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천명한 ‘그레이트 CJ’는 무산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0년까지 그룹 매출액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등을 목표로 한 사업목표를 밝혔다. 10년 전의 일이다. 당시 CJ그룹의 매출액은 11조원, 영업이익은 7879억원이었다. 10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0배씩 끌어올려야 했다.
10년이 지났다. 지난해 CJ그룹은 매출 34조원, 영업이익 1조5092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가 남아있지만 아마 1년 안에 매출 70조원을 끌어올리진 못할 것이다. CJ그룹의 그레이트 CJ는 무산됐다.
그렇다고 해서 CJ그룹의 지난 10년이 실패였다고 지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매출 10배 상승이라는 목표는 다소 비현실적이었다. 다만 비현실을 현실로 끌어오기 위해 부지런히 달렸고 10년간 매출은 3배 이상 뛰었다.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다.
일련의 과정에서 CJ그룹은 소비자들의 생활 곳곳에 침투해 영향력을 키웠다. 식음료, 외식, 문화, 미디어 등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영화관은 CJ가 운영하며 국내 최대 오디션 프로그램도 CJ가 제작한다. 1인 가구가 점차 보편화되며 시장을 키운 가정간편식(HMR) 분야 선두두자도 CJ다. CJ가 그토록 빠르게 매출을 키워온 이유다.
비현실이 너무 거리가 멀다고 판단될 땐 과감히 ‘그레이트 CJ’를 폐기했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수익성·재무구조 개선 등에 방점을 찍은 비상경영을 선포해 ‘그레이트 CJ’를 사실상 포기했다. 그 결과 CJ제일제당은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산업이 휘청거렸지만 되레 최고 기록을 찍었다.
과감한 투자가 빛을 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 ‘슈완스’를 인수했다. 슈완스 인수는 회사의 재무부담을 키웠지만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영업이익 성장률이 50%를 넘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슈완스 실적이 CJ제일제당 실적에 포함된 건 이번 1분기가 처음이다.
이처럼 CJ그룹이 지난 수년 동안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과감한 투자와 사업 확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사건건 누군가 간섭하고, 사업확대와 투자를 막는 규제가 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CJ그룹을 사례로 제시했지만 이는 비단 CJ그룹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국민연금, 기타 규제 등을 통해 기업을 옥죄는 경향이 강하다. 공정을 앞세워 사업 확대를 억제하고 정의를 토대로 경영권을 흔든다. 겉보기엔 좋을 수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예컨대 정부가 CJ그룹의 문화·미디어 사업 확대를 억제했다고 가정해보자.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영화 ‘기생충’은 어쩌면 탄생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한류를 이끄는 아이돌들의 활동 무대도 좁아졌을 것이고 e스포츠·게임 산업도 속도감 있게 발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CJ그룹 입장에서는 ‘돈벌이’를 위해 벌인 일들이지만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회사 가치가 올랐으니 회사 주주들, 나아가 국민들도 크고 작은 이익을 챙겼을 수도 있다.
CJ그룹이 모두 잘했다는 건 아니다. 지난 10년간 크고 작은 논란을 빚었으며 당장 최근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작 논란이 불거지며 관련자들이 처벌받는 사태까지 번졌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건 바로 이런 때다.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이해당사자들의 은밀한 거래 등에 따라 꿈을 위해 도전한 소년·소녀들이 피해 받아야 했다. 피해자가 명확하고 그 과정에서 불법이 피어났을 때 공정과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 사태는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크게 악화시켰다. 재계는 규제 해소를 요청한다. 정부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규제 해소를 암시한 건 긍정적인 일이다. 어쨌든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기업을 다니며 돈을 벌거나 기업들이 제공하는 재화,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기업의 성장은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돈 버는 일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정부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면 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로 비상사태다. 서로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며 헤쳐 나가야지 서로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선 곤란하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해소와 자유로운 경쟁 속 기업들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