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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통신업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기본료 폐지’를 주문하자 업계가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시행한 적 없는 ‘통신비 원가공개’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선보이며 업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기본료가 네트워크 유지·보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비 원가공개에 대해서는 영업상 기밀이라는 기조를 줄곧 유지해 왔다. 일각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기본료 폐지가 곧 적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통신업계가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사용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해외도 아닌 내수시장만을 놓고 경쟁하는 이들이 고객선점을 위해 마케팅에 주력하며 여기서 소요된 금액을 재차 고객 부담으로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통신비를 둘러싼 각계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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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은 기본료 1만1000원에 네트워크 유지·보수비용 및 5G 투자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가계 통신비 인하정책을 내세운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요금을 강제할 수 없는 정부 역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 특히 주목된다. 사진은 용산역 아이파크몰 휴대폰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둘러싼 정부와 이동통신업체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관련업계를 넘어 사회적 화두로 부상한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압박하는 정부에 대해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며 맞서고 있다.
19일 정부 및 이동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공약의 핵심 골자는 1만1000원 상당의 통신비 기본료 완전폐지였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정부는 통신비 기본료 폐지를 추진했지만 통신업계는 과도한 시장개입이자 적자우려가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반발했다.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통신업계를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부분 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특히 한정된 내수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통신업계 간에 홍보·마케팅 출혈경쟁을 줄이는 방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요금 부담 전가 우려” 잇따른 신중론…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진통
이동통신업계는 기본료에는 통화량·데이터이용 등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네트워크 유지 및 보수비용과 3G와 LTE를 거쳐 5G로 이어지는 네트워크 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이 포함돼 있어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정부는 기본료를 인하할 경우 최대 7조원에 달하는 가계통신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종용하고 있다. 다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상 민간사업자들에 요금인하를 강제할 수 없어 이동통신업계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들이 기본료를 인하하게 될 경우 적자를 입게 될 것이라는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반대로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도 반감을 드러냈다. 강제적으로 통신비 기본료가 인하될 경우 통화료, 데이터사용료 등 다른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진은 용산전자상가 휴대폰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동통신업계와 정부가 평행선을 걷고 있는데 대해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양측의 입장 모두를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주목됐다. 소비자들은 기본료 인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도 실제로 인하될 경우 통화료, 데이터사용료 등 다른 요금이 오를 것을 우려했다. 대체로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용산역 인근 전자상가에서 만난 구정서(33·남) 씨는 “기본료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강행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며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통화료, 데이터요금 등인데 기본료를 폐지하는 대신 이들 요금을 올릴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부작용이 생길 경우 기존보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면서 “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함이 목적인데 기본료는 낮아지고 다른 요금이 오르게 된다면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형섭(41·남·가명) 씨는 “국내 통신시장은 SKT·KT·LG유플러스 등이 사실상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기본료를 폐지해 적자를 입는다는 말은 솔직히 믿지 못하겠다”면서도 “다만 이를 핑계로 다른 요금을 올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이 받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전제돼야 하다”고 언급했다.
▲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사들의 적자언급에 대해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상 3개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한정적인 국내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또한 막대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이익 합은 1조원을 웃돌았다. 사진은 이이동통신3사 대리점 ⓒ스카이데일리
심윤지(35·여) 씨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기본료 폐지로 인한 손실을 분명히 다른 부분에서 충당하려 할 것이다”면서 “정부도 무작정 폐지하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 10만원 내외의 통신비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국민 통신비 부담 축소라는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한데 그저 정부와 통신업계가 으르렁대고만 있어 기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내수시장 땅따먹기 경쟁에 홍보비만 1조원, 불필요한 경쟁 비용 투입에 강제력 부여
일부 소비자 및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제3의 대안을 촉구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현실적인 방안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한정된 내수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통신업계 간에 홍보비 출혈경쟁을 줄이는 방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과도하게 지출되는 홍보비 상한선을 정하게 되면 자연스레 비용 절감이 이뤄지고 절감된 금액만큼 통신비를 인하하면 통신사의 수익 보전, 가계 통신비 절감 등의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도림역 인근 휴대폰매장에서 만난 조재근(27·남) 씨는 “국내 통신업체들은 한정된 내수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들을 내세운 화려한 광고 등 홍보·마케팅 활동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며 “과거 유명 교복업체들이 유명 아이돌그룹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교복 값을 비싸게 받았던 횡포와 다를 바 없다”고 힐난했다.
▲ 이동통신사들의 홍보비·마케팅 비용 제한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수시장 땅따먹기 식의 경쟁에서 홍보비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면 줄여든 금액만큼 통신비를 인하하도록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통신사의 수익 보전과 가계 통신비 절감 등의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게 일부 소비자들이 반응이다. 사진은 한 휴대폰 판매 매장 내 통신사 광고 전단지 ⓒ스카이데일리
취재 중 만난 수많은 소비자들의 조 씨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신도림역 테크노마트에서 만난 문기현(28·남·가명) 씨는 “솔직히 통신사·휴대폰을 고르는데 유명연예인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유명연예인을 기용할 돈을 아껴 기본료 인하 등 통신비를 절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진은(29·여) 씨는 “몸값 비싼 여자 연예인 몸매광고나 다름없는 통신사광고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감이 든다”며 “물론 업체 측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이라 설명하겠지만 결국 그 비용을 이용자들에 전가할 것안데,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통신사의 갑질 횡포가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악구 봉천동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한 휴대폰 판매 매장에서 만난 곽다은(31·여) 씨는 “어린 10대들에게는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광고가 어필할 수 있지만 20대 이상들에게는 아닐 것이다”며 “차라리 이 같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기본료를 인하하면 가계 통신비 절감과 통신사의 수익성 보전 등의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실제 시민들이 지적한 것과 같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한 해 수천억원의 홍보비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KT의 광고선전비는(연결) 4384억원을 기록했다. KT는 1855억원, LG유플러스는 3828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한 해 1조원을 웃도는 돈이 이동통신 3사의 홍보비로 지불된 셈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 역시 이동통신사와 정부, 양측이 입장을 모두 반영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홍보·마케팅 등 불필요한 비용을 강제적으로 줄이면 이동통신사와 정부의 입장을 모두 반영할 수 있다는 견해도 보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태환 과장은 “기본료 폐지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면서 “통신 전파는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사유화해서 요금을 받는 것 자체가 어패가 있지만 무작정 폐지를 주장하기보다는 여러 부분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심현덕 간사는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향후 기업들의 부담 전가 우려에 대해서는 통신요금 원가 대비 적정 요금제 검증 절차 등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소비자들이 향후 요금 부담 전가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심 간사는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시 국내 이용자들의 기본료를 다 합하면 총 6조6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동통신 3사들의 광고선전비를 비롯한 영업비용은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무리하게 쏟아 붓는 광고·마케팅비를 절감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이뤄낸다면 기본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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