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내년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된 데 이어 금리 인하 속도마저 더딜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경기 둔화 등으로 카드 실적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악재다. 카드대출 확대에 따른 건전성 위기도 작지 않다. 위기에 맞서 주요 카드사는 수장을 교체했다. 60년대 중후반 젊은 피다. 쇄신 인사를 통해 업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신용카드산업 전망에 대해 ‘비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도 내년 신용카드업 사업환경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내다봤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카드사 내년 실적이 올해 저하된 실적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이들 기관이 카드사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실적 저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맹점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대표적인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연매출 10억 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을 0.1%p·10억~30억 원 이하 가맹점은 0.05%p(체크카드 0.1%p)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 수수료 개편 과정에서 수수료율이 올랐던 연매출 30억~1000억 원 이하 일반가맹점도 3년간 수수료율이 동결된다.
가맹점수수료가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악재다. 상반기 전업 카드사 8곳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총 4조734억 원으로 카드수익 전체 약 40% 정도를 차지했다. 수수료율 개편 시 영업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수료율 인하 시 카드사 신용판매수익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전업 카드사 8곳의 연간 개인신용판매 이용금액 691조 원을 가정하면 내년 연간 수익이 약 2400억 원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리지 않을 수 있는 점도 위협으로 다가온다. 카드사는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하는데 금리 하락 속도가 더딜 경우 조달비용을 줄이기 쉽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18일 내년 말 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9월 전망치(3.4%)보다 0.5%p 높다. 0.25%p씩 내린다고 가정하면 내년 금리를 두 차례 내릴 것이란 의미다.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환율이 뜀박질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시 원화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등으로 경기 둔화가 지속될 수 있는 점도 부정적이다. 카드 실적은 민간 소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실물 경기에 민감하다. 한은에 따르면 내년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는 2.0%로 올해(1.2%)보다 높지만 2021~2022년 3~5%대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민간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김성진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카드 사용금액은 카드사에 있어 기본적인 수익 창출의 원천이고 가맹점 수수료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기본적인 수익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카드 사용금액이 크게 증가해야 한다”며 “최근 승인 금액 추이를 보면 성장률 둔화가 나타나고 있어 가맹점 수수료율 하락에 따른 수익 감소 효과를 커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전성 위기도 있다. 올해 카드사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늘리면서 실적을 방어했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빨랐다. 미상환 시 고정이하여신으로 변모해 연체율을 높일 수 있다. 11월 말 9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 원이었다. 역대 최대치이자 작년 말 대비 3조3000억 원 이상 커진 규모다. 카드사 연체율도 평균 1.73%로 2년 전(1.20%)보다 0.52%p 올라갔다.
안태영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추심횟수 제한 등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채권 회수환경 변화는 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이라며 “대환대출을 포함한 카드론 증가세가 빨랐던 점·선제적으로 부실채권 매각을 확대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산건전성은 저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1~3위 카드사 CEO 모두 교체
이 같은 위기에 주요 카드사는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장을 줄줄이 교체했다.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봤던 신한·삼성·KB국민·우리 4곳이 새 CEO를 맞았다.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부사장을 거치지 않은 박창훈 페이먼트그룹 본부장을 대표로 발탁했다. 박창훈 본부장은 디지털·영업 관련 부서를 거친 인물로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2위인 삼성카드와 격차가 축소되는 등 성장 모멘텀 부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 내부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김대환 현 대표의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인적 쇄신을 택했다. 김 사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출신으로 2016년 삼성전자 합류 후 글로벌커뮤니케이션그룹장·대외협력팀장 등을 역임했다. 풍부한 네트워크를 통해 결제·금융사업을 넘어 디지털·데이터 혁신 기반 사업영역으로의 확장을 리딩할 전망이다.
KB국민카드 대표는 김재관 KB금융지주 재무담당(CFO)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이 연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세대교체를 택했다. 김 부사장은 국민은행에서 중소기업고객부장·SME 기획부장·기업금융솔루션본부장·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우리카드는 신임 대표로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을 선임했다. 카드업계 최초로 외부 출신이 대표로 선임된 사례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진성원 대표는 장광익 우리금융그룹 부사장과 고교 동문 선배라는 점도 눈에 띈다. 1963년생인 진 대표는 1965년생인 장광익 부사장과 같은 시기에 부산 브니엘고를 다닌 고교 2년 선배다.
한편 카드사들이 내년 실적 개선을 위해 비용 절감 등 수익 보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CEO를 대거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사업을 통해 사업영역을 다각화 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조달비용·대손비용 등 비용 절감 위주로 수익을 보전하고 연체 관리를 하면서 충당금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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