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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비정규직은 고통만 남아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장수홍 편집2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06 05:00:45
▲ 장수홍 산업부 기자
지난해 정부는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정신적 피해를 받아 고통을 호소하는 감정노동자들이 늘어나자 관련 법을 개정해, 사업주가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감정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2항에는 사업주가 고객의 폭언·욕설로부터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추거나,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업무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에 대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관련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법 개정 전과 비교해 처우 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와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 때문이라는게 중론이다. 콜센터 업계의 경우, 원청을 기준으로 여러 용역업체들이 들어와 있어 감정노동자들 대부분이 하청이나 용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한 근무지 내에 영세한 용역업체들이 몰려 있다보니, 원청과의 재계약 시 용역업체들은 과도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감정노동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용역업체들은 감정노동자들의 이석시간과 쉬는 시간, 식사시간 등을 철저히 통제해 포기율을 줄이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
 
포기율이란 고객이 전화를 걸었다가 대기하는 시간에 전화를 끊는 것을 의미한다. 콜센터업계에서는 포기율 관리가 가장 큰 실적으로 분류돼, 원청과의 재계약 시 중요 지표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감정노동자들은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해 방광염과 근골격계 질환, 우울증, 적응장애 등의 고질적인 질병들에 시달리고 있다. 연차 사용이나 육아휴직 단축근무 등 기본적인 권리 보장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객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들어도 마음대로 전화를 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법은 감정노동자들이 폭언·욕설을 듣고 업무장해 판단 시 사업주에게 작업중지권을 요청할 수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원들은 고객이 폭언이나 욕설하는 동안 고객의 말을 끊지 않고 3회 구두 경고를 해야 하고 이것마저도 관리자가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을 직청하고 난 후, 허락이 떨어져야만 가능하다. 폭언·욕설을 듣는 것을 넘어 관리자의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마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의 감정노동자 보호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선 관련 기관의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계와 업주가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 감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 이는 감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곧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 이어져, 기업의 홍보효과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장수홍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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