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전략투자를 둘러싼 한·미 협상이 주요 프로젝트 발표로 일정 부분 진전을 이뤘지만, 최근 대북 정보공유 제한 문제가 새로운 외교안보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의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정보협력 정상화 지연으로 한미동맹의 핵심인 안보 공조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백악관과의 고위급 협의에도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의 가장 어려운 현안으로 정보협력 문제를 꼽았다. 강 대사는 대미 전략투자 문제가 첫 프로젝트 발표 전까지 가장 어려운 사안이었지만, 현재는 정보협력 관련 논의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자주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의 고위급에서의 협의는 지금으로선 저도 답답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와 관련해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미국 내 원전 건설 협력,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의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투자사업의 세부 조건과 상업성 검토 등 후속 과제가 남아 있지만, 양국이 프로젝트의 윤곽을 제시하면서 전략투자는 일단 협상 국면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정보공유 문제는 미국 측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강 대사는 미국 측의 문제 제기가 지난달 18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에서도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이 정보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한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미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정보협력 복원을 위한 실무 소통에는 진전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정보협력과 관련해 국정원에서 계속 대응하고 있다”며 “양 정보기관 간 소통이 진행됐고,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 정보협력 갈등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평안북도 구성 핵시설 관련 발언 이후 본격화했다. 정 장관은 지난 3월 국회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영변과 강선 외에 구성도 거론했다. 미국은 이 발언의 경위와 정보 출처를 문제 삼았고, 이후 일부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실무협의에 국가정보원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정보협력 문제가 외교안보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의 거취 문제도 논란이 됐다. 강 대사는 루비오 장관이 두 사람의 인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인사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또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이후 직접 전화를 받았으며, 미국 측에는 통상적인 협의 채널을 통해 발언의 배경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문제 제기는 정 장관 개인이 아니라 해당 발언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 대사는 한·미 정상회담에 따른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관련 질의에 “123 협정 개정이든, 추가 약정이든, 여러 옵션을 놓고 양쪽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으로 (한미 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23 협정은 미국의 핵물질, 기자재, 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미국 간에 그 사용조건과 절차를 명시한 미 원자력법 제123조에 따라 한미가 맺은 원자력 협정을 가리킨다.
강 대사는 한·미 외교·통상 현안인 ‘쿠팡 사태’에 대해선 “미국과의 협의에선 훨씬 더 깊이 있는, 그리고 다양한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해 지금까지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 “유실이 됐던 건 분명히 아니라는 게 합참에서 밝혀졌고, 북한이 매설했다는 건 분명하다”며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발언이 지뢰 폭발 사건을 ‘불의의 사고’로 표현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일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에는 ‘합참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강 대사는 “가능성은 늘 있지만, 수치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아직 구체적인 진전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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