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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우려된다. 중소법인의 경우 201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대 연체율을 돌파했다.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64%로 전월 대비 0.07%p 올랐다. 이는 2016년 11월(0.64%)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체율이 상승한 것은 경기가 둔화하면서 중소기업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신규 연체 발생액이 3조5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6000억 원 증가한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영세상공업과 중소기업이 은행 이자마저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폐업을 피하고자 불법 사금융에 빠지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20%인 법정 최고금리 규제에 막혀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줄이고 있고, 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을 잇달아 높이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이 일련의 상황이 자칫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대부업 시장 기능 위축 및 불법 사금융 피해 증가 등 법정 최고금리 규제의 역기능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도입된 규제가 고금리 장기화 상황에서는 오히려 취약계층 금융 소외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사람의 약 70%는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 또는 만기 연장을 실제 거부당했거나 스스로 금융기관 대출을 못 받을 것으로 생각해서 사채를 쓰게 된 사례에 속한다.
문제는 불법 사채의 최고금리는 무려 연 110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실정이기에 한계 기업들이 사금융에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선 현재 20%로 묶여 있는 법정 최고금리를 높이는 등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안으로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 도입이 거론된다.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도 유연하게 오르내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20%인 최고금리를 오히려 12∼15%로 더 낮춰야 한다는 취지의 법률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법정 최고금리 조정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해 국회 동의가 필수는 아니다.
여하튼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열 수 있는 디딤돌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약 300만 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의 근로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88% 정도다. 나머지 12%는 대기업 근로자다. 그래서 흔히들 중소기업을 ‘9988’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실은 어둡다. 직원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 탓에 고용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설상가상 글로벌 경제 여건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하반기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정책 당국은 이미 우리의 미래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직시하고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중소기업에 시장 친화적 기술 이전·사업화 활성화, 업종별 중소기업 맞춤형 연구개발 정부 지원 강화 등에 힘쓰길 바란다. 기업의 풀뿌리 같은 중소기업 살리기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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