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성숙도가 결정된다.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말 자체도 조심스러운 ‘사회적 약자’지만 그들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배려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성인 지적발달장애인을 위한 미술교실을 운영하는 김선희 작가가 평창교육지원청의 지원을 받아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에서 ‘다름의 가치’라는 주제로 28일까지 작품 전시회를 진행한다. 어떻게 이런 특별한 전시회를 열게 되었는지 김선희 작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처음 시작은 그분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지방의 작은 면 단위에 거주하는 성인기 지적발달장애인들은 복지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활동 시설도 열악합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습니다. 비록 지원금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시간이 좀 있어서 그분들을 위한 미술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 작가는 미술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만의 특별한 색깔 감각이나 형태를 바라보는 눈 그리고 아름다운 화면 구성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이들의 그림 실력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적으로 차별받지 않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때마침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교육지원청 지원 미술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외계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두 팀이 함께 콜라보 전시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맙게도 교육청에서 크게 찬성하여 리플렛·현수막 등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조사한 ‘2023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265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5.2%에 달한다. 그중 발달장애는 지적장애 8.2%와 자폐성장애 1.2%를 차지한다.
장애인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전체 장애인의 고용률은 34.6%인 반면, 발달장애인은 28.0%로 조사되었다. 그만큼 자립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성인기 발달장애의 경우 부모의 노년기와 맞물려 외부 활동이 현저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같은 장애라고 해도 발달장애인이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그중에서도 성인기 발달장애인은 더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제도적으로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이유다.
발달장애인과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돌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 작가는 어떻게 해서 이런 큰 용기를 내게 된 걸까?
“언니가 후천적 뇌병변 복합장애인 1급이었어요. 그리고 늦둥이 딸 리타(17)는 윌리엄스증후군을 앓고 있고요.”
윌리엄스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지적복합장애의 일종으로 전체적으로 발달이 지연돼 있고 상대를 경계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회적인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이들이다.
현재 김 작가는 희귀난치성질환 윌리엄스증후군 강원도 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림을 그리는 서양화 화가이기도 하고, 교육청진로교육원 산하 공예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비영리 임의단체 다다림의 장애인부모가족 자조모임 협의회 회장이고 강원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평창지부 지부장까지 맡았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삶이었으니 봉사가 자연스러웠을 거라고? 그런 일이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누구나 김 작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돌보느라 바깥일에 눈 돌릴 틈 없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누굴 돕겠느냐고….
“이렇게 꼽아 놓고 보니 저도 놀랐어요. 뭘 그리 많이 맡았는지….”
김 작가가 겸연쩍은 얼굴로 웃는다. 그는 올해 강원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평창지부가 지역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유용한 사회적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또한 미술활동을 지속하면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여행·여가 활동도 늘려 가려고 합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장애인들이 평생 안전한 주거 환경 속에서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적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일자리도 필요하구요.”
이 부분에 있어 그는 특히 아쉬운 점이 많다.
“현재 대기업 장애인고용법이 있지만 장애인을 취합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없다 보니 사람을 못 구해 벌금을 내는 대기업이 많다고 합니다. 기업과 장애인을 연결해 주는 매체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오늘 전시회를 계기로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기를 살려 예술 분야를 직업으로 삼을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령 ㅇㅇ기업 지적발달장애인 합창단·모델·연주단·난타그룹·장애인 미술작가 등등… 이런 활동은 비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장애인은 자부심을 함양해 ‘다름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 되고요.”
미국의 장애인 비율은 15%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그들보다 더 선진국이어서 장애인 비율이 5%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경우 나이 들어 운신이 불편해진 사람들까지 장애인의 범주에 넣고 있다. 누구나 늙는다. 나이 들어 지팡이를 짚을 수도 있고 휠체어를 탈 수도 있다. 결국 ‘언제 장애인이 되느냐’의 차이다. 이들은 그 시기를 조금 빨리 맞이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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