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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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칼날 저PBR 기업 겨눈다
저PBR 기업 내달 2일 첫 공개…6개 반기 연속 하위권 기준
PBR 개선계획 내면 1년 유예…막판 밸류업 공시 촉각
저평가 이유·개선방안 설명 요구… 주주환원 확대도 주목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10-06 16:00:32
▲ 한국거래소가 다음 달 처음으로 ‘저PBR 기업’ 명단을 공개한다. ©스카이데일리
 
한국거래소가 다음 달 ‘저PBR 기업’ 명단을 공개한다. 공표 기준일인 이달 22일까지 PBR 개선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1년간 명단 공개를 유예받을 수 있어 저PBR 상장사들의 추가 밸류업 공시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남은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공표 대상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막판 개선계획을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국거래소가 다음 달 2일 저PBR 기업을 처음 공표할 예정이다. 대상은 시장별·업종별로 6개 반기 연속 PBR이 하위권에 머문 기업으로 코스피는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가 기준이다. 상장사는 상장공시제출시스템을 통해 자사가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첫 명단 공개는 밸류업 정책이 자율 공시를 넘어 장기간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에 개선계획 제출을 유도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실 저PBR이라는 표현은 투자자에게는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 갖지는 않는다. PBR은 주가가 기업의 장부상 순자산에 비해 어느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배보다 낮으면 시장에서 평가한 기업가치가 장부상 순자산보다 낮다는 의미여서 가치투자자들은 저평가 종목을 찾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활용해 왔다. 같은 실적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이라면 낮은 PBR이 ‘싸게 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시선은 다르다. 단순히 ‘주가가 싸냐’가 아니라 ‘왜 오랜 기간 싸게 평가받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미흡한 배당·자사주 소각, 비효율적인 자본 배치, 지배구조 문제나 성장성 부족 등이 장기간 낮은 PBR의 배경이라면 이를 단순한 저평가 기회로만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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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따로 순위를 매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금융·장치산업처럼 많은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업종은 구조적으로 PBR이 낮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단순히 절대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한데 묶지 않고 같은 업종 안에서 장기간 하위권에 머문 기업을 가려내도록 기준을 설계했다.
 
다만 공표 대상 기업이라도 22일까지 PBR 개선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 1년간 공개가 유예된다. 거래소가 첫 저PBR 기업 명단 공개를 앞두고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개선계획 제출을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22일까지 개선계획 내면 1년 유예 
 
실제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진아이엔에스는 지난달 30일 PBR 개선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처음으로 공시했다. 저PBR 기업 공표를 앞두고 나타난 상장사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 사례다.
 
아울러 지난달 한 달 동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새로 공시한 기업은 한국자산신탁과 디와이에이, 우진아이엔에스, 효성오앤비, 에피소드컴퍼니, 토박스코리아, 세아제강지주, 엠브레인 등 8곳이다. 2024년 5월 제도 시행 이후 9월 말까지 누적 공시기업은 764곳으로 늘었다. 코스피 358곳, 코스닥 406곳이다.
 
기업 수로 보면 전체 상장사의 29.6% 수준이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비중이 훨씬 크다. 공시기업의 시가총액은 5139조 8000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84.0%를 차지한다. 코스피 공시기업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88.4%, 코스닥 공시기업은 코스닥 시가총액의 32.1%를 차지했다.
 
밸류업 공시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미 상당 부분 확산된 가운데 이번 저PBR 기업 공표는 상대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이 더딘 기업들을 시장 전면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선계획을 냈다고 모든 기업이 명단 공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업종별 PBR이 6년간 지속적으로 기준을 밑돈 기업은 개선계획을 공시하더라도 유예 특례를 적용받지 못한다. 장기간 저PBR 상태가 이어진 기업에는 계획 제출을 넘어 실제 PBR 개선을 촉구하겠다는 취지다.
 
‘저평가 이유와 개선책’ 압박 커져
 
저PBR 기업 공표의 핵심은 단순히 낮은 PBR 기업을 한 번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시장과 업종 평균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이 왜 저평가됐는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시장에 설명하도록 유도하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6개 반기 연속 하위권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하락보다는 장기간 낮은 기업가치 평가가 이어진 기업이 대상이 된다. 여기에 PBR 개선계획을 공시하면 1년간 명단 공개를 유예해 기업 스스로 개선방안을 제시할 기회도 줬다.
 
명단에 오른 기업은 거래소 공시 홈페이지뿐 아니라 증권사 HTS·MTS에서도 ‘저PBR’ 태그가 붙을 예정이다. 투자자가 종목을 검색하거나 거래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장기 저평가 상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거래소는 공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진 면담과 설명회, 컨설팅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번 제도는 저PBR 종목을 ‘나쁜 기업’으로 규정하는 것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낮은 PBR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저평가 신호가 될 수 있지만 낮은 수익성이나 성장 정체, 주주환원 부족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PBR 숫자 자체보다 기업이 낮은 시장 평가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에 가깝다.
 
상장사의 주주환원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KT&G가 자기주식 3600억 원어치를 취득하고 같은 규모를 소각하기로 했으며 셀트리온은 1000억 원 취득·960억 원 소각, 제일기획은 400억 원 취득·2830억 원 소각을 결정했다.
 
최근 3년간 전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소각 규모도 2023년 4조 8000억 원에서 2024년 13조 9000억 원, 지난해 21조 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배당은 43조 1000억 원에서 50조 9000억 원으로 늘었다.
 
시장도 반응했다. 지난달 30일 밸류업 지수는 3228.34로 전년 말보다 79.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62.3%를 17.3%p 웃돌았다. 밸류업 ETF 13종의 순자산총액도 9월 말 3조6000억 원으로 최초 설정 당시보다 640.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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