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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련소에서 유독 물질에 중독되어 죽은 외국인 노동자, 나흘째 잠을 못 잔 상태로 인도를 덮친 택배 노동자, 그 택배차에 받혀 숨진 아이, 그들이 모두 말뚝들이 되어 나타난다.
한겨레문학상이 30주년을 맞아 고료를 5000만 원으로 상향하면서 응모작이 몰린 가운데 김홍(39) 작가의 ‘말뚝들’이 349대1의 경쟁을 뚫고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홍 작가는 이 소설이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문득 죽은 사람들이 말뚝이 되어 바다에 박혀 있는 장면이 떠올랐죠. 자기 몫이 없는 사람들, 이름이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 돌아오는 모습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은 직장인 장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장은 출근길 괴한들에게 붙잡혀 복면이 씌워진 채 자기 차 트렁크에 24시간 동안 갇혔다가 풀려난다. 차는 강화도의 외딴곳에 세워져 있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단서가 거의 없어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설상가상으로 장은 과거 단짝이었던 친구 태이가 1년 전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출 심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감사를 받는다. 장의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한 순간 회사 로비에 말뚝이 나타나고, 어째선지 말뚝을 본 장과 동료 직원들은 눈물을 흘린다.
8인의 심사위원은 “현재의 정치적 풍경과 위기의 징후들을 비켜 가지 않고, 문학의 방식으로 응전하는 이 작품이야말로 한겨레문학상이 걸어온 30년의 궤적에 부응하는 의미 있는 성취이자 문학이 여전히 유효한 윤리의 형식”이라며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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