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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은행 지점 폐쇄 시 공공성도 고려하자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3 00:02:30
▲ 윤승준 금융부 기자
며칠 전 주택청약통장과 관련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한 곳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집을 나섰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안돼서 알게 됐다. 우리 동네에는 4대 시중은행 지점이 없다는 사실을. 집으로 다시 들어가 교통카드를 챙겼다. 그리고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해 옆 동네 은행 지점에 가서 관련 일을 처리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 시중은행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우리은행 2곳이 있었으나 어느 순간 하나둘씩 지점을 닫았다. 현재 1금융권은 한 개도 없다. 2금융권도 최근 새마을금고 1곳이 사라져 지역농업협동조합·신용협동조합·우체국예금보험 3개만 남은 상태다.
 
평소 모바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은행 지점이 사라졌다고 해서 크게 불편할 것은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금융 취약계층이다.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아 은행 지점이 사라지면 금융 소외를 당할 수 있다. 고령층의 모바일금융 이용률은 상당히 낮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 고객 중 60대 이상은 21.2%지만 모바일뱅킹 이용자 중에선 고작 10.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계정 가입만 해 놓고 자녀에게 도움을 받아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은행 지점을 그대로 놔둘 순 없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잘사는 동네그렇지 못한 동네간 지점 수 격차가 크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4대 시중은행의 전체 영업점 2826개 중 서울에 있는 영업점 수는 1148개로 전체의 40%에 달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973411) 중 약 17%(1733580)가 서울에 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편이다. 비수도권 노년층은 소외된 상태다. 65세 이상 인구 중 비수도권 거주자가 55%를 차지하나 은행 영업점은 31%(876)에 그친다.
 
서울 내에서도 금융 격차는 컸다. 서울시 65세 이상 전체 인구(1743696) 중 강남구·서초구의 노년층 인구는 9%(152267)로 얼마 안되지만 은행 영업점은 26%(293)나 몰려 있다. 반면 강북구·도봉구의 은행 영업점은 전체 2%(27)로 최하위권이었다. 이 자치구에 사는 노인들은 강남·서초에 사는 노인보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은행 대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은 민간기업이다. 공공성을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이들이 최근 2년간 예대마진을 통해 66조 원 이상의 이자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공공성을 외면할 수 없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려 거둔 성과이지 은행 본연의 능력으로 거둔 성과는 아니지 않은가.
 
정부에서 면허를 발급해야 영업을 영위할 수 있는 라이선스 산업이라는 점에서도 공공성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4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만든 점도 은행을 온전한 민간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영업점을 폐쇄하기에 앞서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 모바일금융 개선으로는 모바일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힘듦을 해소할 수 없다. 조그마한 동네에 공동점포를 운영하거나 지역 자체를 나눠서 각자 운영하는 등 금융 접근성을 악화시키지 않는 쪽으로 해결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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