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논의에도 결론 못 낸 게임질병코드… 결정은 정치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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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 논쟁 속 정부 판단 미뤄져… 공은 국회로 넘어가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0-05 14:00:42

▲ 6년간 이어진 논의가 결론 없이 끝나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편입 여부는 보건 정책과 산업 전략, 입법 과제를 가르는 정치적 쟁점으로 남게 됐다. ⓒ연합뉴스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질병코드 편입 여부를 둘러싼 정부·산업계·의학계 간 논의가 6년 만에 사실상 결렬되며 정책 결정의 책임이 국회와 대통령실로 넘어가게 됐다.

5일 국회와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민관협의체는 지난 2월 서울 중구에서 열린 제13차 회의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찬성 또는 반대라는 공동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각 위원의 개별 의견만 국가통계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으며 2019년 첫 회의 이후 6년간 이어진 논의는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평가된다.

핵심 쟁점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에 게임이용장애를 추가한 만큼 국내 질병코드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HO의 판단을 따르지 않을 경우 국제 통계와의 연계가 어렵고 공공 보건 정책 설계에도 차질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콘텐츠 업계는 “WHO 결정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국내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게임 산업이 질병 낙인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산업 육성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행성 게임물과 일반 게임 이용을 동일 선상에서 다루는 접근은 산업 발전과 공공 규제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논의 과정에서 행정 부처 간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통계청은 마지막 회의에서 “WHO 규정상 ICD에서 일부 코드만 제외하고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조정실 또한 명확한 판단을 유보하며 민관협의체 차원의 공청회 개최를 검토하는 등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차기 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못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사안을 입법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부처 간 입장차가 워낙 커 정부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공청회를 거치더라도 결국 국회나 대통령실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현행 구조의 한계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법과 산업 보호를 강조하는 법률이 충돌하고 있다”며 “이분법적 논쟁을 벗어나 입법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임의 정의와 가치를 법률상 명확히 규정하고 사행성 게임물과 중독 문제는 별도의 특별법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중독 유발 기준의 측정 방법과 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법 규정의 모호성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는 단순한 산업 규제나 보건 정책을 넘어 국가 통계, 법체계, 산업 전략이 교차하는 복합적 정치·사회적 사안으로 떠올랐다. 6년간 합의 실패로 정책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향후 공청회와 국회 논의를 통해 이 사안이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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