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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딸아이와 함께 동네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렀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고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텅 빈 진열대였다. 직원에게 물으니 통신사 할인쿠폰 행사로 손님이 몰려 인기 제품이 모두 품절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들렀던 나는 순간 당황했고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돌이켜 보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통신사 할인쿠폰이 배포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국 매장에서 주요 제품이 빠르게 동났고 아무런 정보 없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텅 빈 진열대 앞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마케팅 효과로 보기엔 지나친 반응이었다. 결국 이것은 지금의 빵값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최근 한 경제 유튜버가 “한국 빵값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직접 저가 빵 팝업스토어를 연 것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해외에서는 커피와 빵을 몇 천 원에 즐길 수 있지만 한국은 빵 한 개 값이 기본 몇 천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고, 그의 실험은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섰고 온라인에는 “싸고도 맛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런 반응은 단순히 낮은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비자들이 느끼던 ‘납득 불가능한 가격’에 대한 응축된 불만이 이러한 반응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실제로 요즘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샌드위치 하나만 골라도 7000원이 넘는다. 소시지빵도 3000원대가 기본이다. 빵 두세 개만 집어도 만 원 넘는 금액이 나온다. 간단한 간식의 영역을 넘어 외식이나 한 끼 식사에 가까운 지출이다. 가격표를 보며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손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빵값 이야기를 꺼내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고작 빵값이 얼마나 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 ‘얼마’가 아니다. 누구나 가볍게 들를 수 있었던 동네 빵집에서 이젠 가격을 몇 번이고 따져 보게 된다는 사실. 그 변화가 지금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가격 그 자체보다 그 가격으로 인한 거리감과 피로감이 더 크다.
우리나라에서 빵은 주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침 대용, 아이들 간식, 출퇴근길 요깃거리로 자리를 잡으며 일상 속 소비 품목이 됐다. 그런데도 프랜차이즈 빵은 여전히 ‘고급’의 이름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급 원재료, 세련된 디자인, 프리미엄 전략. 하지만 그 모든 설명이 소비자의 체감과 어긋날 때 고급화는 설득력을 갖는 게 아니라 부담이 된다.
업계는 인건비·재료비·임대료 상승을 이유로 든다. 물론 그 말이 틀리진 않다. 하지만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표만 보지 않는다. 가격의 배경, 제품의 품질, 선택지의 다양성을 함께 고려한다. 빵값이 비싸다고 말하는 소비자는 ‘싼 것만 찾는 사람’이 아니라 ‘그 가격을 이해할 수 없어서’ 망설이는 사람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납득되지 않는 가격에 대해서는 이유를 묻는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 주는 부담 상황이 계속될 때 응축된 불만은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 유튜버의 실험이 환영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비싸서 불만인 것이 아니라 왜 비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은 기업이 정하지만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높은 가격은 결국 비판의 대상이 된다. 빵 한 개에 몇 천 원이 넘는 현실을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 설명하지 못한다면 고급화라는 말도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에 대한 반응은 비난과 외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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