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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보도가 가장 많이 나오는 기업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고려아연을 꼽을 수 있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과연 주주를 위해 움직이고 있고 충분히 주주들에게 보상하고 있는지에 관한 기사가 잊을 만하면 나온다.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제고 여부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연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다. 한쪽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주들의 표를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하니 현재 고려아연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얼마나 잘해 주는지가 항상 화제에 오른다.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있었던 올해 초에는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이름으로 여러 주장이 나왔고 요즘에는 재계 관계자와 금융권 관계자들의 의견이 쏟아진다. 고려아연 측에서도 주주를 위해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요즘 시대에 말로만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면 반응이 좋을 리가 없으니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주총회 당시에는 대기업들이 그렇게 도입하기 싫어했던 집중투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기도 했다.
여기에 다른 기업 또는 그 기업과 친해 보이는 사람들이 고려아연의 행보 하나하나가 주주들에게 과연 이득이 되는지를 조목조목 따져 주기도 한다.
이번 방미 사절단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참여한 것도 그렇다. 원래는 “우리 회장님이 이 정도고 우리 회사 위상이 이 정도입니다” 정도의 홍보 기사가 나갈 자리에 주주의 이득이 아니라 회장의 명예를 위해 미국 기업을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기사가 올라온다.
이쯤 되면 소액주주에게는 경영권 분쟁만한 호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주가치 제고에 미적지근하던 기업들도 주주가치와 회장님의 이득이 일치하기만 한다면 주주의 이득과 만족을 위해 몸 바쳐서 뛰는 투사가 되는 것이다.
고려아연처럼 확실한 오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 분쟁이나 인수합병 시도가 주가 상승 등 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또다른 기업으로는 KT&G가 있다.
2006년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KT&G 지분 6.6%를 확보한 뒤 자사주 매입 확대와 배당금 인상 등을 요구했고 KT&G가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또한 2022년부터 플래시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가 KT&G에게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과 거버넌스 및 보상 체계 개선을 요구했고 2024년에는 인수 제안서를 보냈다. 역시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당시 주가 흐름을 보면 2022년 10월26일 FCP가 분리 상장 등 제안을 공개하자마자 주가가 3.8% 올랐고 2022년 11월2일 안다자산운용에서 또 다른 제안을 발표하니 2.27% 올랐다. 2022년 11월4일에는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일련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국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주주환원이 활성화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존 경영진의 입지가 위협받을 때임을 알 수 있다. 기업사냥 또는 외국 자본의 한국 시장 침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지만 소액주주의 입장에서는 기업과 대신 싸워 주고 돈을 벌어다 주니 의적이 따로 없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취지는 기업이 특정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게 하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이 소액주주들의 권리도 회장님이 허락해야 지킬 수 있는 기형적인 환경을 바꿔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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