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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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CIA 요원 마이클 이 박사가 쓴 회고록 ‘CIA와 대한민국’(도서출판 스카이). 한미안보협력조정관 등으로 DIA(국방정보국)와 CIA에서 40년간 일해온 마이클 이 박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현대사 주요 사건 기록이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의문 중의 하나가 바로 ‘남한에 그렇게 간첩이 많은가?’이다. 책 161쪽에는 남북 당한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배우가 북한으로부터 탈출을 모색하며 전전긍긍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중에서 신 감독은 1985년 말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출장’ 나온 길에 자신의 숙소인 호텔에서 북한 경호감시원들의 감시망을 피해 미국 뉴저지에 살고 있는 친구 김인환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한다.
“남한에는 북한의 간첩들이 우글거리고 있으니 위험해서 갈 수가 없고, 미국으로 가고 싶으니 미국 정부에 자신의 뜻을 전하고 도움을 청해달라”는 것이다.
도대체 1978년 평양으로 납치당한 신은 ‘남한에 북한 간첩이 우글거린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평양 체류 당시 김정일과 많은 접촉을 한 신은 그 접촉에서 어떤 단서나 낌새같은 것을 받은 것인가? 평양으로 납치 당한 한국인이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으로 가려한다는 것은 도대체 한국에 간첩들이 얼마나 많길래 가능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자신의 탈출을 보다 현실성있게 도모하기 위해 미국의 협력이 필요해서 꺼낸 ‘구실’뿐인가?
그 답은 이 책에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 곳곳에 흩어져있는 ‘붉게 물든 남한 사회’의 단면을 모아서 ‘한국 사회의 좌경화 정도’를 가늠하려 한다.
첫번째 사례 195쪽. 1997년 2월 서울로 망명한 황장엽은 “너무나 실망이 컸다.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이 북한을 편들고 좌경 종북 세력들이 공개적으로 설치고 다녔다. 더구나 정부가 이를 방심하고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김대중-노무현 집권기간(1998~2008년) 10년동안에는 국가정보원 안가에서 연금되어 있었으며 모든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한국 사회의 주도권 경쟁에서 소위 ‘종북 좌파’의 입지가 의외로 강한 것에 놀랐다고 해석된다. 쉽게 말해 간첩 세력들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사례. 이것도 황장엽과 관련된 대목이다. 198쪽이다. 1998년 7월 서울 모 잡지사 기사가 황장엽과 김덕홍을 인터뷰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증언했다. 첫째는 1980년 5.18 광주사태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사실이고, 두번째는 황장엽이 망명하기 전 황장엽과 뜻을 같이 하는 몇 명의 고위급 인사들이 김정일 제거를 구상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몇 사람은 죽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남쪽의 권력 깊숙한 곳에 김일성이 심어놓은 김일성의 충복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기자는 TV 인터뷰에서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그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마이클 이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굳이 캐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남한의 그 사람은 2009년에 병사했고...”(199쪽)라고 쓰고 있다. 2009년 병사한 사람 중에는 김대중이 있다. 그동안 김대중의 사상적 편력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인터뷰가 진행될 당시 대통령은 바로 김대중이었다. 황장엽 일행이 언급한 ‘김일성의 충복’이 김대중인지 아직 단언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이에 대한 더 많은 연구과 검토가 필요하다.
세번째 사례도 황장엽의 증언이다. 황은 “재독학자 송두율은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북한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란 사실을 폭로했다”(197쪽). 그러자 “노무현 정권과 친북단체들이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2000년 초) “북한과 독일은 정식으로 외교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베를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익대표부’라는 간판을 걸고 활동하고 있었다. 이 대표부 안에 북한의 통일전선부 공작원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가 유럽 일대 교포사회의 친북 인사들을 접촉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송두율은 그중에서도 핵심 인물이었다. 그가 비록 독일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대한민국은 그의 조국인데 신문을 통해 그가 전개한 이론이나 주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의 논리는 소위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황당무계한 이론으로, 북한의 모든 문제는 북한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는 민족 반역자 김일성을 존경한다고 했고, 대한민국의 건국과 정체성을 극구 부정했다. (중략) 노무현정부 시절에 송두율의 내재적 접근법을 따르는 학자들이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는 동국대학교의 모 교수와 노무현 밑에서 통일원 장관을 역임한 모씨를 지적할 수 있다.”
네번째 사례는 1977년 백건우-윤정희 납치미수사건에 등장한다. 145쪽. “과거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들에게 협력한 재외동포들은 거의가 지성인들이며 조국을 배신한 좀비들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파리에 거주하던 이응노 화백의 처 박인경이었고, 그가 북한 공작원들의 백건우-윤정희 납치 공작에 협조를 한 것이다.
그와 같은 예로 1978년에는 홍콩에서 이상희라는 여자가 영화배우 최은희의 납북공작에 협력했다.”
<중략> “화백 이응노와 그의 처 박인경의 과거를 살펴보면 그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이적 행위를 범했다. 1958년에 프랑스 파리로 간 그들은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한국으로 압송되었고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다시 파리로 돌아갔다. 그때 파리 주재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그들의 가택을 수색했는데 특수단파 수신 라디오와 북한 간첩들이 쓰는 난수표-자살용 청산가리가 발견되었으며 세포조직 명단에는 이응노와 윤이상이 중요 멤버로 올라 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에서 이들에게 대전에는 이응노미술관을 지어주고, 통영에는 윤이상기념관을 지어 주었다. 이 일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북한체제를 추종하고 그를 위해 적극 활동함에도 이들을 기념하는 남한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허무맹랑한 궤변으로 역사의 심판, 민족의 심판이 끝난 체제와 범죄자를 칭송하고 추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의 방종을 학문적 자유의 테두리 속에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현실성 없는 관념에 취해서 마약 위조달러 밀수로 권력 주머니를 채우며 수백 만 주민을 굶겨 죽이는 북한 권력의 만행에 어떻게 눈감을 수 있는 것인가?
남한 사회에 현재 종북 좌파 아닌, 간첩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인가? 이들 간첩을 처리할 능력은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가?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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