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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ELS 불완전판매와 여의도 저승사자
 
▲ 이상준 산업경제부장·부국장
“어떡하냐? ELS(주가연계증권) 때문에 난리가 났다.” 아들은 최근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후배에게 하소연했다. 지식인으로 소문난 아버지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크게 입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뭐라고 말해야 하니?” 대화의 목적은 불완전판매로 인정을 받는 비결에 대한 질문이었다.
 
불완전판매는 ELS 손해배상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핵심 요건이다. 금융회사는 금융상품을 팔 때 고객이 부담해야 할 위험 등의 중요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면 불완전판매가 된다. 자본시장법 47조(설명의무)는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8조(손해배상책임)엔 설명의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선배는 불완전판매로 인정받아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후배에게 자문을 구한 것이다.
 
키코(KIKO)와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불완전판매의 대표적인 사례다. 통화옵션계약인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외환 파생상품이었다. 많은 수출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고 키코에 가입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큰 피해를 보았다.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은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무제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 책임을 져야 했다.
 
부산저축은행도 2011년 불완전판매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은 후순위채권을 팔아서 부동산 사업에 투자했다. 부동산 사업 부실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이어지자 원리금이 보장되는 줄 알았던 고객은 피눈물을 흘렸다. 동양증권도 2013년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불완전판매했다는 이유로 지탄을 받았다. 동양그룹 계열사는 당시 경영실적 악화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동양증권은 계열사를 위해 회사채와 CP를 발행했다. 동양과 동양레저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동양증권 고객도 울분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2020년 불완전판매 피해자를 직접 만났다. “은행이 고객을 속이다니 이게 나라입니까? 신한은행이 원금을 보장한다며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유했습니다. 보험에 들어 있으므로 은행이 망해도 원금이 보장된다길래 펀드에 가입했는데….” 자산가 이모 씨는 라임자산운용 크레딧인슈어드(CI) 무역금융 펀드 사기 피해자였다. 신한은행 최초 여성 임원인 왕미화 부행장이 직접 찾아가 사과까지 했다. 피해자는 불완전판매를 인정받았지만 원금을 모두 회수하진 못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을 보장한다고 말했잖아요!” 울먹였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피해자 사정도 딱했다. 70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돈을 펀드사기로 날리고 아파트 잔금을 치르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아들 결혼자금을 맡겼다가 펀드사기를 당해서 망연자실했던 60대 정년퇴직자의 아득했던 눈길도 잊혀지지 않는다. 저마다 사연은 달랐지만 모두 딱했다. NH투자증권 등 펀드 판매사의 달콤한 속삭임은 자본시장법 47조(설명의무)와 48조(손해배상책임) 위반이었다. 불완전판매 여부는 투자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기준이었다.
 
ELS를 판매한 은행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무래도 펀드사기와 불완전판매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ELS 사태와 라임 사태는 다르다. 공모펀드인 ELS는 원금을 보장하는 저축이 아닌 투자상품이다. 라임과 옵티머스처럼 투자금을 빼돌리지 않았으니 펀드사기가 아니다. 저축이 아닌 투자인만큼 손실이 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고객과 은행의 분쟁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면 해결될 일이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은 11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 배상안을 발표한다고 발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차등 배상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비율을 0%에서 100%까지 차등화하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복현 원장은 “연령층·투자 경험·투자 목적·창구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수십 가지 요소를 고려하고 매트릭스를 반영해 어떤 경우에 소비자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되는지, 어떤 경우에 은행이나 증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배상 주체는 은행인데 왜 금융감독원이 자율배상안을 마련할까?
 
오랜만에 만난 펀드사기 피해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공매도 금지와 ELS 사태를 보니 금융감독원 언행은 선거용이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열변을 토했다. “옵티머스 사태가 터졌던 당시 정관계 로비 의혹이 퍼지자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소홀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ELS 사태가 벌어지자 금융감독원이 신속하게 조사하니 화가 납니다.” 저승사자는 명부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죽은 사람의 넋을 저승으로 데려간다. 여의도 저승사자도 당리당략이 아닌 원칙에 따라서 금융사고를 처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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