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의 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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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의 전직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02 11:30:49

러시아에 침략을 당해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말들이 많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TV 토론에서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말해 집단 매질을 당하고 있다. 전쟁 피해국 지도자를 비난해서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잠깐 인기 얻어 대통령이 된 코미디언”이라고 폄하했다.

정치인의 출신 성분은 다양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난세에는 군인 출신들이 가장 많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독일 통일 전엔 동베를린 물리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던 물리학 박사이고, 자국의 오랜 공산독재를 종식시킨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은 극작가 출신이다.

출신 성분으로 유명해진 정치인 중에는 도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아놀드 슈왈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일 것이다. 레이건과 슈왈제네거는 정치 시작 전 영화배우로 활동한 전력이 같다.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와의 세기의 담판을 통해 핵무기 감축을 이끌어냈고, 스타워즈 프로젝트를 승인해 구소련 체제를 해체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우리나라에는 과거 ‘못 생겨서 미안합니다’를 유행시킨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제 역할을 한 바 있다. 이 씨는 특히 말년에 흡연의 폐해를 몸소 보여주는 공익광고 촬영에 응해 금연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인 중에도 정치에 나섰던 인물이 있다. 베스트셀러 ‘인간시장’ 작가 김홍신 씨는 거침없는 입담과 소신 넘치는 언행으로 유권자의 사랑을 받았으나 김대중 대통령의 거짓말을 비판하면서 ‘공업용 미싱’ 발언을 했다가 피소를 당해 정계를 떠났다.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시집 ‘접시꽃 당신’이 출세작이 된 도종환은 문화체육부 장관까지 역임했으나 소속 정당의 한계로 순수성을 한창 상실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예프국립경제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배우로 활동 중 2015년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청렴한 대통령을 연기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어 정치에 입문했다. 41세 때인 2019년 대선에서 73% 득표율로 당선됐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대피용) 승용차가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며 결사 항전하려는 의지의 모습을 보고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의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조정진 기자 jj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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