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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英보수당의 예고된 참패
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1 00:02:30
 
▲ 임한상 국제부 차장
영국 수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위치한 총리 관저에는 2011년 당시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이 데려온 래리라는 유명한 고양이가 있다. 영국엔 쥐가 득실대기 쉬운 낡은 건물이 많아 고양이를 반려동물뿐 아니라 쥐잡기 용으로도 많이 키우는데, 총리 관저도 예외는 아니다.
 
이 고양이의 공식 직책은 총리관저 수석 수렵보좌관이다. 지금까지 5명의 보수당 출신 총리와 함께했던 이 고양이가 처음으로 노동당 출신의 총리를 만나게 돼 화제다. 그간 총리가 6번 바뀌었지만 철밥통 래리는 이곳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외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는 반려묘 ‘조조를 키우고 있다. 이번 새 내각에선 래리는 새로운 친구와 함께 총리를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4(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하원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하면서 정권교체를 이뤘다.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는 즉각 사퇴했고 노동당 대표인 스타머가 신임 총리에 취임했다. BBC방송 등은 5650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노동당이 412석을 차지하면서 승리했다고 전했다. 5년 전 총선에 비해 211석 늘어난 것으로, 과반인 326석을 훌쩍 넘긴 눈부신 성적이다.
 
스타머 총리가 이날 변화는 간단하지 않다.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변화를 위한 작업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상기된 어조로 말했다. 스타머 신임 총리는 화려한 정치 쇼를 하지 않으며 지루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의 꾸준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1962년생인 그는 기술자 부친과 간호사 모친 슬하에서 태어나 자라 인권 변호사가 됐고 검찰청장을 역임했다. 스타머 일가는 열렬한 노동당 지지자였다. 스타머 총리의 퍼스트네임 ‘키어도 스코틀랜드 광부 출신의 노동당 초대 당수 키어 하디의 이름에서 따왔다. 2015년 정계에 입문한 뒤 20204월 노동당 대표에까지 빠르게 올랐다.
 
노동당의 집권은 제임스 고든 브라운 전 총리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경제성장 중심의 중도 노선을 내세우고 에너지 국유화 공약을 철회하는 등 실용적 색채를 가미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낸 값진 승리라는 분석이다. 반면 보수당 정권의 14년은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혼란과 그 후유증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스캔들, 50일 만에 끝난 리즈 트러스 정권 등 보수당의 자충수가 계속됐다. 서민의 삶은 팍팍하기만 한데 총리실에선 술판이 벌어졌고 재정 대책 없는 감세 정책이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했다.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던 수낵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막판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경제 위기와 난민 이슈 등 불만 누적으로 폭발한 무능한 보수 심판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수낵의 보수당은 의석 수 12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기존 의석보다 250석이나 줄어든 것으로, 1834년 창당 이래 190년 만의 최저 성적이다. 수낵은 이날 영국 국민은 냉철한 판정을 내렸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참패를 인정했다.
 
정권교체란 민의를 받드는 건전성의 증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열광 없는 압승은 현 상황에 대한 강렬한 불만을 보여 준다. 비례제도 없는 소선거구제를 운영 중인  영국에선 정당 지지율이 선거 결과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번 총선에서 대량 사표(死票)의 발생도 이런 사례에 속한다.
 
650석 중 노동당 412·보수당 121·자유민주당 72·스코틀랜드국민당(SNP) 9·영국개혁당 5·녹색당 4석 등이 확정됐으나 정당 지지율(노동당 33.8%·보수당 23.7%·영국개혁당 14.3%)로 보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이번 영국 총선 결과는 노동당의 승리라기보다 민생과 경제에 무능했던 보수당의 참패로 기록돼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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