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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재판소원 문제를 당장 입법에 포함하지 않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장기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사법부의 강한 반대와 정치권의 대립 속에서 사법개혁 논의의 중심이 단기 입법에서 ‘정치적 장기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은 사법개혁안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당론으로도 발의하지 않고 사개특위 안에도 넣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0일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제 도입 등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판소원은 이번 개혁안에서 빠지고 향후 개별 의원 발의를 통한 사회적 논의로 전환된다.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에 재판 결과를 다시 다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사실상 4심제 도입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3심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확정 판결에 대해 헌법적 판단을 다시 받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는 재판 절차와 사법 권한 구조에 직접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사안이다.
대법원은 재판 부담 가중과 재판 지연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왔다. 민주당은 사법부, 야당,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친 뒤 향후 입법 방향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별도 공론화 기구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폭넓은 논의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은 과거 검찰개혁 추진 방식과 분명히 다르다. 검찰개혁이 강한 시한 설정과 당론 추진을 기반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사법개혁은 사법부의 반대라는 제도적 제약 속에서 장기 공론화 전략을 택했다. 재판소원 논의가 곧바로 사법부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사안이라는 점이 이를 결정짓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정치적 긴장 관계와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사법부를 압박해 왔다. 여야는 대법원 전자기록 열람 로그 공개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했고 법사위 국감은 연일 격화되는 양상이다.
김 원내대표는 ‘대법원 3차 국감’ 추진 가능성에 대해 “법사위의 공식 요청을 받은 적 없다”며 “필요성을 설명받은 뒤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난장판을 만든 것은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야당의 회의 운영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일부 국힘 의원들이 추미애 위원장을 겁박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사법개혁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제도 논의를 넘어 정치적 힘겨루기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감사 정국에서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한 사안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증인 출석 문제다. 여당은 김 부속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정쟁화 시도를 지적하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직책이 그대로라면 출석이 가능하지만 변경됐다면 해당 직책자가 나와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정쟁에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판소원 문제는 단순한 사법제도 개편이 아니라 사법부와 정치권의 긴장 구도 그리고 여야 대립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법개혁안을 통해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제라는 구조 개편을 우선 추진하고 재판소원은 장기적 공론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논의를 끌고 갈 계획이다.
국회 사법개혁 논의는 20일 사개특위 발표로 본격화된다. 민주당의 전략은 속도전이 아닌 공론전이다. 재판소원이 입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핵심 쟁점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 정치 구도와 사법부의 대응에 따라 사법개혁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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