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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임신 중절의 자유를 확대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두고 의료계와 종교계 등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 인식의 변화가 돋보이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남녀 평등 인식은 출산율과도 연관된 문제인만큼 임신 중절에 대한 법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모자보건학회는 19일 인공 임신 중절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의 44.6%와 남성 응답자의 44.1%가 어느 시기이든 인공 임신 중절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5~49세 402명(여성300명·남성1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인공 임신 중절을 완전히 허용하지 않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시행할 수 있어햐 한다는 응답도 남녀 모두 30%대(여성 36.6%, 남성 34.3%)였다.
남녀가 큰 부분에서는 비슷한 의견을 보였지만 차이를 보인 부분도 있다. 임신 중절 결정권에서 여성 응답자는 임신 당사자인 여성에게 결정권이 있다라고 했지만 남성 응답자는 여성과 남성의 합의로 결정해야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기혼 여성의 남편과 아내의 가사노동 분담 수준이 대등하고 경제력이 비슷할수록 출산 의사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학술지 ‘맞벌이 기혼여성의 출산 의사 예측요인 탐색’ 논문에 따르면 맞벌이 기혼여성의 출산 의사에는 연령,자녀 수 등 개인적 요인 다음으로 성평등 요인, 경제적 요인, 인식·문화적 요인이 뒤를 이었다. 여성의 출산에 경제적 요인보다도 성평등 요인이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임신 중절에 있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한다는 부분에서 남녀 간에 이견을 보이지 않는 만큼 후속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1년부터 낙태죄의 효력이 사라져 낙태는 더이상 불법이 아니지만 6년이 지나는 동안 후속 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안전한 임신 중지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불합치판결 이후 대체 법안이 7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7월11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 논의 단계에 진입했다. 법안은 임신중지를 폭넓게 인정하고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과 의료계에서는 태아 생명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9월16일 임신중지를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정책적 추진 의지를 보였다. 임신중지가 가능한 임신 주수 등을 명확히 규정한 법안을 마련하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약물 접근성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법안이 마련되면 여성의 권리 보장과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신 중절의 허용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만 있지는 않다. 여성이 임신의 중단에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면 불가피하게 출산으로 이어졌던 임신이 중절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기결정권이 강화되면 출산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단기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임신 중절에 대한 제도적 접근성이 높아져 여성의 건강권이 보장되는 환경에서는 출산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고 계획적인 출산을 유도해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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