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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섭의 재테크 전망대

스타트업 불모지 한국, 꽉 막힌 조직문화·규제 탓

성문법 기반 법체계…신산업 도전 스타트업, 창조적 파괴 불가능

제조업 주도 산업성장, 수직적 위계조직…창조적인 기업 걸림돌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28 09:55:40

▲ 김장섭 JD 부자연구소 소장
스타트업 대표뿐 아니라 여기에 종사하는 대학생에게도 ‘창업휴학’ 혜택을 부여하는 이른바 ‘창업휴학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기존 대학에 있던 창업휴학제도는 기업 대표에게만 적용됐습니다. 대표가 아닌 스타트업 직원의 휴학은 불법이었던 거죠. 개정안을 통해 스타트업 직원들도 창업휴학할 수 있도록 법으로 만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법은 독일의 성문법을 따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법은 영미법 체계인 불문법을 따릅니다. 성문법과 불문법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성문법은 법조항에 있는 것은 되지만 법조항에 없는 것은 어떤 것도 안 됩니다. 그러나 불문법은 모든 것은 다 되고 법에 있는 것은 안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 U턴 표시가 있는 곳에서만 U턴이 되고 미국에서는 아무곳에서나 U턴이 가능하지만 U턴 금지 표시가 있는 곳에선 U턴이 안 됩니다. 이 차이는 한국의 법률이 새로운 분야에 창조적 파괴를 하러 들어가는 스타트업에게는 큰 걸림돌이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것은 실제 사업을 할 때 크게 부딪치는데 송금앱인 토스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관련 법률이 없어서 사업을 접고 1년을 쉬었습니다. 어디서 부딪칠까요? 바로 공무원에 부딪힙니다. 관련법률이 없으니 어느 누구도 책임질 부서가 없고 나서서 해결해 줄 사람이 없는거죠. 그러니 스타트업 대표는 국회의원을 쫓아다니면서 입법을 해야 합니다. 마침 토스는 이 때 핀테크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면서 관련 법률이 개정됐고 사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정이 까다로운 의료분야 스타트업은 시작조차 아예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차라리 미국이나 일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죠.
 
우리나라가 왜 제조업만 발달하고 스타트업은 잘 안 될까요?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스라엘은 실리콘밸리에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기업을 넘기는데 말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배민이나 하이퍼커넥트의 2조 대박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선 그 정도 대박은 항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되고 한국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이스라엘은 사업을 시작할 때 실리콘 밸리를 염두에 두고 하고 있고, 한국은 정부보조금을 받으면서 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아예 서울에 어떤 스타트업이 있는지 영문 홈페이지 등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영문 홈페이지 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 있는지 아주 상세한 정보를 실리콘밸리에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서 애플이 VR에 관한 사업을 하려고 VR 신기술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다고 칩시다. 이스라엘은 이런 정보가 영문으로 되어 있어서 관련 스타트업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예 이런 정보자체가 없으니 스타트업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일단 이스라엘부터 뒤져서 관련기업을 찾아 미팅을 하는 거죠. 그러니 대부분 한국의 스타트업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보조금에 의지하여 창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둘째는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의 차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임원 이하 일반 직원에 대해 ‘단일 직급’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내년부터 기존 ‘사원-대리-과장-부장’의 직급을 없애고, ‘PM(Professional Manager)’ 직급으로 통일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직급 없애고 단일 직급을 하나 만들던지 아니면 과장님에서 과장을 빼고 님자를 붙여 부르던지 하죠. 그러나 이것은 기업의 체계에서 위계와 역할에 관한 기본을 모르고 단지 직급만 없앤 겁니다.
 
예를 들어 게임그래픽을 하는 디자이너가 게임에 들어갈 캐릭터 디자인을 했다고 칩시다. 위계가 있는 곳은 어떠한가요? 사장이 와서 이것 저것 참견합니다.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드네 바꾸네 마네 옷이 이게 뭐냐? 등등으로 일일이 디자이너의 그림에 참견을 하죠. 그리고 디자이너는 그림을 사장이 말하는대로 수정작업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한국은 위계 조직인 겁니다. 결정을 하는 자는 바로 사장입니다. 따라서 사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결정한 것을 모든 아랫사람(부장, 차장, 대리, 사원 등 모두)이 따라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장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위계 조직에서는 게임을 출시한 후 게임이 망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사장의 책임입니다. 왜냐하면 사장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총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본인이 디자인, 기획, 프로그램 다 참견해 놓고 게임 출시한 후 망했다면 사장은 팀을 없애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위계조직은 어디가 딱 맞나요? 바로 제조업에 딱 맞는 조직입니다. 그것도 70~80년대 개발도상국 시절 선진국 따라잡기를 할 때죠. 즉 롤모델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미 있는 워크맨을 베껴서 제2의 카세트테이프 레코더를 만들 때 처럼요. 그러나 1등이 된 다음에는 롤모델이 없습니다. 그러니 위계조직은 빠르게 추격하는데는 좋으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직군에서는 안 맞는 겁니다. 결국 대부분의 직장이 위계조직인 한국은 제조업이 맞고 제조업은 인건비가 높으면 쥐약이니 공장을 해외로 옮기면서 청년 실업 문제가 극에 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향이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역할 조직이란 무엇인가요?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디자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장이 와서 바꾸라고 했다면 디자이너는 뭐라 할까요? 그것은 네 의견이고 전문가인 내 의견은 이것이 맞다고 하는 것이 역할조직입니다. 만약 게임을 출시하고 게임이 망했다면? 물론 게임 디자인을 한 디자이너를 포함해 그 팀 전체가 책임지는 것이 맞습니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취하는 조직입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창조물이 세상에 나오는 거죠.
 
물론 전문가라고 해서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치열한 토론과정을 거칩니다. 왜 그 디자인을 했는지? 왜 그렇게 색깔을 썼는지? 왜 그곳에 뒀어야 했는지? 느낌이 아닌 이유에 대해서 팀원들의 철저한 검증을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팀원을 설득시키려면 디자이너는 데이터에 근거한 이유를 설명하는 편이 많습니다. 아니면 자신의 합리적이고 감동적인 이유로 팀원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예를들어 911 기념탑을 설계한 버나드 월츠(Bernard Woltz)의 말처럼 왜 기념탑을 위치와 높이를 고려했는지 묻자 기념탑의 그림자가 희생자의 무덤에 햇빛을 가리지 않으려고 높이와 장소를 고려했다는 말처럼 말입니다. 건축가는 영혼이 없는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후대에 울림이 있는 기념탑을 설계한 것처럼 말입니다. 단지 직급만 없앤다고 창조적인 기업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직급 없애고 칸막이 다 없애면 직원들의 감시만 더 심해질 겁니다. 결국 창조적인 기업은 위계조직이 아닌 역할조직에 의해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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