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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는 언제나 땀과 눈물의 진정성을 기대하게 한다. 영화 ‘국가대표’가 스키점프를 ‘리바운드’가 농구부의 기적을 담아내며 전율을 선사한 이유다.
10일 개봉한 영화 전력질주(연출 이승훈)는 한국 육상 간판 김국영 선수가 세계 선수권 기준 기록 10초05에 0.02초 모자라며 좌절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감독은 성실한 달리기를 담았지만 관객의 심장을 벅차게 뛰게 하는 결승선에는 닿지 못했다.
이 감독은 5일 서울 송파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노장의 스프린터가 0.02초를 줄이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며 “실패하더라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행위 자체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화를 충실히 담기 위해 김국영 선수를 만나 “9초대를 찍고 싶어 이름에 ‘구(九)’ 자를 넣으려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개명하지 않았다”는 일화를 전해 들었고 이를 주인공 ‘강구영(하석진 분)’의 설정에 반영했다.
이야기의 뼈대는 단순하다. 전성기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는 구영과 달리기의 즐거움을 깨달은 신예 ‘승열(이신영 분)’이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결승선을 향해 달린다. 구영은 10초07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실패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승열은 우연히 트랙에 서며 달리기의 매력에 눈을 뜬다.
여기에 달리기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임지은(다현 분)’ 구영을 지도하는 코치 ‘박준수(이순원 분)’ 9초대 기록을 꿈꾸는 유망주 ‘장근재(윤서빈 분)’가 얽히며 청춘 러너들의 도전 서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97분 러닝타임은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 구조인 ‘좌절·노력·극복·성취’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긴장감은 고조되지 않고 흐름은 잔잔하게 이어져 감동의 밀도는 약하다.
배우들의 노력은 뚜렷하다. 하석진은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에서 “실제 선수처럼 훈련하며 기록이 빨라지는 성취감을 느꼈다”며 “스프린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세 달간 육상 훈련을 이어가며 기록을 단축했고 이신영·다현·윤서빈도 바쁜 일정 속에서 틈틈이 훈련을 소화했다. 감독은 “배우들의 땀방울이 담긴 작품”이라고 강조했지만 영화가 전하는 감동은 열심히 달렸다는 사실에 머문다.
달리기, 특히 100m 스프린터를 정면에 조명한 작품이 드물다는 점에서 소재의 차별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차별성은 영화적 긴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메시지는 “도전은 아름답다”는 교과서적 결론에 머물렀고 독립영화의 진정성은 관객의 심장을 크게 흔드는 힘으로 확장되지 못했다.
전력질주는 결국 열심히 달린 영화다. 하지만 관객이 스포츠 영화에서 바라는 것은 단순한 질주가 아니다. 결승선을 끊는 순간 터져 나오는 환호와 눈물이다. 배우들의 땀방울은 빛났지만 감동의 결승선은 아직 더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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