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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주도적 굶주림’을 즐기기 위한 제언

먹거리 시장은 애써 감추고 싶겠지만 몸의 경고음은 지속

적당한 ‘허기’야말로 내장기관 쉬게 해주는 최고의 선택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30 10:30:11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30년 지기 종혁이가 정기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들고 전화를 해왔다. 혈압과 당뇨 지수가 당장 2차 진료를 받아야 할 정도인데다 소위, NK세포 활성도가 낮아서 자체 면역력이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 통화 중에는 여전히 허허거리기는 했지만 걱정 안 되면 왜 친구한테 전화까지 했겠나 싶었다. 
 
나는 그와 통화하면서 작년 이맘 때부터 눈에 띄게 불어나기 시작한 그의 뱃살과 굽어보이는 등판, 살짝 뒤뚱거리는 걸음새를 떠올렸다. 그가 말했다. 담배도 끊어야겠지? 자네 입에서 그런 말 나오는 걸 보니 충격이 크긴 컸나 보네. 그는 하루 한 갑에서 3년 쯤 전에 반 갑으로 겨우 줄였다. 다시, 그가 말했다. 호되게 뒤통수 맞은 기분일세.
 
물론, 통화 중에 내가 생각한 처방을 종혁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종혁 연배의 중장년들 하고 나누고 싶은 처방이 한 가지 있다. 흔히 몸의 비움, 허기, 배고픔이라고 표현하는 그 조건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볼 시점이 됐다는 제언이다. 그렇긴 해도 간헐적 단식이나, 하루 한끼 식사, 극소식이 그 세대에게 자연스레 소화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배고픔’은 곧 가난의 기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수동적 굶주림’의 결박 끊어내기
 
배고픔은 지금의 중년 이상에게는 포장되고 은닉된 결핍이지 않을까. 고깃덩어리를 숯불이나 불판에 통째로 구워먹어본 첫 시점을 곰곰이 헤아려보면, 먹거리에 대한 당신의 포한(抱恨)이 어금니를 사려문 모습으로 달려나올지 모른다. ‘부어라, 마셔라, 구워라’의 기세 속에서 당신 몸은 정치적 격동보다 더 거센 음식 반동의 파고 속을 죽을 둥 살 둥 자맥질해왔다. 술독과 기름독과 과시욕, 성공욕 따위가 밤늦은 대포집에서, 통닭집에서, 룸살롱에서 되나깨나 버무려져서 만들어놓은 게 종혁이 몸이었다.
 
종혁이 몸이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여전히 먹방이나 음식 기행, 음식 광고가 하루 종일 넘쳐난다. 저녁 식후무렵 텔레비전 화면을 채우기 시작하는 소위 먹방 프로그램들, 바사삭거리는 튀김 소리와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우는 통닭의 자태는 몸속에 위장이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테스트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먹거리 광고의 강도와 빈도에 못지않게 경고음 또한 끊임없다. 대한민국 5대 질환인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동맥경화, 뇌혈관질환은 소위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병이다. 이것을 그대로 두고 가기에는 한 개인이나 지역사회, 국가, 전 지구적 환경 문제까지 고통의 사슬이 선명하다.
 
종혁은 이 사슬 중 하나를 끊어야 할 과제를 받아들었다. 개인적 사건이지만 그것이 어디까지 닿고 얼마만한 공업(共業)인지는 많이들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장력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식탐의 쾌락을 들깨우는 거대 상술이 있다. ‘마음껏 먹으면서 원하는 몸무게와 체형을 만드는 약’이라는 광고는 창과 방패를 동시에 팔아제끼는 신공을 보여준다.
 
이런 판국에 ‘굶는 것만이 답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대책없는 뚱딴지 발언 같다. 그래서 굶기 싫으면서 건강도 유지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는 책이 있다. 존 맥두걸 박사가 쓴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이다. 이 책은 잘못된 음식 습관에 의한 자신의 건강 상실, 의사의 길, 육식에 대한 대범한 양심 고백이 전편에 깔려 있다. 채식 혹은 녹말식이 사람종의 생명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주도적 굶주림’은 말 그대로 스스로 알아서 위장을 비우는 것이다. 하루 세 끼 섭식 습관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우리 족보를 거슬러 가면 점심이라는 시스템이 없었음을 알게 된다. 일본의 생태운동가인 후나세 순스케 박사는 ‘먹을 궁리보다 먹지 않을 궁리를 하라’고 강권한다. 미국 코넬대 영양학 교수 클리브와 맥케이의 연구는 열량 섭취 40%를 줄인 쥐가 다른 쥐보다 두 배 더 오래 사는 결과를 보고한다. 공복 상태에서는 특수단백질이 증가해 기억력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도적 굶주림’이야말로 각종 성인병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텍스트들은 흔전만전이다.
 
주도적이고 자의적인 허기가 종혁이의 ‘또다른 방안’이 될 수 있는지는 당연히 그의 선택이다. 하루 한 끼나 두 끼 식사, 채식 위주 식단, 간헐적 단식, 정례적 단식. 이와 같은 ‘방안’의 중심에는 예외 없이 ‘허기’가 있다. ‘허기’로 인한 결핍의 상처나 두려움은 당신 몸을 통해 즉각 확인되는 위협감이다. 당신의 위장에서 쓰림, 찌름, 떨림 따위의 감각이 알아질 때 내면의 언어는 ‘배고파 죽겠네!’라고 한다. 존재 자체가 ‘짜증’이나 ‘기분 나쁨’이라는 감정 수류탄으로 비화하곤 한다.
 
‘주도적 굶주림’의 다른 표현은 ‘단식’이다. 위장을 비롯한 내장기관의 휴식이자 힐링 타임이다. 그때 선명해지는 텅 빈 위장의 감각들은 ‘짜증’이나 ‘기분 나쁨’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아니다. 최악으로 해석하더라도 낯설거나 선입견 나쁜 이웃 정도다. 낯설거나 선입견 나쁜 이웃이 알고 보니 당신에게 천복을 전해주러 온 천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친구 종혁이 지금 직면해 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낯설거나 선입견 나쁜 이웃’을 받아들일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다행히도 그가 만약 ‘허기를 즐기면서 내장을 쉬게 해줄 때도 됐어’라고 한다면 지구촌이 들썩일 좋은 소식이다. 이제 그는 ‘허기’ 즐기는 힘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참, 허기를 즐길 수 있다고? 당신 혹시 가학주의자? 이렇게 의심하기 전에 그냥 당신이 한두 끼 굶어보자. 죽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분명한 것 하나는, 위장이 낯설어 할 것이다. 때아닌 휴식이 주어지니 좋으면서도 낯설어서 뭐라도 꼼지락 꼼지락 내놓으려 할 것이다. 그것들을 당신은 ‘쓰림’이라거나 ‘찌름’ ‘뜨거움’ ‘튐’이라고 하는가? 아니다. 열에 아홉은 ‘배고픔’ ‘짜증남’ ‘죽겠음’이라고 한다. 어떤 차이가 보이는가. ‘쓰림’과 ‘짜증남’의 차이가 보이는가. 맞다. ‘쓰림’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가까운 감각의 언어이다. 그렇다면 ‘짜증남’은? 그렇다. 위장이라는 여린 피부의 원 감각에 대해 당신의 해석이 붙은 언어다.
 
허기를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쓰림’이라는 위장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 위장이 텅 빌 때마다 꺼내들었던 감정 섞인 해석의 자동화를 선택할 것인가. 내 친구 종혁이 빈 위장의 메시지를 ‘쓰림’ ‘찌름’이라고 ‘일어난 사실 그대로’ 읽어낼 수 있다면, 이제까지 그를 붙들고 있었던 수동적 굶주림의 결박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다. 왜? ‘쓰림’, ‘찌름’이 사실이니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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