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국정 과제 로드맵으로 마련한 가운데 중소기업·소상공인 업주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중소기업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빌딩 ⓒ스카이데일리
최근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두고 중소기업 사업주 및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급을 올리겠다는 방침에 경영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7일 정부 및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사회분과 업무보고에서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대함과 동시에 아르바이트, 파트타임 등 단시간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고용 축소는 물론 폐업으로 이어져 전체 고용률이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인력 의존 심한 중소기업 시름…결국 고용 진입장벽 높아지는 악순환” 분분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액 증가분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시급이 현재 6470원에서 2020년 1만원으로 인상되면 중소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액은 81조5000억원 증가한다.
내년 시간당 최저시급이 7485원으로만 올라도 중소기업의 인건비는 올해 보다 16조2151억원 증가한다. 2019년 최저시급이 8660원이면 올해 대비 증가액은 42조2557억원에 달한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열악한 중소기업 현실도 고려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감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경기도 소재 K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는 일을 할수록 숙련도가 쌓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급을 많이 주는 게 어렵다”며 “이런 점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에 결국 노동자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 현재 최저시급은 6470원이지만 정부의 인상안으로 법정 최저시급이 매년 15%씩 오를 전망이다. 이를 두고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결국 아르바이트생들만 배불리는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재 백화점 의류매장 ⓒ스카이데일리
서울 소재 POS단말기(판매관리기기)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N사 관계자는 “월 수익에서 사무실 임대료, 비품 구입비, 전기·수도세, 각종 세금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인건비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이다 보니 신입사원 월급을 최저시급 이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상당한 부담이다”고 토로했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뿐 아니라 영세상인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가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박인화(45·여)씨는 “시급을 만원이나 주는 게 현실화 되면 아르바이트를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위드미 편의점 점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이야 용돈 더 벌어 좋겠지만 생업인 우리는 가게 매출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며 “야근수당을 주는 새벽엔 특히 손님이 없어 편의점 타격이 클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아르바이트생 고용조차 못하게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탁현(46·남) 씨는 “현재 직원을 3명 쓰는데 인건비 절감을 위해 그렇지 않아도 인원을 줄여야 할 상황이다”며 ”임금인상 외에도 전체적으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급을 그렇게 크게 올리면 사실상 다 망하자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 “아르바이트생만 배불리는 최저임금 인상, 청년실업 문제 부추길 것”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중에는 지금의 인건비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지난해 12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는 고용 유지의 어려움으로 ‘높은 임금’이 전체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폐업하거나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팽배한 배경이다.
▲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려면 현재 연간 7%대의 최저시급 인상률을 2배 수준인 15.7%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월 최저급여는 근로기준법상 한 달 통상근무시간인 209시간 기준 2018년 156만4574원, 2019년 181만149원, 2020년 209만4180원으로 각각 오르게 된다. 최저임금이 일단 결정되면 근로자가 1명 이상인 모든 사업장, 정규직·비정규직·외국인, 아르바이트생 등은 모두 적용을 받는다.
특히 최저임금이 오를 때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임금도 덩달아 비슷한 비율로 상승해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결국에는 신규 채용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한 소상공인은 “결국 최저임금 인상은 신규 채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 청년 실업 문제만 가중시킬 것이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등을 대변하는 각종 단체에서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높은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영세상인들의 생존 기반을 위협해 경제 발전의 역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 영세기업들이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현장인력 장기근속 여부가 중요한 사항이다”며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상여금이나 근속수당을 포함해 월급을 주는 반면 최저임금은 일한 시간에 대해서만 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을 폭넓게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모든 사업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에도 문제가 있다”며 “일본의 경우 업종별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거나 지역별로도 소득이 낮은 중소도시에는 대도시와 다르게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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