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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카네이션이 담고 있는 꽃말은 ‘사랑에 대한 믿음, 건강을 비는 사랑’이다. 매년 5월 8일이면 거리 곳곳에는 ‘빨간색 카네이션’을 단 성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평소 당연하게 여겨졌던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과 은혜에 보답하자는 의미에서 제정된 어버이날을 맞아 자녀들이 감사의 마음으로 달아 주는 카네이션들이다. 하지만 카네이션 하나에 부모님들의 헌신과 희생을 다 표현하기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금도 모든 부모들은 오로지 자녀들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을 일컬어 흔히 ‘무한사랑·무한책임’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이유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어버이날 단 하루가 아닌 평생을 가슴 속에 카네이션을 품고 살아야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스카이데일리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존경스러운 부모님들의 발자취’를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선정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과 관련해 주변에 귀감이 되는 사례를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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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 김민아·남승진 기자] 모진 고생과 역경 속에서도 밤낮없이 자식을 위해 헌신한 끝에 훌륭하게 자녀를 길러낸 부모들의 사연은 언제나 우리 사회에 훈훈한 미담으로 회자된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위대하기 때문에 미담의 단골 소재로 자주 이용된다. 이러한 미담은 다음 세대에게 인생의 교훈은 물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업실패·건강악화 딛고 ‘의대형제’ 배출…고난 속에서 빛난 자식사랑
학창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신병호(32), 신병준(31) 씨 형제는 부모님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에 나란히 치의대와 한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들 형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부모님의 사랑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갈 때 갑작스레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부도가 났어요. 집으로 돌아왔더니 빨간딱지(차압딱지)가 집 안 곳곳에 붙어있었죠. 살면서 처음 어머니께서 울고 계시는 모습을 봤죠. 말없이 담배만 피우시던 아버지의 씁쓸한 뒷모습을 보고 울컥하기도 했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당장 살고 있는 집에서 내쫓기다시피 나온 이후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신 씨의 부모님은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힘들 때 일수록 가족은 같이 뭉쳐야 된다며 조그만 월세방을 구했고 그때 이후 신 씨의 부모님은 밤낮없이 일하며 자식의 뒷바라지에 전념했다.
“친척집에서 한 달 정도 살다가 다시 가족이 뭉쳐서 살게 됐어요. 그 때 이후 부모님은 밤낮없이 일하기 시작하셨죠. 낮에는 음식점 배달, 저녁에는 대리운전을 했고 쉬는 날에도 일용직을 다니시면서 단 하루도 쉬지 않으셨어요. 평생 사장님 소리만 들으시던 분이 가정을 위해 자존심을 다 버리고 악착같이 돈을 버시는 모습을 봤어요”
신 씨의 부모님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동분서주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신 씨 형제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신 씨 형제는 어려움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희생 덕분에 형은 치의대에, 1년 뒤 저는 한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대학 발표를 보신 아버지께서는 생전 처음 제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셨어요. 자식들이 대학진학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집이 망해 당신 때문에 우리 형제가 원하는 대학에 못갈까 봐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큰 짐을 덜게 돼 고맙다고 말씀하셨죠”
신 씨 형제가 대학에 진학한 이후 살림은 나아졌지만 위기는 다시 한 번 찾아왔다. 신 씨의 아버지가 만성 신부전증 판정을 받은 것이다. 신장기능의 80%가 정지됐고 판정 받은 지 1주일 만에 복막투석을 시작하게 됐다. 그간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무리하게 일한 게 원인이었다.
“밤낮없이 일한 탓에 하루 3번 4리터의 물을 배속에 넣었다 빼야하는 지독한 병에 걸리신거죠. 신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평생동안 하루 6시간 걸리는 혈액 투석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처음 이 소식을 듣자마자 저 때문에 아버지가 병에 걸리신 것 같아 눈물이 멈추지 않았죠”
가족들이 모두 신장 이식을 자청했지만 오히려 그의 아버지는 완강히 거부했다. 본인 때문에 가족이 희생하는 건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족들은 아버지 몰래 신장이식 검사를 받았지만 어머니와 장남인 병호 씨는 부적합반응이 나왔다. 다행히 차남이었던 병준 씨가 검사 결과 이식이 가능하다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처음 검사를 할 때만 해도 만약 적합반응이 나오면 아버지께 신장을 이식해드릴 수 있을까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기도 했어요. 그러다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모습을 떠올린 순간 고민했던 나 자신이 너무 창피했죠. 다행히 검사결과 적합반응이 나왔고 수술 날짜 전까지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해서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었어요”
다행히 신장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현재 병준 씨의 아버지는 다시는 투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몸이 됐다.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신 부모님을 통해 인생에 큰 자산을 얻었다는 병준 씨는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가족이란 게 항상 옆에 있지만 소중하다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하잖아요. 행복이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행복은 너무나도 가까이 있죠. 바로 가족이죠. 살면서 힘들다고 느낄 때마다 부모님 생각을 하면 힘이 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지금의 제가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죠.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평생을 갚아도 모자란 큰 빚을 부모님께 지고 사는 것 같아요”
IMF로 가세 기울어 판자집 생활…아이디어 제품으로 집안 일으킨 발명왕 ‘주부CEO’
이정미(52·여) 대표는 아이디어 주방용품 개발·판매 기업인 ‘제이엠그린’을 설립한 후 연 매출 10억대의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현재 일본·대만·싱가폴 등 10여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향후 미국·유럽 등 해외 선진국 수출까지 염두하고 있어 매출은 더욱 오를 계획이다. 성공한 여성CEO로 우뚝 선 이 대표는 과거 IMF외환위기 이전까지는 평범한 주부였다.
“아들·딸이 각각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일 때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 졌어요. 판자집 같은 곳에서 월세살이를 했죠. 집이 너무 좁고 허름하니까 아이들은 항상 기가 죽어있었죠.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어려웠죠. 한 번은 부모님이 교수인 아이가 있었는데 집에 놀러오고 난 후에 아이를 멀리하기도 했어요”
어린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시기였던 만큼 이 대표는 자녀들에게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가정에 결코 소홀히 하는 일이 없었다. 자녀들이 하교한 후 빈집에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걸린 이 대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에 들려 핫케이크, 튀김 등 간식을 준비하고 회사로 돌아가기도 했다.
“간식을 만들어 두고 항상 짧은 편지를 쓰고 나갔어요. 마치 엄마와 함께 있는 것처럼 대화하듯 ‘엄마와의 대화’ 수첩을 만들었죠. 집안 사정이 나아지고 이사할 때 ‘엄마와의 대화’ 수첩을 발견했는데 아이들이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뽀뽀를 해주기도 했어요”
아이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이 대표는 더욱 열심히 일했고 마침내 2011년 ‘제이엠그린’을 설립했다. 아이디어 주방용품 개발 업체인 제이엠그린을 설립한 이후 특허를 등록하고 자금을 지원받아 시제품을 내고 전시회도 나가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정부·공공기관 등에서 주관하는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새벽에 몰래 일어나 발명을 하곤 했죠. 발명대회 수상을 하고 나서는 아이들이 일을 많이 도와줬어요. 차가 없어서 딸과 함께 비를 맞고 물품을 들고 전시회장 까지 갔던 적도 있었어요. 그 때 딸이 ‘처음에는 엄마가 특이한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수상도 하고 개발로 인해 집안이 일어서니까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이 대표는 현재 딸 장용희(29·여) 씨와 함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장 씨도 여러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딸과 함께 일하는 덕분에 긍정적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딸에게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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