=예산 복()’이다. 출세한 사람의 금의환향을 바라는 건 을 대기 위해서이며 그 을 통해 예산이 펑펑 내려지는 것을 축복으로 여긴다지역 사람들 역시 지역의 발전이 예산 복탄을 통해 이뤄진다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예산 복탄을 오남용할 경우 더 망하게 돼 있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30년이 넘었건만 호남 지역 재정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부지기수다. 전라북도(24%)·전라남도(26.23%)는 재정자립도에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꼴찌다. 전북이 가장 심각하다. 광역단체 전북엔 14개 기초단체들이 있는데 이 중 9개가 재정자립도 10% 미만이다. 진안이 6.42%로 전북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실은 무늬만 지방자치인 셈이다. 지자체들이 재정자립도를 올리고자 세수 확보에 안간힘을 쓴다는데 엉터리없는 소리다. 그들의 방법은 딱 하나, 중앙으로부터 예산 폭탄’(일명 예산 복탄’)을 기대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중앙 인맥연줄을 애타게 찾고 지역발전을 위해 큰 인물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지역민에게 예산 폭탄은 로망이다.
 
어떤 후보가 한평생 그 지역에 살면서 표밭을 다져 왔는데 중앙당이 끼리끼리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서울특별시민낙하산으로 공천한다. 이럴 때 그 낙하산’은 중앙 인맥을 이용해 예산을 끌어와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한. 하지만 그 말은 실현되기도 어렵거니와 실현된다 해도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에 반한다. 중앙에 예속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지방자치제란 지역민이 지역살림을 알아서 한다는 뜻이다
 
지역 특수성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예산 확보 전략을 수립하지 않고 무조건 중앙 예산을 기다린다는 것은 썰렁한 코미디다. 지자체 대부분 유사한 방식으로 예산을 따내려 노력 중이다. 따라서 힘 세고 중앙에 빽·줄 댈 사람을 지역 대표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가 퍼져 있다. ‘중앙 인맥을 통해야만 예산이 확보될 지자체라면 폐지돼야 마땅하다.
 
향토학사… 청년 유출 걱정하면서 고향 떠나라’ 보조금 주는 격
 
또 하나 코믹한 사례가 향토학사’ 일명 서울 장학숙이다. 고향을 떠나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지자체가 서울 시내에 마련한 기숙사를 말하는데, 강조하건대 망하는 지름길의 방정식이다. 지방은 큰 인물에 목말라 있다. 스스로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항상 타는 목마름으로 출세한 이들을 찾아 나선다
 
호남 지자체들이 만든 향토학사는 더욱 황당한 느낌이다. 지역에서 청년들이 사라진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마당에 청년들이 서울로 떠나도록 보조금을 주는 격이다. 지자체가 별도의 장학회나 인재육성재단 등을 설립해 예산을 지원한다. 어떤 향토학사는 월 15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숙식을 제공한다니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향토학사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호남 지자체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턱없이 낮다. 10% 미만인 곳도 많다. 그런데 서울에 장학숙을 지어 놓고 매년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는 모습을 보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없는 살림에 꼭 도와야 한다면 상경한 청년들보다 지역에 남아 있는 청년들을 돕는 게 맞다. 지역 청년들에게 돈을 쓰면 그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호남은 청년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 유출 걱정과 향토학사 운영은 상호 모순이다. 지자체가 상경 학생들의 유학 경비를 보조해 주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지역에선 그 이유를 출세중앙 인맥에서 찾는다. 즉 그 지역 출신이 훗날 출세해 고향에 예산을 챙겨 주는 역할을 하리라는 막연한 기대…. 코미디다. 당장 지역이 고사하는 마당에 상경한 청년 누군가가 출세한들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대구와 경북 두 광역단체는 2022년 서울에 400명 규모의 장학숙 건립을 계획했다가 청년 유출과 지역 소재 대학생 역차별 논란이 일면서 해당 계획을 포기했다. 강준만 교수는 저서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에서 서울의 향토학사를 지역발전 전략이 아니라 지역황폐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장학숙에 입사한 상경 청년들이 세금을 통해 큰 혜택을 누리는 반면 지역에 남은 청년들은 그 혜택에서 소외된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이다그 세금엔 대학 진학을 포기한 청년들 내지 지방대학에 다니는 청년들과 그 부모들이 낸 세금도 들어 있다. 세금을 그렇게 쓰면 안 된다
 
서둘러 향토학사를 폐지하고 그 건물들을 향토 호텔로 개조해 활용할 것을 권한다. 모든 것이 서울에 몰리고 쏠려 있는 오늘날 전라도 사람들도 서울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으니 저렴한 숙소가 아쉽다. 세금은 그렇게 써야 맞다.
 
서울바라기지자체장들
 
호남의 역선택은 또 있다. 절대 뽑혀선 안 될 사람들이 지자체장으로 뽑히는 것, 즉 ‘서울바라기지자체장이다. 그들은 출향 인사들이다. 그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줄곧 서울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그들은 서울 특별시민들이다. ‘서울바라기들에게 지역 행정을 맡기면 어떻게 될까? 일단 지역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만다.
 
서울바라기지자체장들은 지역발전과 지역민에게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다. 중앙권력으로부터 지방 통치를 위임받아 특정 지역을 관리 중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임기가 끝나면 섬마을 선생님처럼 서울로 떠날 것이다. 호남에서 임기를 마친 국회의원들지자체장들이 지금 어디 살고 있는지 따져 보라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대통령 임기 전에도 후에도 자신과 가족 모두 서울특별시민들이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논리라면 지방 권력은 그 지역 사람들로부터 나와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방 권력은 중앙 권력으로부터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호남권 지자체장들의 경우 말 그대로 제왕이 될 수밖에 없다. 권한이 집중된 채 견제 세력도 감시 기능도 없기 때문이다. 부패 시스템은 그렇게 시작된다.
 
호남에선 모두 끼리끼리네트워크에 끼어 들어가 있으니 시민단체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따라서 호남 지자체들은 견제·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부조리와 부패가 활개 칠 수밖에 없다. 견제·감시 기능이 없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누려 온 특정 정당, 그건 자치가 아니라 패권이다공무원들 임금 주기도 벅찬 기초단체들이 많으면서 선심성 정책들이 남발돼 왔다. 선심성 정책은 그에 대한 예산집행 자체가 낭비다. 불필요한 곳에 쓰느라 필요한 곳을 못 살피니 이중으로 낭비다.
 
지역 감정과 표 몰아주기의 여파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거의 모두 같은 당인 호남에선 지방 재정 및 회계에 대한 정보 공개조차 제약을 받는다. 회계자료를 분석할 전문가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주민이 이에 무관심하다. 이런 가운데 자원배분은 왜곡되고 비효율성이 심화되면서 지역경제가 바닥을 향해 달리게 된 것이다.
 
선출된 사람들이 조선시대처럼 스스로 벼슬하고 있다’ 착각하는 듯하다. 그들의 직위는 임금에게서 하사받은 벼슬이 아니라 지역민에 의해 위임된 것일 뿐이다. 지자체장이나 의원 등의 권한은 지역민의 것이다. 그런데 그 권한이 중앙의 유력 정치인들에게서 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새다. 그런 사고방식이 호남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기 때문이다.
 
전원일기판타지아
 
▲ 한국 최장수 TV 드라마 ‘전원일기’의 출연진.
 
전라도로 농촌 유학보낸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말 하는 사람의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전라도에 내려가 전라도민으로 살라고 하면 당장 숨어 버릴 것이다. ‘시골’ 하면 한국 최장수 드라마 MBC ‘전원일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전원일기 판타지가 있을 뿐이다. 케이블TV 시대인 오늘날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보면 아직도 만나게 되는 전원일기’…. 시골을 끔찍이 싫어하면서 시골의 삶을 그리워한다고 하는 식 아닐까.
 
우리나라 시골은 그리 평화로운 곳이 아니다. ‘아전인수’, 글자 그대로 제 논에 물 대기’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시골에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표현한다. 한국 농업의 근본은 벼농사인데 비가 적절히 내리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방법이 없었다. 오늘날까지 물 대기’ 갈등은 시골에서 심심찮게 빚어지곤 했다. 선거로 ‘이웃사촌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인간혐오 현상이 번진 곳도 많다. 경로당 표심을 위해 선거전문가들은 더욱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갈라치기’ 역시 빠지지 않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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