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 실패는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하고자 하는 용기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 불확실성과 경제 양극화가 커질수록 ‘실패는 곧 치명적’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치명상을 입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지속하고자 하는 용기를 잃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상당수가 그러하듯 성관태 맥스포인트 대표 역시 치명적인 실패를 겪어 온 기업인이다. 재기 불능상태의 경제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성 대표가 실패를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실패를 치명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 있는 사람만은 아니다. 두려워해야 할 것과 두려워해선 안 되는 것을 구분하려는 용기, 극복할 수 있는 두려움에 대한 저항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불확실의 시대를 건너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꿈은 사업가”… 현대그룹 퇴사 후 2005년 맥스포인트 설립
“사업초기 열정이 앞서다 보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했죠. 회사 기반을 빨리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렸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초인적인 힘이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회사는 급속도로 기울어졌죠.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회사를 꾸려 나가다 보니 어느새 파산 지경까지 몰렸더군요. 그때는 세상에서 고아가 된 느낌이었어요.”
맥스포인트(www.maxpoint.co.kr)는 인테리어 자재 전문 종합쇼핑몰이다. 온라인을 통한 DIY(반제품 상태의 제품을 구입해 직접 조립·제작하도록 한 상품) 수요층인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 쇼핑몰 운영과 전통적 거래방식인 오프라인 시공업체에 건축자재 납품거래가 주 사업영역이다. 2005년 창업 이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며 ‘건축자재업계의 온라인종합쇼핑몰’로 불릴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
성 대표의 어릴 적 꿈은 ‘사업가’였다고 한다. 성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현대그룹에 입사해 전형적인 샐러리맨의 길을 걸었다. 현대에서 영업 관리와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하며 만 6년을 근무한 그는 사업가의 길을 걷기로 하고 회사를 그만 뒀다.
“첫 사업은 다소 생소한 보험부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일반적이지 않았던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보험 경력을 쌓았지요. 국내 보험회사 지점장으로 지점을 운영하기도 했죠. 영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던 시간이었죠. 하지만 사업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를 많이 느꼈어요. ‘이 조직(보험영업 조직)은 내 조직이 아니다. 회사로부터 위촉받은 거다’는 생각이었죠. 내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성 대표의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현대그룹과 보험회사에서 일하며 배운 관리·영업 노하우와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2005년 금융·경영 컨설팅, 광고 등을 업종으로 한 ‘맥스포인트’를 창업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 고객에 맞는 경영·관리·재무·세무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기업들을 구두가 닳도록 찾아다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직원 8명을 고용하며 자신감 있게 출발했지만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사업은 처참히 무너져갔다.
“1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세상의 쓴 맛은 다 봤다고 할 수 있죠. 성공하기는 어려워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더군요.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은 등 끌어들일 수 있는 자금은 총 동원했죠. 하지만 매출은 잘 발생하지 않았고, 경영 상태는 악화에 악화를 거듭했어요. 회사 직원들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힘들었죠.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 몰려오는 절망감과 두려움은 견디기 어렵더군요. ‘다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무작정 있을 수는 없었죠.”
성 대표는 다시 바닥부터 시작했다. 창업 1년 만에 맥스포인트는 금융·경영 컨설팅에서 건축자재 도소매로 업종을 전환했다. 현실적인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건축자재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엔 건축자재 샘플을 들고 건설 회사들을 찾아다녔다. 건설회사 간부와 담당자들을 상대로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나면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후 건설회사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꿈꾸던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절망감은 더해 갔다.
일반인 대상 DIY·소규모 건축프로젝트 시장 주목… 제조기업 발돋움 나서
“건축자재 몇 가지를 건설업체에 납품하자는 계획이었어요. 제 주변에 건설회사 종사자가 많아서 그런 계획을 세웠었던 것 같아요. 매우 순진한 동기였죠. 그 사업모델은 매우 경쟁적인 레드오션이었죠. 당시 맥스포인트는 업력도 일천한 데다, 수십 년간 이쪽 업계에서 일한 사람들과 경쟁 자체가 될 수 없었죠.”
“사업에 대한 회의감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실패 이후 일어나게 될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죠. 수많은 방황과 고민의 시간 끝에 ‘두려움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겁하게 피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이상,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돼 버린 거죠. 제 스스로도 위축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건축자재의 판매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성 대표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DIY 시장과 소규모 건축프로젝트 시장에 주목했다. ‘작지만 빈도는 높은’ 틈새시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내 손으로 직접 생활공간을 꾸미는 DIY 인테리어 열풍이 일면서 ‘맥스포인트’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성 대표는 우선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적합한 품목을 고를 수 있도록 인테리어 자재 품목을 다양하게 확대해 나갔다. 현재 취급 품목은 타일, 포세린, 에코스톤, 파벽돌·인조석, 천연석, 바닥재·벽면재 등 약 3800가지에 이른다. 또한 한시적 현장소장 역할을 하는 인테리어 전문가와 고객 간 파트너십을 통해 공사비용의 20∼30% 줄일 수 있는 투명한 시공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타사와의 경쟁력 우위확보를 위해 초보자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인테리어를 할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제공했다.
특히 맥스포인트의 유튜브 채널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실내 인테리어 전문가가 직접 시공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비싼 시공비’라는 고객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경량공사 천정 석고보드 설치하기 △벽타일 붙이기 2가지 방법 △욕실 리모델링 공사과정(철거에서 타일붙이기 까지) △온돌마루 접착시공 △강화유리문 닫힘 속도 조절하는 법 등 시공 분야도 다양하다.
“인테리어 제품, 시공과정 등 모든 것을 고객입장에서 생각하고 기획했죠. 자연스레 고객이 증가하면서 맥스포인트의 이름이 알려졌어요.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까지 들어오기도 했죠. 일반고객 중심의 DIY 시장 외에도 오프라인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한 건축자재 납품사업도 성과를 내기 시작해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죠. 시장 트렌드를 잘 읽고, 좋은 상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고객에게 소개하는 기본에 충실할 때만이 좋은 실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성 대표는 현재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유통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성 대표는 맥스포인트 자체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유통회사에서 제조회사로 발돋움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특허출원한 세면 보조 장치는 올해 등록을 앞두고 있다. 고령자들이 허리를 숙여 세면대에서 세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서 착안한 세면 보조 장치는 허리통증 방지를 주목적으로 한 제품이다. 연령대별, 세면대 형태별, 사용목적별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전반적인 건축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저희 회사는 잘 꾸려나가고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결코 안심해선 안 되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고객과의 다양한 소통 경로를 만들어갈 생각이에요. 문제의 정답은 고객 속에 있기 때문이죠. 생활 혁신형 아이디어 상품을 직접 개발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늘 있죠. 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두려움을 피해간다면 떳떳하고 후회 없이 살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것이 가장 두려웠죠. 치명적인 상황에서도 출구는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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