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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감정노동자 근로 처우

화장실도 보고해야…허울뿐인 친노동에 우는 콜센터직원

“정부 관리·감독 부실에 법 개정 후 처우 개선은 커녕 오히려 악화”

장수홍기자(shj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8-06 14: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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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조항이 개정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노동자들은 개정된 법 자체가 실효성이 부족한 보여주기식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인바운드 콜센터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친노동 정책이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정부가 감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실시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법 개정 수혜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법 개정만 이뤄졌을 뿐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선 현장의 분위기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법 개정이 사실상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유명무실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정부 무관심에 개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악화
 
정부는 고객에게 폭언이나 정신적 피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 불렸다. 개정안의 골자는 사업주가 고객의 폭언·욕설로부터 감정노동자를 책임지고 보호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업주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정신적 피해를 당한 감정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업무 중단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사업주는 감정노동자가 업무 중단을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그런데 개정안 시행 1년여가 흐른 현재, 일선 현장에서는 법 개정의 효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감정노동자들은 정부가 법만 개정해 놨을 뿐 이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처우 개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고 토로한다. 정부의 법 개정 자체가 보여주기식에 가깝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감정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법을 개정한 정부가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기존과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근무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이석시간 [사진=제보자 제공]
 
은행 인바운드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김현주(42·여) 씨는 “지난해 10월 법 개정 이후 11월부터 은행 내 블랙컨슈머(악성고객)를 별도 관리하는 업무가 추가됐다”며 “심지어 전산상 블랙컨슈머의 전화가 비정규직에 우선 배치되면서 업무피로도가 오히려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블랙컨슈머를 전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추가되는 수당은 5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며 “원청에선 감정노동수당으로 1만6250원을 지급하는 게 전부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로 개정된 감정노동자 보호법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은 애초에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게 대다수 감정노동자들의 지적이다.
 
롯데홈쇼핑 인바운드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이경아(48·여) 씨는 “취업규칙을 살펴봤지만 감정노동자 보호법 조항과 관련된 매뉴얼은 본적이 없다”며 “고객에게 폭언과 욕설을 들으면 사용자 측이 휴게시간 보장이나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줘야 하지만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애초에 감정노동자로 일하는 직원들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당연한 권리조차 모르는 동료가 대다수다”며 “폭언이나 욕설을 들었을 때 관리자에게 보고해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료끼리 서로 위로해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는 감정노동자 관리·보호 대책 마련 시급…“선순환 구조 돼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감정노동자들의 근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의 실효성있는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감정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하청이나 파견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은만큼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허락받는 상황을 담은 메신저 내용 [사진=제보자 제공]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감정노동인 콜센터 업무의 경우 용역업체로부터 고용된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한 근무지 내에 영세한 용역업체가 여럿 개입돼 있다 보니 원청과 재계약을 위해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감정노동자에게 전가된다.
 
김 씨는 “용역업체가 원청과 재계약할 때 트집이 잡히지 않으려고 직원들의 이석시간부터 휴게시간, 식사시간 등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눈치를 주거나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연차는커녕 육아휴직 단축근무는 꿈도 못 꾼다”고 밝혔다.
 
용역업체들은 원청과의 계약을 위해선 포기율을 줄이는 게 핵심인 만큼 직원들의 업무시간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포기율은 고객이 전화를 걸었다가 대기하는 시간에 전화를 끊는 걸 의미한다. 콜센터업계에선 포기율 관리가 가장 큰 실적으로 분류돼 재계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기율을 줄이기 위해 한정된 상담원들이 쏟아지는 콜을 처리하게 되고 근무 시간 내 휴게시간 및 이석시간 등이 확보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훈 서울시 감정노동자 권리보호센터 소장은 “감정노동자 근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선 관련 기관의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계가 우선시돼야 한다”며 “감정노동자에 대한 근로처우가 개선되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장수홍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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