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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종교의 중국화’ 와 ‘종교 통제·관리 강화’를 거듭 역설해 눈길을 끈다. 종교(신앙)의 자유는 서방과 중국공산당의 세계관·가치관이 극명하게 대립된 대목이기에 중국 정부로선 늘 외부 공격에 취약한 부분으로 여기며 경계해 왔으나 최근 그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 지난달 29일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이 이날 ‘종교의 중국화 체계적 추진’을 주제로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하면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시 주석은 “종교의 사회주의 사회 적응을 적극 인도하는 것이 필연적 요구”라며 “종합적 통치와 말단 공작에 힘쓴 체계적 추진”을 말했다. 특히 “종교의 중국화가 부단히 진행돼야만 종교의 온순함과 민족 화합, 사회 조화, 장기적 국가 안정을 기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왕조교체기 때마다 절대권력을 뒤흔든 계기가 종교를 내세운 세력이었다는 역사적 체험에 기반한 발언이다. 백련교의 난(1796~1805)·태평천국(1850~1864) 등이 대표적이다.
시 주석은 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가이드 삼아 종교계 인사와 신도들이 올바른 국가관·역사관·민족관·문화관·종교관을 굳게 수립하며 ‘다섯가지 인식’을 끊임없이 증진해 중국식 현대화 건설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 것을 촉구했다. ‘위대한 조국’ ‘중화민족’ ‘중화문화’ ‘중국공산당’ ‘중국특색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을 가리킨다. 소수민족 문제와 결부된 티베트불교·이슬람교, 서방과 연관성 깊은 기독교 등 중국 내 여러 종교를 국가정체성으로 묶어 단단히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종교계가 교리·규범·제도·의례·습속 등 모든 방면에서 ‘중국 특색’을 강화하도록 자발적 개혁에 나설 것, 당국 또한 종교 사무의 ‘법치’ 수준을 높여야 하며 각급 당 조직은 종교 사무 지도를 강화하라고 시 주석은 덧붙였다. 다만 중국의 법치 개념은 ‘(실정)법에 의한 지배’이지 자연법 정신에 의거한 ‘법의 지배’가 아니라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개념과 차별된다. 시 주석이 ‘종교의 중국화’를 다시 꺼내든 것은 당장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후계 문제, 바티칸이 중국과 화해하려는 움직임 등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된다.
6월 중국 정부가 티베트 불교 2인자로 인정한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를 시 주석이 베이징에 불러 정치적 힘을 실어 줬으며, 이달 들어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직접 방문해 테러 방지와 사회 안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위구르는 종교의 중국화 최전선으로 꼽힌다. 과거 분리독립 세력이 활동했으며 전 세계 이슬람권 지지세도 있어 티베트보다 위협적인 존재로 볼 수 있다. 작년 3월 초 해당 지역 공산당 서기 마싱루이가 “이슬람의 중국화는 불가피한 추세”라고 공개 선언했다는 로이터 소식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결과다.
1월 발간된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연례 보고서는 신장위구르 종교사무 규정 개정이 이슬람 통제 강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개정된 규정엔 예배장소 감시 확대, 지도자 등록 요건 강화, 라마단 단식 제한 조항 등을 포함한다. 유엔 인권사무소(OHCHR)가 2022년 발표한 이 지역 관련 보고서에선 무슬림 대상의 광범위한 강제 구금, 종교 행위 금지, 언어·문화 탄압 등 반인도적 범죄 가능성이 언급돼 있다.
작년 초 발표된 USCIRF 보고서 ‘종교의 중국화-중국의 강압적 종교정책’은 중국 정부가 힘써 온 관련 행보에 대해 “종교를 완전히 중국공산당 정치 의제와 마르크스주의 관점에 종속시키려는 강제적 조치”로 규정했다. USCIRF란 1998년 미 의회가 제정한 국제종교자유법(IRFA)에 근거한 초당적·독립적 연방 기구다. 미 상원·하원과 대통령이 각각 USCIRF 위원을 추천·임명하며 전 세계 종교 자유 상황을 조사·분석한 USCIRF 연례 보고서가 발간돼 널리 인용된다.
USCIRF는 종교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들을 묶어 ‘특별우려국’ 내지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도록 국무부에 권고하고 대통령·의회 등에 외교·제재·지원 정책 자문을 한다. 특정 국가에서 종교 탄압이나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 즉각 성명을 내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중국·북한·이란·미얀마 등이 꾸준히 지목된 가운데, USCIRF는 종교지도자가 중국에선 공산당 이념에 순응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체포·강제 실종·투옥 등의 위험에 직면한다는 것, 정부가 승인한 이외의 영성 운동(파룬궁,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등)을 형법 제300조에 의거해 탄압한다는 사실을 고발해 왔다.
중국에서 성경 본문 개정 시도가 있는 것도 비판이 높다. 1월 나온 인권감시(HRW) 보고서 역시 중국 내 종교 현황을 “정부가 다섯 종교만 허용하며 예배 장소·지도자 선출·출판물·재정·신학 교육 모두 국가가 엄격히 통제한다”고 짚었다. 교리·조직, 건축 양식, 지도자 선출 및 신앙 실천에 이르기까지 종교 전반을 국가 이념에 종속시키려는 전방위 통제 전략이란 정상적인 현대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정책이 단기 효과를 내더라도 언겐가 저항, 국제 고립, 인권논쟁 심화를 부를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중국의 종교 정책은 근대 유럽이 걸어 온 정교분리의 길과 정면 배치돼 귀추가 주목된다. 근대 민주주의 본고장인 서유럽에선 국가권력이 종교(개인 신앙) 영역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정교분리 원칙을 발전시킨 반면, 중국은 종교를 권력유지 수단으로 적극 환원하고자 한다. 몇 백년간의 신구교 갈등 끝에 법치 체제를 성립시킨 서구 근대문명은 민주주의 근간 핵심을 ‘신앙의 자유’로 본다. 여기서 신앙이란 개인(양심)과 동일시되고 ‘신앙의 자유’가 ‘무신앙의 자유’로도 연결될 논리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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