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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①최초 공론화로 역사적 출발... '호남이 변해야 대한민국이 산다'
스카이데일리·정교모 공동주최 제1회 열린포럼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이양승 군산대 교수 발제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02 20:25:28
▲ 2일 스카이데일리 제1회 열림포럼 '호남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국가통합과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논의임에도 금기시됐던 화두다. 최초의 공론화라는 역사적 출발에 호남 출신 발제자들의 오랜 통찰·사유의 깊이를 보여준 묵직한 발표문들이 의미를 더했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 제1회 열린포럼 호남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가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국가 통합성·선진화에 절박한 화두, 그러나 금기시됐던 이 문제의 최초 공론화 노력이다. 출발 자체가 역사적이다
스카이데일리·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 주도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묵직한 글과 발언으로 가득했다. 김경재 16대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최광 제34대 보건복지부 장관, 심재철 제20대 국회 부의장의 축사엔 이 행사를 향한 저마다의 남다른 소회가 담겼다.
 
포럼의 중심은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와 이양승 군산대 무역학과 교수의 발제였다. 각각 호남의 냉철한 자기인식호남이 나아갈 바를 선명하게 짚었다이들 호남출신 발제자의 말과 글은 오랜 통찰·사유·체험의 깊이를 보여준다.
 
▲ 이번 포럼의 기획자이기도 한 조정진 스카이데일리 대표이사가 인사말에서 "호남은 백제멸망 후 자의반 타의반 갇혀살아온 패배·피해 의식의 역사적 창고에서 스스로 걸어나오라"며 "애향심보다 애국심"을 호소했다. 스카이데일리
포럼 기획자인 조정진 대표의 인사말 애향심보다 애국심이 더 크길 바라며는 호남을 향한 대한민국 애국시민의 보편 정서를 대변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마저 특정 당이 싹쓸이 하는 현상의 비정상성을 지적하며 호남이 변해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호소했다. 
 
먼저 첫 발제자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의 발표문 호남과 대한민국요약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호남문제의 기원1 : 해방 전후
 
택리지(擇里志저자 이종환이 호남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한 사실은 유명하다호남 출신 선비가 직접 자신이 경험한 호남 혐오 현상에 대해 남긴 기록은 쉽게 무시하기 어렵다. 18세기의 호남 선비 이재(頤齋황윤석의 자평에 따르면 호남은 기질이 경박하고 속임수가 많다 변괴(흉악한 범죄)가 많다 역적이 많다.
 
하멜 표류기도 비슷하다네델란드인 하멜의 조선 체류 13년 중 11년을 호남에서 지냈으니 사실상 호남 인상이다. 그는 조선인을 ‘절도·사기·거짓말’에 매우 익숙한 사람들로 묘사했다. 오늘날 호남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편견으로만 치부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
 
호남 내부에 혐오를 부르는 요소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선천적 유전적 배경 탓으로 본다면 과학적 근거 여부를 떠나 호남문제를 풀 수 없다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지만 호남을 한국의 한국이라고 한다한국적 특징을 가장 많이 가진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가 '호남과 대한민국'을 발표하고 있다. 호남현실의 근본적 역사적 연원을 짚으며 냉철하고 깊이있는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스카이데일리
이 명제를 이해하기 위해 1960~70년대 해외에서 한국 이미지가 어땠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매우 부정적이었다. 단적인 사례가 관용어 코리안 타임. ‘전반적으로 약속을 안 지킨다그래서 못 믿을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집약돼 있다하멜이 남긴 기록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의 한국’ 표현은 호남이 과거의 대한민국을 상징한다는 뜻이며 여기서 한국’이란 과거의 한국 즉 조선을 가리킨다고 봐야 한다호남의 전근대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호남의 근대화 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구한말과 식민지기를 거치면서 호남은 쌀 수출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지주계급의 성장과 소작농 확대가 이뤄진다. 1943년 통계를 보면 호남에서 미곡을 500석 이상 수확하는 대지주 숫자가 604, 그들 소유의 경지면적이 66796정보였다
 
영남의 경우 대지주 숫자 422명에 경지면적은 44279정보. 지주 1인당 경지 규모가 호남 110.5정보, 영남 104.9정보(조선은행조사부 '조선경제통계요람' 1949). 호남이 전체 경지면적이나 대지주 숫자, 지주당 경작 규모 등에서 영남을 압도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즉 호남은 소수의 대지주와 대다수 소작농으로 구성된 양극화 구조였다. 첨예한 계급갈등을 낳기 쉬웠고 사회적 갈등 면에서 호남이 영남보다 훨씬 더 예민한 상태였다는 얘기다. 이것이 일제의 패망 이후 공권력 공백 상태를 맞아 분출한다. 억눌리고 내재됐던 갈등이 폭발해 6·25를 맞아 처참한 유혈극으로 현실화됐다
 
당시 호남지역 학살피해자가 84003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학살피해자 128936명의 약 65%, 전남 내 피해자 69787명은 호남 전체의 83%. 극심한 좌우대립의 결과로서 그 근저에 해방 이전부터 쌓인 지주·소작농 갈등구조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끝난 이후 좌익들이 고향에 그대로 살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켜켜이 쌓아온 묵은 원한의 당사자들인데다 자신들의 보호자들은 북으로 갔거나 지리산 빨치산이 됐다. 다만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하긴 불가능했으며 그나마 현실적 대안은 익명성이 보장된 도시 지역으로 숨어드는 것이었다.
 
근대의 좌파 이념은 정치투쟁과 권력쟁취라는 뚜렷한 목적 하에 설계됐기 때문에 우파 이념에 비해 완성도가 높고 대중적 호소력이 강하다. 그래서 좌파들은 오피니언리더의 속성을 갖기 쉽다. 6·25 이후 광주로 스며든 좌파 출신들은 정체를 숨기고 살았지만 알게 모르게 지역사회에 상당한 지적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소년 빨치산 출신 박현채 조선대 교수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호남의 이런 분위기가 특이한 형태로 표출된 사건이 있다. 1963년 대선 때 일이. 윤보선을 후보를 내세운 야당 민정당은 박정희의 전력과 가족관계를 들어 이념공세를 폈다. 당시 여론 동향을 면밀히 점검했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회고록에 의하면 박정희 선거운동 초기 호남 여론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박정희에 대한 사상 공세가 거세지자 호남에선 오히려 박정희 지지 급등추세가 나타났다. 이 선거 때 박정희는 호남에서 윤보선을 35만여 표 차이로 따돌렸다. 전국 집계에서 15만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긴 점을 고려해보면 박정희 당선에 호남 표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호남은 박정희의 경력에 내재된 좌파적 요소를 읽고 지지를 보냈다고 봐야 한다.
 
일제시대 대구는 동양의 모스크바라고 불릴만큼 좌파 성향이 강했다. 그런데 박정희 집권 이후 호남은 좌파의 아성, 영남은 보수의 본향이 됐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6·25 당시 인민군 치하에 들어갔던 호남에선 처절한 좌우대립과 상호학살로 지식인들이 대거 학살당했다. 살아남았어도 북으로 도주하거나 사회적으로 유령 같은 존재가 되면서 호남의 인재 고갈 배경이 됐다.
 
반면 영남에선 호남 같은 처절한 상호학살이 없었고 이념적 리더들이 살아남았다. 박정희 정권 이후 굵직한 공안사건을 들여다보면 영남 출신 지도자가 많았다. 평범한 영남인들은 해방 이후 본격적인 개발 연대의 주역이 됐다.
 
일제시대 경제 사정은 호남이 영남보다 훨씬 나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남의 경우 경제적 여건이 호남보다 열악했고 그래서 만주 등 한반도 밖으로 이주한 사례가 많다. 요즘 한국 거주 일부 조선족 발음에 영남 억양 흔적이 있다. 영남 출신들은 고향을 떠나 해외로 떠돌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국제적 감각과 시장질서에 대한 시야를 갖게 됐다
 
해방 이후 귀국한 이들이 6·25의 참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기업활동을 시작하고 대한민국 개발연대를 열어간 주역이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보수의 중심이라는 영남의 정체성이 형성됐다. 호남의 경우 정반대 경로를 걸었으며 그런 차이가 호남의 정체성을 만들었다고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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