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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희망 꺾는 블라인드채용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26 02:20:48
▲ 김신 편집인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기존에 없던 여러 가지 정책들이 하나 둘 도입되고 있다. 블라인드채용도 그 중 하나다. ‘블라인드채용’이란 말 그대로 지원자의 스펙이나 배경, 학력 등을 보지 않고 오로지 면접을 통해서만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단어가 가진 의미 자체만 보면 블라인드채용은 심각한 병폐현상으로 지목돼 온 채용비리 근절에 특효약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오로지 실력만을 가지고 채용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고용주 입장에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면만 봤을 때의 이야기다. 조금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겉만 번지르르 한 이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지우기 어렵다. 뒤따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블라인드채용을 시도한 몇몇 정부기관·공기업 등의 사례를 통해 이미 부작용은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채용 인원의 성비불균형과 신입사원의 고령화 등은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일자리통계 전문가, 통번역 전문가, 문화해설사, 동영상 전문가, 포토에디터 등 5개 직위에 6명을 전문임기제(최대 임기 5년) 공무원 채용 최종합격자로 발표했다. 채용은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실기테스트 등의 과정으로 진행됐다. 평균경쟁률은 44대1에 달했다.
 
청와대는 심사위원들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지 않고 경력과 전문성 등만 보도록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자료에 학력과 출신지, 나이,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합격자는 전원 여성이었다.
 
이번 결과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취업시장의 성차별 문제가 해소됐다고 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조직 내 성비 불균형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의 의무 때문에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 준비 기간이 짧은 남성 취준생들이 갖는 박탈감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블라인드채용으로 인한 신입사원의 고령화, 이에 따른 청년 실업률 상승도 문제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신입사원을 408명 선발했는데 30대 이상 합격자가 72명을 차지했다. 특히 고령 신입합격자 2명은 40세였다.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전력공사·기술보증기금·한국가스공사·한국수자원공사·대구도시철도공사 등에서도도 40세 이상 신입사원이 뽑혔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수록 사회초년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사회초년생들은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고령의 지원자들과 능력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는 우수한 일자리일수록 고령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사회초년생들은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등으로 점차 내몰리게 된다.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청년일자리 정책의 취지와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 셈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블라인드채용은 그 취지와 의미, 실행 방법 등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제도임이 틀림없다. 다만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함께 강구되지 않으면 엄청난 부작용을 낳는 ‘양날의 검’과 같은 제도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블라인드 채용의 수혜자와 피해자 간의 간극 심화는 심각한 사회분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노동계와 정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이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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