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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KF-21’ 기술 탈취 노려 사업 참여”
한국 파견 기술자가 반출 시도… 합조단서 35일 만에 수사 의뢰
“증거인멸 시간 벌어준 셈” 논란… “분담금 중단 때 이미 자료 유출”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6 00:05:00
▲ 인도네시아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보라매(KF-21) 개발 사업에 처음부터 핵심 기술 유출을 염두에 두고 참여했을 가능성에 대해 국내 수사기관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전투기 KF-21이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다. 방위사업청
  
인도네시아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보라매(KF-21) 개발 사업에 처음부터 핵심 기술 유출을 염두에 두고 참여했을 가능성에 대해 국내 수사기관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합동조사단은 인도네시아 기술자 A씨가 KF-21 관련 자료를 USB(이동식저장장치)에 담아 유출하려다 지난달 17일 회사 보안요원에 의해 적발된 사건을 합조단 조사 35일 만인 이달 21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본지 2월22일 ‘발생 한 달 넘어… KAI 자료유출 시도 때늦은 수사 의뢰’ 보도 참조> 
 
방위사업청·국군방첩사령부·국가정보원이 공동으로 참여한 합조단은 관련 수사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공식 이첩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동안 합조단이 하지 못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수사망을 좁힌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조단은 조사단계에서는 압수수색 권한이 없어 A씨로부터 압수한 USB 외에 A씨 자택 또는 주변 혐의자, 방사청 자체에 대한 보강 자료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제출 자료만으로는 혐의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사청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제출한 자료 위주로 기밀유출 여부를 확인했음에도 유의미한 내용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빼돌리려 한 USB에 담긴 자료 내역을 비롯해 A씨의 자택에 대한 강제수사를 통해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중요 기밀자료가 포함됐는 지 여부와 함께 USB에 자료가 담긴 시점과 경위 및 내부 공모자 여부 등을 수사할 예정이지만 한 달남짓 시간이 흘러 수사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늑장 수사 의뢰로 상당 부분 증거가 인멸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방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익명의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쪽이 처음부터 KF-21의 핵심기술을 노리고 들어온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본지에 “인도네시아가 보조금 내는 것을 중단했을 때부터 이미 자료가 유출되고 있었다고 본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 또는 인도네시아 방산업체 둘 중 어느 곳에서 정보를 빼돌리려 시도했다고 추정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다만 "정보가 넘어오고 있는데 돈을 낼 필요를 느꼈겠는가"라며 "분담금을 중단한 것만 봐도 애초부터 KF-21 핵심기술을 노리고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F-21 사업 타당성 없다” 판정에도… 인니 ‘수상한 접근’
 
2016년 이후 이듬해부터 개발금 미납… 현재 미납금 1조 
내부 도움 없이 USB로 정보유출 불가능… 조력자 찾아야
 
본지 취재 결과 인도네시아의 사업 참여는 당시 방산업계에선 이례적 사건으로 간주됐다. 
 
KF-21은 국내에서도 2003년 ‘한국형전투기 사업추진 타당성 분석’을 비롯해 2009년 3월 한-인도네시아 전투기 공동개발 의향서(LOI)를 체결할 때까지 4차례 사업타당성 검토를 거쳤지만 국방연구원(KIDA)과 건국대 및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부적합’ 결과를 받았을 정도로 통과가 까다로웠다. 2006년 KIDA의 ‘보라매사업 국내개발 추진전략’ 타당성 연구에서는 ‘국제공동개발’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당시 여러 국가에 공동개발 의향서를 보냈지만 인니가 2009년 외국연구소와 업체에서는 유일하게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항공기술 확보와 공군력을 증강하기를 원했던 인도네시아와 이해관계가 맞물렸다고 당시엔 해석됐다. 
 
▲ 방위사업청과 공군·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이 KF-21 시제 6호기 최초비행 직후 6대의 시제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시제 1~6호기 외부 형상과 꼬리날개의 모습이 나열돼 있다. 방위사업청
 
양국은 2010년 ‘전투기공동개발협정서’ MOU를 맺고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각각 개발비의 60%와 20%를 대고 나머지 20%를 인도네시아가 부담하는 기본합의서(MOU)를 작성했다. 5차 평가에서는 개발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2011년부터 이듬해 까지 1년6개월간 탐색개발을 시작하며 본격 사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스텔스’나 ‘엔진’ 기술구현에 지적이 많았지만 인도네시아의 참여로 사업 추진이 순조로워졌다는 게 당시 업계의 분위기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2016년 본계약을 맺은 후 이듬해부터 균열이 생겼다. 1조2694억 원 상당의 사업 분담금을 납부하기로 한 인도네시아는 2017년 하반기부터 분담금을 연체했으며 2019년 1월 일부 금액만 보내왔다. 지난해까지 2783억 원으로 약 20%만 납부했다. 이후 현재까지 약 1조 원을 미납한 상태에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인도네시아측은 재정난 탓에 미납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정작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와는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국 보잉사로부터 지난해 4.5세대 전투기 F-15EX 24대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올해 2월에는 10조 원 상당의 프랑스 라팔 전투기 42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카타르 공군이 사용했던 전투기인 미라주 2000-5 12대를 7억3450만 달러(약 9375억 원)에 사들이겠다고 지난해 7월 밝힌 바 있다.
 
▲  KF-21 출고식 때 공개된 시제 1호기 앞부분에 태극기와 함께 인도네시아 국기가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당시 양국은 정상회담을 갖고 KF-21분담 미지급과 인도네시아 해군용 잠수함 3척의 계약금 1600억 원 지급 이행을 해결하려 했으나 지급 이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윤석열정부도 국방부가 인도네시아 정부와 정치적 해결 방식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미납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비판여론이 들끓자 방사청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와 우리 정부는 ‘총 개발비의 20%를 2026년까지 부담’하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도, 분담금 30%는 현물로 내는 협상안에 도장을 찍으며 3년을 끌어온 미납금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발표를 했다. 또한 국정감사와 언론에 ‘투자금 회수 약속’ 및 ‘사업 전반 재검토’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방사청 측은 “미납금을 한 번에 받을 수는 없겠으나 계약 유지되는 2026년까지 분담금과 미납금을 나눠서 정산하는 구조가 될 것”이며 “인도네시아 측이 10월 말까지 2023~2025년 3년 기간의 분담금 납부 계획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업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 전반을 두고 방산업계는 △국내에서 KF-21 관련 사업타당성을 검토했을 당시에 1~4차 모두가 ‘부적합’이 나왔고 △경제성과 기술을 증명 받지 못한 상황인 데다 △인도네시아가 유일하게 외국 당국 중 참여 의사를 밝혔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으며 △2017년부터 미납금이 연체된 상황에서도 기존 계약이 유지된 가운데 기술 유출 이슈가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애초부터 특정 기술에 대해 ‘탈취 목적’을 가지고 들어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는 배경이다.
 
실제 최근 국방부 브리핑에서 나온 쟁점을 종합해도 이 같은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린다. △USB를 반출한 인도네시아 연구원은 8~9년 동안 KAI에 체류했으며 △KAI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보안이 까다로워 내부 도움 없이 외부 USB로 정보를 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정보 유출 경로에 대한 해명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KAI 내부에 이미 인도네시아 사무실 등이 들어왔는데 인도네시아 직원 전체에 대한 전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USB에 어떤 자료가 들어갔는지 조차도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질의에 대해 합조단 측은 “유출된 파일의 개수와 내용은 확인 불가하고 세부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조사가 진행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내놓은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사업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계속해서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방부 측은 “KF21관련 한국과 협력은 최우선이며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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